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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산포면 등수리 1구 등개마을
김덕수 객원기자  |  najukd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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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호] 승인 2023.09.11  00: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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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바위와 당산나무 등 6당산에 해마다 제 지내고 화합 도모

마을 앞까지 바닷물 들어왔고 점토질에서 생산된 황새가 머무는 쌀 출시
조선시대 호구총서에 남평현 등개면 처음 나와2007년 샛터마을 분구
 
   
▲ 산포면 등수리 1구 등개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있다.
 
‘끄트머리에 오리모양의 조형물이 달린 전봇대만큼 크고 반듯한 나무가 넘어져 있던 것을 어려서 봤다. 그 옆에 배를 맸던 바위가 있다’는 주민의 증언으로 볼 때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고 그 옆에 목당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을이 배의 형상을 하고 있어 배의 돛에 해당하는 목당간을 세웠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성북동에 있는 보물 제49호 ‘동점문 밖 석당간’이 ‘나주가 배 모양이기 때문에 안정을 빌기 위하여 당간을 돛대로 세운 것이라는 말이 전해내려오고 있다’는 기록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산포면 등수리 등개마을 주민들은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목당간과 함께 배를 매던 바위와 당산나무 5그루, 황새바위 등 6당산에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4대째 등개마을에 살고 있다는 이기열(76세) 씨는 “마을 사람들끼리 우애도 좋고 텃세도 없어 이사와 살기 좋다”며 “주민들이 편을 나눠 고싸움도 하고 걸궁 치며 당산제를 지냈다”고 한다. “산포면 농민회장으로 금강산 농민대회에 갔을 때 북쪽 관계자 한 사람이 본관이 같은 개성이라며 반가워하던 기억이 있다”는 이 씨는 마을 노인회장을 맡고 있다.
 
“또래 부녀자들 10여명이 어울려 광주의 양동시장에 가서 반지도 하고 장을 보러 다니던 때가 제일 좋았다”는 이논님(66세) 씨는 “결혼하기 전까지 화순군 도곡면 고향에서 ‘딸싹 못하고’ 살림만 배웠했다”고 한다. 마을에서 제일 젊다는 이 씨는 쌀농사와 비닐하우스(5동)에 청양고추와 완두콩, 호랑이콩 등을 재배하고 있다.
 
   
▲ 등개마을 6당산 중 하나인 배를 매던 바위. 목당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자리에 황금사철나무가 자라고 있다.
 
배를 매던 바위에 담을 접하고 있는 김범룡(73세) 씨는 “당산제 지낼 때 묻어 둔 동전을 파내서 군것질하곤 했다”며 “가운데 구명이 뚫린 옛날 동전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김 씨는 “마을의 큰 부자가 망하면서 금그릇 등을 샘터에 던져넣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 가끔 풍수들이 찾곤 하지만 매번 허탕을 친다”며 환하게 웃는다.
 
“땅 파서 모 심고 풀 매고 두레로 물 품어 농사짓고 겨울에는 한푼이라도 벌기 위해 가마니랑 베 짜느라 세월 가는 줄 몰랐다”는 김계순(94세) 씨는 “화순군 도암면 고향에서는 서숙(조의 방언)에 보리밥만 먹다 결혼하고 나서야 쌀밥 구경을 하게 됐다”고 한다. 김 씨는 “결혼한 이듬해 집안 기둥에 부딪쳐 다친 상처를 치료도 못하고 된장만 발라 생긴 흉터를 75년째 달고 있다”고 한다.
 
“소를 22마리까지 키우며 쌀농사 짓고 비닐하우스 해서 3남매 키웠다”는 김석진(82세) 씨는 “탯자리의 흙벽 초가집에서 결혼해 살다 막둥이 3살 때 내 손으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지었다”고 한다. 김 씨의 아들은 스무살 되던 해 지석천 덕례교가 놓인 자리에 있던 정자교에서 물놀이하다 익사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화순군 도곡면이 고향인 김영례(87세) 씨는 21살 때 산포농협에 다니던 남편과 결혼해서 마을에 들어왔다. “30리길을 걷기도 하고 남평장의 장꾼들이 타고 다니던 ‘장차’를 타기도 하며 친정에 다녔다”는 김 씨는 “6남매 중 아들 셋을 대학까지 마치게 하고 딸들은 고등학교까지 보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한다. 김 씨는 “그 당시에 딸들을 고등학교까지 가르친 집은 많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 등개마을 사람들이 생필품을 구입하던 구판장이 10여년 전 문을 닫았다.
 
