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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새끼’
심은일  |  cimdfj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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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호] 승인 2023.08.27  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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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은일 요리연구가

“거기 빨갱이 새끼들 조용히 안 해!” 놀랍게도 ‘빨갱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것은 30여 년 전 내가 ‘국민학생’이었던 시절이다.

어린 시절 몸이 약했던 나는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서 뛰어놀기보다는 교실 안에서, 책을 보거나 앉아있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데 새로 오신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웃고 떠드는 것을 정말 싫어하셨다.
 
“사내자식이 밖에 나가서 뛰어놀아야지 교실에서 뭐하노!”, “너희도 마찬가지야! 계집애들이 밖에 나가서 고무줄놀이 술래잡기를 하면서 뛰어놀아야지, 교실에서 시끄럽게 떠들면 되겠어!”,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체력은 국력이다” 전** 선생님께서 처음 오셨던 날을 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여기 전라도에서 전학 온 학생 있나? 손들어봐!” 교실은 조용했다. “그럼 할머님이나 할아버지, 삼촌이 전라도에 사시는 분이 있는 사람 손들어봐!” 그러자 예닐곱 명의 아이들이 손을 들기 시작했다. “자 손 내려~” 경직된 표정과 단호한 말투로 선생님은 말씀을 이어 나가셨다. 
 
“너희들은 갓난아기였을 적이었으니까 전혀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군인이었을 때에는 북한에서 무장 공비들이 전라도 광주에 침투해서는 광주 시민들과 경찰들을 공격했었다”, “이 선생님은 수많은 적으로부터 광주 시민들을 구해냈고 상도 많이 받았지 내가 때려잡은 ‘빨갱이’만 수십 명이야!”, “선생님 같은 사람들이 없었으면 너희 친척들은 북한으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당했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당시를 지금 회상해보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억센 부산 아이들이 타지에서 오신 선생님을 얕잡아 볼까 봐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일까? 당시에는 그 말을 듣고는 엄청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분은 학교 복도에 고학년생들이 전시해놓은 반공 포스터에 나오는 멋진 ‘국군 아저씨’였으며 우리들의 영웅이었다.
 
선생님께서는 ‘국가에 대한 충성’ 그리고 ‘민주주의’를 항상 강조하셨는데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력이 중요한데 국력은 바로 국민의 체력과 직결된다고 말씀하셨다.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쉬는 시간 또는 점심시간에 나가서 뛰어놀지 않는 학생은 ‘빨갱이’로 간주하였고 그에 따라 청소 당번을 맡게 되거나 매를 맞곤 했었다.
 
몸이 약해서 밖에서 뛰어놀지 못했던 나의 별명은 ‘빨갱이’였다. 코가 큰 친구는 ‘코쟁이’, 눈이 큰 친구는 ‘꺼벙이’, 이름이 태우였던 친구는 ‘물태우’ 등등 선생님께서는 학생들 ‘별명 짓기’를 아주 좋아하셨는데 30년이 훨씬 지난 요즘에서는 정말 상상도 못할 일들이다. 
 
우리들의 스승이자 ‘영웅’이었던 선생님을 항상 존경했었는데 나이가 들어 군 생활을 직접 경험하게 되면서 그분의 말씀들이 하나둘씩 거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1980년 5월에 희생당한 수많은 어린아이와 학생들까지 있다는 것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면서 잘못된 사상과 그릇된 생각으로 살아온 나 자신 또한 용서할 수 없다. 
 
요즘 들어 많은 분에게 “일본과 북한 중에 누가 더 나쁘냐?”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북한군’은 대한민국의 주적이고 ‘멸공’은 우리의 의무이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도발을 한다고 해도 그들은 나의 생계를 위협하지는 못하거니와 ‘북한군은 우리의 주적이지만 북한 주민은 우리의 주적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대답하기가 힘들다. 
 
나쁜 것은 ‘북한군’이지만 요즘 들어 ‘일본’이 더더욱 밉다. ‘일본 음식’으로 생계를 연명하면서 북한보다 일본을 더 미워하는 나는 ‘빨갱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30여 년 전 별명처럼 난 여전히 ‘빨갱이’로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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