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 사람들을 조사해 보니 몇 분 만에 한 번씩 거짓말을 하더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설마!"라고? 진자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이런 거짓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그거요? 다 돼갑니다."
"몸이 너무 안 좋아서요."
"약속이 좀 있어서…."
"지금 너무 바빠서…."
"많이 예뻐졌네요."

그뿐 아니다. 말이 안 되는 말도 알게 모르게 많이들 한다. '완성'은 일을 모두 끝냈을 때에나 쓸 수 있음에도 종종 "30%쯤 완성했다"고들 한다.

"…라고 지적하고 싶다"도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인데, 벌써 지적을 해 놓고 "지적하고 싶다"고 하는 건 이상하다. "그냥 "…라고 지적한다"고 하는 게 더욱 솔직하고 힘이 있지 않을까.

이제는 아주 입에 익은 "문 닫고 나가라" 같은 말은,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나가고 나서 문 닫아라"는 말로 알아들을 정도다.

그렇지만 많이들 그렇게 안다고 틀린 말이 맞는 말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러니 될 수 있는 한, 말이 되는 말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

언젠가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을 보다가, 손님으로 나온 한 아나운서가 하는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 다른 어느 출연자보다 말을 더 정확하게 써야 할 그 아나운서는 이렇게 말했다.

"확실한 것 같아요!"

아나운서가 맞기는 맞는 거야? 예전에 어느 언론인이 우스개로 '아나운서'를 '언어운사(言語運士: 언어를 운전하는 사람)'라고 했는데, 그 아나운서, 초보 운전자여서 그랬을까?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