“광주항쟁 때 송암공단 터에 군인들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걸 구경하러 가기도 했다”는 김공심(75세) 씨는 “농사짓는 것보다 월급쟁이가 낫겠다고 생각한 남편이 광주시 양산동에 있는 회사에 다니다 효천동으로 직장을 옮겼을 때”라고 한다. 광주시 대촌면이 고향인 김 씨는 1981년 남편의 고향으로 돌아와 살고 있다고 한다.
 
광주시에서 40여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2008년에 이사 온 오맹렬(83세) 씨는 “조용하게 노후를 보내고 싶어 들어왔는데, 주민들과 어울리다 보니 마을노인회장도 하고 산포면노인회 사무장을 맡아 봉사했다”며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소통하려고 노력해서 잘 정착했다”고 한다. 
 
올해로 개척 40년을 맞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등수중앙교회 박종철(69세) 목사는 “전임 목사님 추천과 성도들의 청빙으로 두 번째 목사를 맡은 지 5년 째”라며 “연세가 있으시고 하우스일 등으로 바쁜데도 꼬박꼬박 교회에 나오시는 순박한 주민들이 고맙다”고 한다. 
 
마을 이름이 문헌에 처음 나온 것은 남평현 등개면으로 기록된 1789년 ‘호구총서’다. 이후 1912년 ‘지방행정구역명칭일람’에 등포면 등수리로,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산포면 등수리가 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7년 150세대가 넘던 등개마을의 동쪽을 떼어 2구 샛터마을이 생겼다.
 
시설채소 농가가 많은 산포면의 특성을 고려해 1995년 전국 최초로 채소 육묘를 위한 육묘장이 나주시 관내 농협 공동출자로 문을 열었다. 사질토인 인근 지역과 달리 점토질인 등개마을 일대 논에서 생산되는 쌀로 산포농협에서 ‘황새가 머무는 쌀’을 출시하고 있다.   
 
 
   
 
김주애 등개마을 이장 인터뷰
 
“어르신들 식사한 뒤 설거지는 이장인 내 몫!”
 
“처음으로 이장을 맡은 올해 아들이 국립대학교 교수에 임용돼 겹경사를 맞았다”는 김주애(66세) 이장은 “전체 주민을 모시고 마을잔치를 하고 ‘이장 취임’ 수건도 돌렸다”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시어머니 모시고 중학생이 된 손녀 돌보는 것 말고는 ‘한해 벌어 한해 산다’는 맘으로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는 김 이장은 “농사지으며 마을 일에 솔선수범하고 봉사활동도 열심히 한 보람으로 2018년 새농민상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전북 익산시가 고향인 김 이장은 고교 졸업 후 면사무소에 근무하다 남편을 소개받았다. “동아건설에서 ‘페이로더’ 중장비 일을 하던 남편을 맘에 들어 한 협력업체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은 언니가 발 벗고 나섰다”는 김 이장은 “나보다 먼저 언니가 서울 가서 남편을 보고 오더니 ‘진짜 좋은 사람’이라며 묻고 따질 것 없이 결혼하라고 했다”고 한다. 
 
1983년에 결혼한 김 이장은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의 아파트 반지하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지나는 사람의 발이 보이는 반지하를 벗어나기 위해 적금을 들었다”는 김 이장은 “부모님 모시고 농사짓던 시아제가 활주로 입구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내려와야 했다”며 “부모님 성화를 견디지 못한 남편이 시골로 가야겠다고 했을 땐 이혼을 무릅쓰고 반대했지만, 지금은 더없이 행복하다”고.. 
 
산포초등학교 자모회장과 영농회, 고향생각주부모임, 생활개선회 등 각종 사회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는 김 이장은 “주위 사람 덕에 이만큼 산다고 생각하며 회관에서 어르신들이 식사한 뒤 설거지는 이장인 내 몫”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왼손잡이라고 혼내시는 시아버님 때문에 서툰 오른손을 써야 했다”는 김 이장은 “전에도 여러번 다쳤지만 변변한 치료를 못했는데 최근 낫으로 잡초를 베다 검지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병원신세를 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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