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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건설기술자의 변명
송용식 수필가  |  songys8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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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호] 승인 2023.08.27  22: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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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용식(공학박사, 건축기술사, 수필가)
위대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은 많은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수반되는 시대정신의 산물이며 여러 예술의 종합이다.”라고 했다. 이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형태와 색채, 공간과 동선 등으로 실제화시키는 건설 과정 또한 종합 예술이다. 수백 가지 자재와 수많은 업체, 건설기술자가 퍼즐처럼 엮어지고 순서에 따라 건설되기 때문이다. 
 
공사 중인 건물이 또 무너졌다. 무신경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각각의 ‘예술’을 종합화하지 못하고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 큰 생채기를 입었다. 평생을 이 분야에서 밥 먹고 살다 보니 이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타깝고 부끄럽다. 정부는 먼저 사고 원인을 전관예우의 이권 카르텔 때문이라고 미리 단정했다. 정부가 예단한 것처럼 과연 그럴까. 건설현장의 사고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경우가 많지만, 과연 전관예우 이권 카르텔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사업 진행 과정을 거슬러 가 보자.
 
발주처가 현상 공모한 설계작품을 수백여 명의 예비 심사위원 풀(Pool) 중 랜덤하게 선정한 십여 명이 심사하여 당선작을 결정한다. 당선된 설계사무소는 건축물의 뼈대에 해당하는 구조설계를 전문 업체에 의뢰한다. 전문업체는 구조 계산서와 기본도면을 설계사무소에 납품하면서 계산서에 있는 기둥주위 전단보강 철근 표시 일부를 빠트린 것이다. 이 부분 업무 영역분담과 관련 설계사무소와 구조사무소 간에 서로 책임 공방이 있다고 들었다. 현장에서도 빠진 철근을 걸러내지 못하고 도면대로 충실히(?) 시공해 버렸다. 영문도 모르는 무량판 구조만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도면에 있는 철근이 시공과정에서 왜 빠졌을까. 이 공사를 도급받은 건설회사는 철근 가공업체와 계약한다. 철근 가공은 공장에서, 조립은 현장에서 하는 시스템이다. 조립이 끝나면 건설회사가 먼저 1차 검사를 하고 감리자의 최종 확인검사를 한다. 도면과 비교해 가며 철저히 확인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은 것 같다. 혹시 ‘건설회사가 이익을 남기려고 일부러 빼 먹은 게 아니야?’ 하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지금은 공장 가공을 하므로 고의로 철근을 빼먹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촘촘한 내부 감시망(고발자)이 있어 옛날과는 다르다. 하지만 고철(古鐵)량이 많이 발생한다면 철근 공사를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고철 팔아 이익 보려고 일부러 누락시키지는 않았겠지만.
 
설계와 시공과정을 살펴봤다. 국토부의 ‘사고조사 위원회’에서도 이권 카르텔이 사고 원인이라는 문제 제기가 없었다. 콘크리트 품질관리와 주차장 상부 토량 이동 등에 대한 언급은 있었으나 사고의 주된 요인은 철근 누락으로 좁혀졌다. 건축설계, 구조설계 업체와 건설회사, 감리원의 업무 태만과 본연의 책임을 소홀히 한 결과인 것이다. 정부는 사고 원인과는 무관한,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이권 카르텔 때문에 부실공사가 발생한다는 논리나 보고서는 보지 못했다. ‘그럴 것이다’라는 그럴듯한 추정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전관예우’라는 단어는 참 따뜻하다. 뒤에 이권 카르텔이 따라붙으니 갑자기 구린내가 나는 것 같다. 사회 여러 분야에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 경쟁 사회에서 공정하지 못한 구습이다. 국민의 비난과 감시가 심해지자 LH공사는 2021.8 이후부터 내부 직원을 설계나 감리용역 심사에서 배제시켰다. 전관예우의 고리를 끊어 이권 카르텔이 형성될 소지를 없애버린 것이다. 모든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지방공사가 이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아니면 현 조달청 기능을 확대하거나 제2의 ‘공공용역심사청’ 같은 기관을 만들어 독립적으로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국민의 오해와 따가운 눈초리에서 그만 벗어나자. 
 
기술용역 심사 과정에는 다른 문제는 없을까. 오래전부터 학계, 연구소, 기술직 공직자 등 분야별로 전문적 식견을 가졌다는 심사위원과 설계업체(감리업체)가 서로 영혼을 사고판다는 뒷소문이 업계에 넓게 퍼져 있다. 심사위원 접촉을 어렵게 하겠다며 숫자를 수백 명으로 늘렸다. 영업담당 임원들은 그만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전국의 위원들을 찾아 헤매고 다녔다. 영혼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뿌리는 점점 깊어지는 것 같다. 건강한 기술 생태계를 만들려면 이 부패 카르텔부터 없애야 한다. 정부는 불공정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할 것 같다. 
 
기술은 기술 논리로 풀어야 한다. 정치 논리가 개입되면 문제 해결 방향이 왜곡될 수 있다. 주차장 붕괴사고의 파장은 이미 계약이 끝난 용역을 계약 해지하고 심사가 끝난 용역도 중지하라고 했다. 이게 공정과 상식에 맞는 행정 지시인지 모르겠다. 무엇에 쫓기듯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고 있으니 괜한 헛심 쓰는 것 같아 뒷마무리가 걱정스럽다. 국민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왜 저러지’ 할 때마다 국가의 신뢰는 점점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 땅에서 건설기술자로 살아간다는 것.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죄인인 심정이지만 대다수 기술자는 성실하고 자기 본분을 다하고 있다. 그들에 의해 지금의 대한민국이 건설 강국이 된 것이다. 태풍과 장마가 지나간 산마루가 이젠 더위에 지쳤는지 길게 누워있다. 모진 비바람을 견뎌낸 매미가 제철을 만났는지 울음소리가 간절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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