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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추억을 찾아서 [첫 번째 이야기]
심은일  |  cimdfj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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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호] 승인 2023.10.16  05: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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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은일 요리연구가

아주 어릴 적부터 나는 몸이 약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10살을 넘기지 못할 거라 말씀하셨고 병명은 복잡하지만, 나의 병은 그저 ‘소아암’의 한 종류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절망적인 상황이었던 6살의 나는 ‘맛의 행복’을 깨우치고 말았다.

흑백 텔레비전에서는 김혜자 아주머니가 “그래 이 맛이야~”, “얌 냠냠 쩝쩝 맛좋은 다시다~” 티브이로만 보았지, 그때까지 난 단 한 번도 단맛, 짠맛, 매운맛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소아병동의 아이들은 군것질하지 못한다. 심심한 맛, 쿰쿰한 냄새가 나는 맛, 쓴맛, 더 쓴맛, 속이 울렁거리는 맛, 어쩌면 ‘맛’이라는 개념도 알지 못한 채 주어지는 병원 밥맛과 약 맛에만 길들어 죽어가는 듯하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우는소리, 탄식하는 소리, 비명에만 둘러싸여 쓰디쓴 약 맛을 느끼던 그때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병원 복도를 걸으며 검사실로 이동하는데 오른쪽 팔이 화끈거렸다.
 
“뭐지?” 팔뚝을 자세히 보니 파란색 점들이 보였다.
 
“양치질하다가. 치약이 튀었나보다” 주변 눈치를 살피다가 굳어 있는 치약 자국을 재빠르게 혓바닥으로 훔쳤다. 순간 머리가 짜릿했다.
 
“달다! 달아? 왜 달지?” 분명히 쌔~하면서도 조금 달았다. 이게 티브이에 나오던 그 이모가 말하던 ‘그 맛’일까? 칫솔에 묻혀서 입안에 넣었을 때는 분명히 맵고 쓴 맛이였는데.
 
“조금씩 맛을 보면 달구나!” 
 
이 맛을 초밥집을 운영하는 경우에 지금의 경우에 비춘다면…. 생와사비를 한 수저 입에 넣는 경우와 정말 극소량을 혀끝으로 맛보았을 때와 차이처럼 맛은 정말 ‘극과 극’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극소량의 와사비를 혀끝으로 맛을 보면 ‘단맛’ 또한 느낄 수 있다. 난 이것을 36년 전, 6살에 깨우쳤던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축복이었을까? 비극이었을까? 그 날 뒤로 맛에 대하여 엄청난 집착을 갖게 되었다. 
 
그 날 이후 병동의 치약이란 치약은 씨가 말랐다. 나를 따르는 아이들에게 ‘치약의 단맛’을 소개해주고 우리 병실 아이들은 양치질을 정말 잘하는 아이들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행복은 길지 않았다. 얼마 뒤 우리는 다른 병실에서 치약을 몰래 훔치다가 들켰고 치약을 몰래 찍어 먹다가도 들켜서 크게 혼이 났다.
 
그때 그 아이들은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살아는 있을까? 죽었을까? 기억도 나지 않는 그때 그 얼굴들이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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