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가람동에서 처음으로 동호수까지 경관조명을 설치한 에듀캐슬은 ‘야경이 멋지다’고 주민들이 입을 모은다.

 

빛과 가람의 도시.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함께 만든 마을, 빛가람동.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완성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상징이다. 2007년 11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첫 삽을 떴다.

 

2013년 11월 7일 금천면 광암리와 동악리, 석전리, 신천리, 월산리와 산포면 매성리와 송림리, 신도리 일부가 빛가람동으로 신설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빛가람동에 처음 자리잡은 사람들은 누굴까? 에듀캐슬아파트다.

 

2014년 2월 25일 입주가 시작됐다. 입주 당시엔 LH 4단지였지만, LH공사 직원들의 투기 등으로 쌓인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주민들이 뜻을 모아 지난 8월 ‘에듀캐슬’로 바꿨다. 학군과 관련된 이름대로 한아름초등학교 후문과 접해 있고, 도로 건너엔 금천중학교와 한국에너지공대가 있다.

 

아코디언 소리에 끌려 들어간 경로당에서 만난 신순심(78세) 노인회장은 활력이 넘쳤다. “추석 연휴에 쉬었다고 그새 실력이 줄었다”는 신 회장은 “작년 8월부터 아코디언 동호회를 만들어 선생님을 모셔와서 배우고 있다”며 “우리 경로당은 음악을 통해 봉사활동도 하고 건강관리도 한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한다. 신 회장은 목포시에서 살다 2012년 대호동으로 이사왔고 2014년 3월 4일 에듀캐슬에 입주했다. 동호회 이름을 정하지 않았다는 말에 ‘아코캐슬’을 제안했더니 흔쾌히 반가워한다.

 

▲ 경로당에 모인 주민들이 아코디언 동호회 ‘아코캐슬’ 활동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상가에서 편의점을 경영하는 석정래(70세) 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다 건강을 잃어 위를 절제했다”며 “2015년 빛가람동에 와서 좋은 공기에 규칙적으로 운동했더니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전북 익산이 고향인 석 씨는 “처음엔 건강회복을 위해 임대를 줬지만 4년 전부터 부인과 교대로 가게를 꾸리고 있다”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빛가람동에 미용실이 10여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0개가 넘는다”는 최웅주(56세) 씨는 “빛가람동은 여전히 상권형성이 미흡하고 20-30대 젊은층이 없어 활력이 떨어진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20여년 광주광역시에서 미용실을 하다 2015년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연 최 씨는 국제미용가총연합회 부회장으로 중국과 베트남, 대만 등 국제행사에도 자주 다녔다고 한다.

 

다함께돌봄센터 2호점 김양임(55세) 센터장은 “20여명의 아이들이 학원 시간에 맞춰 짬짬이 이용하고 있다”며 “전업주부로 살다 마흔살 넘어서 사회복지 분야를 공부했다”고 한다. 돌봄센터는 교사 2명과 자원봉사자, 노인일자리 참여자 등이 함께 아이들을 정성껏 돌보고 있다.

 

아파트 동편 빈터에서 고구마순을 손질하던 김덕순(69세) 씨는 “고향인 영광군과 광주광역시를 오가며 살다 여기로 온지 8년째”라며 “자녀가 2남2녀인데 간호사인 작은 딸이 적령기가 넘었는데도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아 걱정”이라고 한다.

 

▲ 에듀캐슬에는 ‘희망을 상징하는 푸른색의 움직임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조형물 ‘푸른 움직임’이 있다.

 

“재작년 결혼하면서 집사람의 고향이자 직장이 있는 이곳에 터를 잡았다”는 최욱(35세) 씨는 “한사람은 먼거리 출퇴근을 해야 하지만 올해 3살인 아이 키우기 좋은 곳이라 생각해서 결정했다”고.. 대학 때부터 사회복지 분야를 전공해 광주의 사회복지기관에 근무하는 최 씨는 “비가 오거나 저녁 시간에는 여전히 악취가 난다”고 한다.

 

경찰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유남진(74세) 씨는 “백세시대 건강법으로 노인대학과 동신대학 등에 강의하고 있다”며 “사회복지 맹아기라 할 수 있는 1995년 공무원 재직시 자격을 취득했다”고 한다. 나주시사회복지협의회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유 씨는 에듀캐슬 입주자대표회의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다.

 

빛가람동 2통 통장 김만선(74세) 씨는 “고향인 강진군에 다니기도 좋고 여유롭고 공기 좋은 이곳에 2015년 3월 5일 이사왔다”며 “가족같은 분위기의 주민들과 소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우리 아파트 최고 자랑은 야간에 보면 알 수 있다”는 김 통장은 “빛가람동에서 유일하게 동후수까지 조명을 설치해서 밝은 아파트로 탄생했다”고 한다.

 

“나주에서 처음 근무하는데 가장 인간미 있고 푸근한 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윤동주(68세) 관리소장은 “전에 근무하던 광주나 목포, 무안의 아파트와 달리 602세대 주민 한분한분과 대화하다보면 직장이라는 생각을 잊게 된다”며 뿌듯해 한다.

 

김철민 나주시의회 의원과 허철호 전 나주농협 조합장이 에듀캐슬에 산다. 이름을 바꿔 새출발한 에듀캐슬이 더 즐겁고 행복한 ‘마을’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직장 동료들은 광주로 이사오라고 하지만 ‘나주가 좋다’는 한마디로 거절한다”는 에듀캐슬 입주자대표회의 정은기(50세) 회장은 “나주에 와서 낳은 중학 2학년 딸아이가 ‘뭐 하고 살까’하는 고민을 이야기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고향인 고흥군을 떠나 광주시에서 살다 2007년 송월동으로 이사 온 정 회장은 “송월동에 살면서 입주자대표회의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입주자대표회의와 인연을 맺었다”며 “묵묵하고 성실하게 주민들과 함께 아파트 일을 고민하고 추진하다 보니 믿고 맡기시는 것 같다”며 올해 찬반투표로 다시 회장에 당선됐다고 한다.

 

1994년 강원도 홍천군에서 의무병으로 군생활을 했다는 정 회장은 “의무병 하면 편했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말 그대로 ‘꼬였다’”며 “훈련은 훈련대로 다 받고 파견은 파견대로 나갔다”고 30여년 전 군생활을 회상한다.

 

사회복지 분야에 관심을 갖고 2002년 다시 대학에 진학한 정 회장은 “저처럼 사회생활을 하다 대학에 온 동갑내기 04학번 후배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에 반해 사귀자고 했다”며 “3년여 연애 끝에 2005년 결혼했다”고 한다. 

 

“경관 조명과 이름 변경 등 성과도 있었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불법주정차 문제 등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정 회장이 묵묵히 성실히 헤쳐나가는 에듀캐슬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