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투데이는 나주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선수로 항저우 아시안 게임 배드민턴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안세영 선수의 아버지 안정현(나주시체육회 사무국장) 씨와 16일 인터뷰를 가졌다.

▲ 안세영 선수와 부친 안정현 씨.

문) 세계적인 셔틀콕의 새로운 여왕의 탄생을 축하하며 그랜드 슬램 달성을 응원합니다. 어릴 때 어떤 계기로 배드민턴을 접하게 되었나요.

답) 저희 부부가 동호회에 나가면서 아이들과 함께 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습니다.

문) 나주 중앙초에서 이용대 선수의 스승인 최용호 감독에게 배우기 위해 광주 풍암초로 전학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배드민턴을 하면서 남다르게 느낀 부분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안 선수가 어떤 점이 남다르다고 생각해 배드민턴을 본격적으로 하기로 결정했습니까.

답) 동호회에서는 코트도 부족하고 아이들이 마음껏 칠 수가 없었기에 저희가 레슨을 받을 때면 뒤에서 그걸 따라 하면서 재능을 보였습니다. 이왕 운동하려면 엘리트 교육 시스템이 마련된 곳에서 배우는 게 기본기를 다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초등 팀이 있는 곳을 알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쉽게 선수의 길로 들어섰는 데 가서 보니 저희 때처럼 ‘헝그리 정신‘으로 기본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아마도 지금의 선수들은 이해 못할 정도의 강도였지만 지금의 세영이와 동생 윤성이가 선수로 다져진 이유일 것이고 아마 세영이가 헝그리 시대의 마지막 세대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학 갔던 풍암초에서의 훈련이 90 프로 이상이 기본기 훈련이고 체력 훈련인 것을 보고 “세영이가 이런 거하러 온 것 아닌데요”라며 불만을 털어놓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풍암초에서 했던 그 90 프로의 훈련 시간이 본인을 만들었다는 걸 세영이가 알기에 후배들한테도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문) 안세영 선수 어릴 적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십니까.

답) 여자 선수가 부족한 팀에 세영이는 들어가자마자 주전이 되어야 했는데요. (최소 4명이 되어야 단체전을 뛸 수 있기에) 가자마자 세영이를 시합에 나갈 정도로 끌어 올려야 해서 힘든 일정이 시작되었고, 결국 세영이가 과부하로 눈이 부어오르면서 앞이 안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서 큰 병원으로 진료를 보러 갔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무슨 공부를 이렇게 스트레스 받게 시키냐고 쉬게 하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운동을 그만 시킬 생각이었는데 감독님께서 놀게 하더라도 체육관에서 놀게 하라 해서 억지로 일주일을 보내게 됐는데 세영이가 고집부리고 그만하겠다고 했습니다.

감독님께서 “너 공부로 세계 1등 할 수 있어? 나는 너를 배드민턴으로 세계 1등 시킬 수 있는데 해야 해, 안 해야 해” 하더랍니다. 세영이 하는 말이 “그 순간 망치로 맞은 거 같더라”며 “아, 배드민턴으로 세계 1등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 일이 있은 뒤로는 그만둔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문) 아빠도 운동선수 경험이 있어 선수들의 맘을 잘 이해할 듯한데 운동이나 세상 여러 가지 일들이 잘 풀릴 때도 있지만 뜻하지 않게 안 풀릴 때도 있습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중국의 천위페이에게 패했을 때 어떤 조언을 하셨습니까.

답) 아마 그때도 준비를 많이 했던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부상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이겨냈을 것으로 생각했고 “수고했다”고만 말했던 것 같습니다.

문) 지난 아시안 게임 결승전 당시 부상으로 아파할 때 참 맘이 아프셨을 것 같은데 아빠로서 어떤 맘이셨습니까.

답)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이고 그 어느 때보다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부상만 아니면 큰 무리 없이 레이스 완주하겠다 싶었는데 부상으로 메디컬을 부르는 걸 보고 진짜 마음이 쿵 내려앉더라구요. 그때부터는 응원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세영이가 스스로 버텨줘서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세영이가 만족하니 다행이었다 싶습니다.

문) 메이져 대회 수상으로 올림픽 제패만 남아있는데 평소 어떤 조언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중국의 천위페이에게 패했을 때 어떤 조언을 하셨습니까.

답) 저는 딸바보라서 무조건 세영이 편이고 무조건 세영이가 원하는 건 무조건 예스맨이지만 먼저 국가대표 생활을 겪어 봤던 선배로서 그곳에서 얼마나 뛰쳐나가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을 이겨내야만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지와 운동선수라면 온몸이 성한 곳이 없고 파스냄새 안나면 선수가 아니다 할 정도로 혹독한 시간이 영광의 순간을 만들어 내는지를 알기에 그 부분에서 공감을 해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첸위페이에게 계속 지는 부분에서도 분명히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에 크게 조언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문) 안세영 선수가 그 나이 또래들보다 더 성숙하고 멘탈이 강하다고 느껴지는데 평소에 세영이와 어떤 대화를 주로 하십니까.

답) 세영이는 책임감이 강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목표 의식이 있기에 스스로 잘할 것이라 믿었고 특별히 운동적인 부분에 이야기를 하진 않습니다. 주로 먹고 싶은 것, 쉴 때 하고 싶은 것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문) 안세영 선수 너무 고생했고 나주인으로서 너무 자랑스러운데 현재 체력상태는 어떤 상태이며, 평소 좋아하는 음식 및 건강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답) 세영이 체력은 계속된 투어에 좀 지쳐 있긴 합니다. 시즌에 맞춰 조절해 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즌 비시즌 식단 관리도 철저합니다. 좋아하는 디저트를 다 끊고 시즌을 보내고 온전히 선수로서 올인 한 다음 쉬는 타임에 좋아하는 음식 찾아서 먹습니다.

한번 먹은 음식은 다시 안 먹고 골고루 여러 가지 한꺼번에 시켜서 조금씩 맛보는 걸 좋아합니다. 소고기, 장어, 전복 등등 음식 편식 없이 잘 먹는데 소스를 안 좋아해서 본연의 맛을 좋아합니다. 제일 잘 맞는 음식은 장어였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도핑 때문에 건강식품이나 보약류는 잘 챙겨 먹지 못합니다. 본인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온전히 식단으로 관리하는 것 같습니다.

문) 안세영의 운동능력은 선천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후천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 운동에너지(활동성이 있는 부분)는 선천적일 수 있으나 지금의 세영이는 90 프로 이상 후천적 노력입니다.

문) 운동신경이나 자질은 아빠와 엄마 중 어느쪽 유전자를 이어받았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운동적인 부분은 아빠 유전자인 것 같고, 성격이나 마인드는 엄마 쪽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문) 세계 정상인 안세영 선수의 향후 계획은 무엇이며, 아버지로서 10년 후 20년 후 어떤 모습이길 기대하십니까.

답) 아마도 세영이는 또 다른 길을 가고 있을 것 같고 남들과 똑같은 코스는 아닐 것 같습니다. 세영이는 세영이만의 다른 사람들이 안 가 본 길을 가고 싶어 합니다.

너무 먼 시간을 생각하는 건 세영이 스타일이 아니니까 한 계단 한 계단 자기만의 스타일로 잘 갈 수 있도록 응원해줄 생각입니다.

문) 아빠가 생각하는 안세영 선수의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답) 이제는 진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니까 아프면 참지말고 바로바로 치료하고 관리받는 것에 우선순위를 뒀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세영이에게 관심갖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세영이가 말한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때까지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인터뷰-김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