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 염색은 쪽 식물에서 추출한 염료로 염색한 것이다. 쪽에서 추출한 염료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쪽에서 추출한 것을 발효 환원시킨 것으로 발효 쪽이라고도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쪽 잎사귀를 분쇄해서 착즙 한 것으로 생쪽이라고 한다. 

 

발효 쪽은 쪽 추출물에 석회를 넣어서 색소를 산화 및 침전시켜서 진흙 형태의 쪽 염료인 니람(泥藍)을 만든 다음 이것에 잿물을 넣고 희석해 발효 환원을 시킨 것이다.

 

발효 쪽은 염액을 만들기가 어렵고, 염액의 pH는 10 이상으로 강한 알칼리 액이다. 강알칼리 염액으로 견직물을 염색하면 섬유의 손상이 많아진다. 그래서 견직물 염색에는 생쪽을 많이 이용한 전통이 있다. 생쪽은 약산성으로 면직물에는 염색성이 좋지 않으나 견직물에는 염색이 잘되고 염료를 만들기도 쉽다. 

 

『승정원일기』등 조선 시대의 문헌들을 보면 궁궐에서는 생쪽을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생쪽 염색법은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고 명주와 같은 견직물에 염색하기 가장 쉬운 방식이었는데, 관복에 견직물이 많이 이용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쪽 염색은 이처럼 섬유의 재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세계적으로 쪽 염색 문화가 발달된 지역은 면직물이나 마직물의 생산과 이용이 많은 곳이다. 

 

그렇다면 나주는 어떨까? 나주는 예로부터 평야가 많아 삼베의 원료가 되는 대마보다는 목화재배와 견직물 생산이 많았던 지역이다. 풍부한 목화 자원으로 인해 면직물의 직조 기술 또한 뛰어났다. 나주세목(羅州細木)인 나주샛골나이가 국가무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주에서 목화재배는 특히 근대에 성행했는데, 이것은 일제의 토지약탈(土地掠奪)과도 관련이 있다. 일제는 1906년 조선 통감부(統監府) 설치에 앞서 조선에서 목화재배를 장려하기 위해 1905년 7월 면화재배협회(棉花栽培協會)를 설립했다. 

 

협회 설립에 앞서 1905년 4월 25일 동경호텔에서 면화재배협회 창립총회가 개최되었는데, 이 자리에서는 서원농사시험소(西原農事試驗所) 안도(安藤) 기사의 조사 보고서 발표가 있었다. 이 보고서에는 “금번의 시작(始作)은 주로 조선 면화(棉花) 생산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영산강 유역에 힘썼다. 목포, 자방포(自防浦), 영산포, 나주, 광주 등의 수 개처에서 시작(始作)을 실시했다.”라는 내용이 있다. 

 

면화재배협회는 1912년에 전 사업을 조선총독부에 인계하고 해산했다. 초선총독부에서는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공업 원료 공급 기지로 만들기 위해 남쪽에서는 면화(목화)를 재배하고, 북쪽에서는 양을 사육하는 남면북양(南棉北羊) 정책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목화를 일본으로 실어내기 위해 목포항을 개발했다. 목포항은 일흑(一黑: 김), 삼백(三白: 면화, 쌀, 소금)의 집산지였는데, 특히 유명했던 목화는 일본 간사이(關西)의 한신(阪神: 오사카시와 고베지역을 묶어 부르는 이름) 지역으로 많이 팔려나갔다. 해방이 되자 목포항의 활기가 줄어들었던 것도 이와 관련이 있었다.

 

나주는 위와 같이 목화가 풍부함에 따라 면직물의 염색에 매우 좋은 쪽 염료의 수요가 다른 지역보다 많았음은 자명한 일이다. 게다가 영산강으로 인해 쪽 염료가 되는 쪽 재배와 염색에 필수적인 물이 풍부했다. 교통의 요지였던 지리적 위치는 쪽 염료와 염색물의 유통에 활기를 더했다. 

 

따라서 나주의 쪽 염색은 목화와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목화를 재료로 한 면직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사용된 고급 기술이었다. 이 전통 기술은 나주의 정체성을 높이고 산업적 발전 자원이라는 귀중한 잠재력이 있으므로 문화는 물론 산업적으로 발전이 되길 기대한다.

 

▲ 일제 강점기 나주 등지에서 생산한 목화는 목포항에서 일본으로 보내졌다(목포항의 면화 집산 모습을 담은 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