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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왕곡면 신원리 2구 봉학마을
김덕수 객원기자  |  najukd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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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5호] 승인 2023.10.30  01: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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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에 학 많고 비닐하우스·배 기르는 전형적인 농촌마을

나주 유일 죽재사 있고 역터·원터 추정되는 유물 기록있지만 확인 안돼
정월대보름에 걸궁 치고 쥐불놀이하며 음식 나누던 풍습 사라져 아쉬움
 
   
▲ 남희삼(71세) 씨 가족이 마을회관 앞 공터에서 팥을 거두고 있다.
 
마을 앞 저수지에 학이 내려앉는다. 조선시대 중반에 나주목사와 영암원님이 그 모습을 보고 봉학마을이라 했다고 한다. 흙먼지 날리던 신작로는 국도 13호선이 됐고, 주민들의 식수였던 마을회관 앞 샘터는 아스팔트 진입로가 됐다. 
 
봉학마을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결혼해서 지금껏 살고 있는 김금님(70세) 씨는 “7남매의 막내딸로 귀하게 자랐다”며 “남들은 보리쌀 위에 흰 쌀을 한주먹 얹어 밥을 했지만, 우리집은 하얀 쌀밥을 먹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말이 끄는 수레로 곡식 운반하는, 지금으로 치면 운수업을 했기 때문”이라는 김 씨는 “객지에 사는 3남매 자녀들이 농사일을 그만하라고 하지만, 눈에 보이는데 안 할 수 있냐”는 말로 농촌 현실을 이야기한다.
 
1994년 4천여평 밭을 사서 배과수원으로 일궜다는 남해영(69세) 씨는 “그 때는 1년에 13번 약을 했는데 지금은 35~40번을 해도 병충해를 잡기 힘들다”며 “자재값이며 인건비, 농약대금 등은 모두 올랐는데 배값만 그대로라 노후에 좀 더 편하게 살자고 시작한 배농사로 골병만 들게 생겼다”고 토로한다. 남 씨는 “과수원 일이 편하고 돈벌이가 되는 줄 알고 관심갖는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 하지 말라”며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해남군 북일면이 고향인 채성자(68세) 씨는 “마을에서 처음으로 비닐하우스를 지어 멜론과 토마토를 재배했다”며 “방울토마토 1kg에 7천원까지 오른 90년대 중반에는 농사짓는 재미가 있었는데, ‘호사다마’라고 남편이 경운기 사고로 5년여 병원신세를 지는 바람에 벌어놓은 돈을 전부 병원에 가져다 줬다”고 한다. 채 씨는 “지난 추석 직후 갑자기 닥친 추위로 멜론이 냉해를 입어 올해 농사는 망쳤다”고 한숨지으며 들깨 털러 가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 비닐하우스에서 멜론을 재배하는 채성자(68세) 씨는 냉해 피해가 커서 걱정이 많다.
 
광주광역시에서 40여년 건축업을 하다 15년 전 처가인 봉학마을로 들어왔다는 무안군 현경면이 고향인 남희삼(71세) 씨는 “왼쪽 무릎을 다쳐 치료하느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지난 1년 사이에 살이 6kg이나 늘었다”며 “농사에 쓸 퇴비를 만들기 위해 소 5마리를 키우고 소일 삼아 배추며 무, 고추, 옥수수, 고구마 등을 심었다”며 회관 앞 공터에 말려놓은 팥을 거두느라 일손이 바쁘다.
 
먼저 결혼한 고향 친구네 집에 놀러왔다 남편을 만났다는 이경희(58세) 씨는 “대나무로 틀을 짠 비닐하우스에서 배추랑 상추 등 채소농사를 시작했다”며 “1992년에 멜론과 토마토를 재배했지만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커서 멜론은 여름에 재배한다”고 한다. 여수시 대경도가 고향인 이 씨는 “연작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올해 처음으로 고추를 심었다”고..
 
