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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간을 생각한다
송용식 수필가  |  songys8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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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호] 승인 2023.09.25  00: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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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용식 공학박사·건축기술사·수필가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집 가까이 있는 학교 운동장을 걷는다. 다행히 수업 시간 외에는 운동장을 개방한다. 폐교 직전이었던 학교가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개발되면서 새로 지었단다. 새로 강당이 들어서고 외벽 재료와 색상에 변화해주었을 뿐 배치와 공간은 옛날 형식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ㄱ자 배치에 4층 건물.
 
얼마 전 지방 소도시에 주거단지 기획을 해본 적이 있다. 분양성을 높이기 위한 특화 전략으로 단지 안의 학교를 선택했다. 학교 건물과 공간의 획기적인 대안을 만들어 아이들 교육에 예민한 젊은 주부층을 불러들이자는 것이다. 관련 자료를 찾다 유현준 교수의 학교 건물과 교도소 건물을 비교해 가며 획일적인 학교 건물의 폐해를 지적한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내용이었다. 내가 꿈꾸던 방향을 미리 고민하고 있었다. 
 
일정 세대수 이상의 주거단지를 개발할 때는 학교 지을 땅을 별도로 조성해 담당 교육청에 조성원가 이하로 넘기게 되어 있다. 개발 주체가 공공, 민간이냐에 따라 또 지자체에 따라 다르기는 하다. 교육청에서는 설계 공모를 하고 시공업체를 선정하여 입주가 시작되기 전에 공사를 마치도록 하고 있다. 내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포기하기가 아쉬웠다.
 
교육청에 직접 제안서를 내 볼까? 학교 건축에 관심 있는 어느 교수님과 의논했더니 고개를 흔든다. 설계 (안)을 만드는 것보다 교육청 설득하기가 훨씬 힘들어 포기한 적이 있다고 했다. 유현준 교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학교생활 중에 있을지도 모르는 불편함과 사고 등을 미리 우려해 교육청의 요구와 간섭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의 배려가 아닌 공급자인 교육청의 우월적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이런 생각과 공간에서 무슨 창의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겠냐고. 
 
공간의 분할과 체험학습을 나누어 생각해봤다. 2개 학년씩 수업을 하는 3개 동을 각각 다른 디자인으로 한다. 특별활동실과 식당, 학생작품의 상시 전시실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각기 향(向)이 다른 마을 형 교사군(敎舍群)으로 배치한다. 
 
10분의 잠깐 쉼에도 교실 문만 열면 바로 교정(校庭)으로 나갈 수 있는 학교. 낙엽이 유리창에 부딪히고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학교, 새소리가 시끄럽더니 어느 날 나뭇가지에 집을 지었다고 환호성을 지르는 학교. 맨땅, 비어 있는 운동장을 조그만 공원으로 바꾸어 그 공원에 100M 트랙이 있고 야외 수업하는 학교. 철 따라 꽃과 색이 바뀌는 벤치에서 조잘거리는 어린이들. 
 
계단을 오르내려도, 놀이기구에서 놀아도 발전(發電)이 되는 학교. 지붕의 태양광 집열판과 보안등 머리 회전날개의 풍력으로 전기가 생산되는 학교. 교문에 들어서면 날마다 얼마나 전기가 생산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학교. 그래서 날로 뜨거워지는 지구의 온난화에 CO2 발생량을 왜 줄여야 하는지 개념을 이해시키고 여기에서 생산된 전기로 학교 불을 켜고 남은 전력을 팔 수도 있는 에너지 체험형 자립학교. 
 
이런 학교 공간에서 생활하며 어려서부터 인문학적 소양과 속 깊은 인성을 키워주면 학교폭력이나 선생님에게 대드는 학생이 줄어들지 않을까. 가르치는 제자가 잘못을 저질러도 변변히 나무라지 못하고 그 부모의 항의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나의 머릿속의 상상이 실현되지 못하고 그저 생각만으로 머물러서 안타깝다. 
 
학교는 교과서로만 공부하는 곳이 아니다. 선생님의 한마디를 어려워하고, 밀치고 넘어져도 화해하고 배려하며 양보하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함께 꽃 이름을 맞추고 새에게 먹이를 주면서 자연과 교감하며 인성을 키웠으면 한다. 학교에 빨리 가고 싶고, 수업이 끝나도 학교에서 계속 남고 싶은 학교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공간은 창의력을 키우고 따뜻한 인성을 만드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가능하다. 우선 새로운 학교의 공간 모델을 만들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자. 
 
교육청과 일선 학교 교장은 지시하고 보고만 받는 교직원의 행정관리자가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창조적 경영자여야 한다. 앞으로 그들의 태도를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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