2019년에 광주광역시에서 이사왔다는 진도군이 고향인 김선희(63세) 씨는 “첨엔 주민들과 서먹서먹했는데 고구마 캐고 토란대 베고 파밭에 물 주는 일 등을 거들다 보니 어느새 엄마같고 아짐같고 언니같이 친해졌다”며 “미혼인 아들이랑 세 식구인데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남편은 직장 일로 충북 충주에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30여년 전 지인의 땅을 사서 배농사를 짓고 있는 김용운(72세) 씨는 “배를 싸는 봉지품질이 좋지 않아 병충해 피해를 입어 올해 수확이 30%가량 줄었다”며 “추석 때 절반을 출하하고 나머지 절반은 저장해 놓고 배나무 가지 유인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김 씨는 고향인 금천면에 주소를 두고 있다.
 
   
▲ 마을 앞 저수지에 학이 많이 날아와 봉학마을로 불리게 됐다.
 
영암군 덕진면 금산마을 출신이라 ‘금산아짐’으로 불리는 양화자(80세) 씨는 “결혼 초기에 초가집에서 6남매 중 셋을 낳고 살다 기와집을 지어 이사했다”며 “정월 대보름에 걸궁치고 쥐불놀이하고 음식해서 나눠먹던 기억이 있다”며 사라진 옛 풍습을 아쉬워한다. 2014년에 새로 지은 양 씨의 집 너른 마당은 마을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이란다.
 
국도 13호선에 접해 있는 마을 입구에 나주 유일의 죽재사가 있다. 고향인 다시면에서 죽재사를 하던 최금식(66세) 씨는 “13년 전 쯤 지인의 땅을 임대해 옮겨 왔다”며 “한 때는 매생이발로 많이 쓰였는데 지금은 수도권 아파트 현장의 조경수 지지용으로 대부분 판매한다”고 한다. 최 씨는 “성장속도가 빠르고 주변에 흔하게 많은 대나무를 활용한 특화사업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인다.  
 
마을 뒤 언덕에 고분이 있고 신안역과 신축원이 있던 자리로 추정되는 유물(등)이 있었다는 나주시지의 기록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억하거나 확인해 주는 주민들은 없다. 나주시지에는 ‘밭으로 변했다’고 적고 있다. 역사의 한 장이 사라졌음이 아쉬울 뿐이다. 김복남 제6대 나주시의회 의원과 박갑재 제5, 7대 왕곡농협 조합장이 봉학마을 출신이다.
 
   
 
김경현 봉학마을 이장 인터뷰
 
“추억 이야기에 세상살이 나누는 것이 살아가는 맛!”
 
“민족 전통의 풍물놀이를 보존하고 계승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왕곡면 풍물패 ‘울림’ 회장을 맡고 있는 김경현(46세) 이장은 “올해 공익지원센터 공모사업에 선정돼 남평읍과 교류하며 축제 공연 등을 다니고 있다”고 한다. ‘울림’은 김 이장 등 봉학마을 주민 3명을 포함해 18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학 때 풍물 동아리에서 학생운동을 함께 한 선후배들이 지금까지 매년 정기적으로 모이고 있다”는 김 이장은 “옛 추억을 이야기하며 세상살이를 함께 나누는 것이 살아가는 맛”이라고 웃어 보인다.
 
전라북도에서 대학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던 김 이장은 “서른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 농사를 돕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며 “누나와 함께 택배업과 두유 대리점을 하며 마트도 병행했지만, 농사일에 전념하고자 다 정리했다”고 한다. 논밭에 작물을 심고 배과수원을 하며 인근 임야를 임대해 대추나무를 심고, 최근엔 버섯재배를 위해 종균보유자와 협의하고 있다는 김 이장은 “농사는 시작도 끝도 없다”며 감자 심으러 가는 발길을 옮긴다.
 
충남 공주시에서 공병대 운전병으로 군복무를 한 김 이장은 “트레일러로 굴삭기 등 장비 운반을 담당해 칠갑산을 수백번 넘어다녔다”며 “사격도 않고 제대로 경계근무도 서지 않고 전역했다”고...
 
“처음 이장을 맡은 다음 해인 10여년 전에 마을만들기 자율개발사업에 선정돼 농수로 정비와 농로 포장, 우산각 설치를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김 이장은 “다른 사람이 마을 일을 맡아 새롭게 일하는 것이 마을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고향에 돌아온 지 16년이 지났지만 이뤄놓은 것은 없다”는 김 이장의 어깨 위로 가을 햇살이 밝게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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