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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진흙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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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호] 승인 2023.08.27  21: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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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부학회장 허북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옷에는 진흙 염색이 있다. 색깔이 검고 가죽 같은 질감이 있는 이 상품은 대부분 중국 광둥성(廣東省) 포산시(佛山市)에서 생산된 향운사(香雲纱)이다. 향운사에서 향(香)은 ‘아름답다’로, 운(雲)은 중국 남경에서 생산된 비단인 운금(雲錦)에서 유래된 것으로 중국 난징(南京)에서 생산된 비단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사(紗)는 엷고 가는 견직물이라는 뜻으로 굵은 명주라는 뜻의 주(紬)와 대비되는 글자이다. 따라서 향운사는 중국 난징(南京)에서 생산된 얇고 아름다운 비단이라고 할 수 있으나 시중에서 판매되는 향운사는 서랑(薯莨)이라는 식물의 덩이뿌리 추출물로 비단을 염색한 후 다시 진흙을 발라 철 매염(媒染) 한 것이다. 
 
중국에서 향운사의 역사는 약 1000년 정도 된다. 그 유래는 중국 포산시 순더(順德)의 주산자오(珠三角) 지역의 선조 어민(漁民)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민들은 그물을 뻣뻣하고 오래 사용하기 위해 서랑 즙액으로 염색했는데, 그 과정에서 어민들의 옷도 일부가 염색되었다. 
 
서랑 추출물에 염색이 된 옷들은 어망처럼 단단하고, 작업 과정에서 진흙이 묻게 되자 흑색으로 변하면서 윤이 났고, 입을수록 유연하고 내연성이 뛰어났다. 그 장점을 발견한 어민들은 그물을 염색할 때 옷도 한꺼번에 염색을 하였고, 이것은 주산자오 지역의 농민들에게도 전해졌다. 
 
과거 주산자오 지역은 많은 뽕나무가 많아, 비단 문화가 발달했다. 여자들은 베를 짜고, 남자들은 농사를 지었는데, 비단옷은 오랫동안 입으면 노랗게 변색이 되고, 주름이 잘 생기고, 일할 때 때가 잘 묻었다. 그래서 비단을 생산하는 농가들은 어민들로부터 서랑 즙액에 그물과 옷을 염색하는 기술을 배워 비단을 염색하였는데, 이것이 향운사의 유래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시작된 향운사는 중국 명나라 시대의 영락연간(永?年間, 15세기)에 귀중한 비단으로 해외에 수출되었다. 1920년대 전성기 때는 순더(順德)에만 500개 이상의 대형 향운사 건조 작업장이 있었다.
 
고급 비단으로 사랑받았던 향운사는 1960년대의 중국 문화대혁명 때 급격하게 쇠퇴했다.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것들은 모두 비판하고 조치를 취했던 중국 문화대혁명 이후 향운사를 제조하는 곳은 없어졌으나 고령자 중에는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향운사 원단을 갖고 있었다. 
 
이 향운사 원단은 고급원단이며, 아주 얇은 여름철 옷이었기 때문에 지역적으로는 광둥성, 푸젠성, 타이완 등 남쪽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고령자들이 갖고 있었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향운사를 결혼식 때 사용하거나 수의용으로 사용하였다. 향운사를 결혼 예복으로 사용한 이유는 결혼식 때 과거 부잣집 자손이라는 것을 뽐내기 위해서였다. 수의용으로 사용한 이유는 부잣집에 태어나서 이렇게 잘 살다가 세상을 하직한다는 의미에서 입었다. 
 
향운사는 잊혀졌으나 고령자들이 속에 수의용으로 보관해 두었던 것들이 1980년대 말에 홍콩 등지의 시장에 나오면서 대만의 패션 디자이너의 눈에 띄게 되었다. 대만의 패션 디자이너는 향운사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보고, 이 천으로 옷을 만들어 세계 무대로 올렸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향운사는 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수요가 증가하자 중국 불산시에는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해 2008년에는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 현재는 수천억 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향운사의 제조법은 서랑의 추출물을 견직물에 염색한 다음 이것을 건조 시키고 나서 진흙을 견직물에 바르고 1주일 이상 건조 및 수분 처리를 반복한다. 그다음 견직물을 강물에서 진흙을 씻어내고 견직물을 건조한다. 이 과정을 거친 견직물은 진흙 속의 철이 서랑 추출물의 타닌과 결합해서 검정색으로 된다. 그러므로 향운사는 진흙 염색이 아니라 진흙을 매염재로 활용한 염색물이다.
 
지금은 잊혔지만, 과거에 나주에서도 향운사처럼 진흙 매염을 했던 염색법이 있었다. 나주 반남면 대안리 출신 김준호 화백은 2016년 10월 9일 반남면 대안리 풍동마을에서 행해진 염색법을 제 해 주셨다.
 
김 화백에 따르면 1950년대 풍동마을에서는 밤나무 또는 상수리나무 가지를 물에 끓인 후 추출된 물에 옷을 염색한 후에 이것을 시궁창 같은 검은 흙에 넣고 발로 밟거나 뻘에 넣고 손으로 이겨서 염색하는 방법이 있었다고 했다. 뻘에서 꺼낸 것은 건조한 다음 물에 씻으면 쥐색이었으며, 바지 등으로 만들어 이용했다는 제보를 해 주셨다. 
 
풍동마을에서 행해진 진흙 염색법에 대해 김준호 화백은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며, 이것을 제보해 준 덕분에 나주의 진흙 염색은 국내뿐만 해외에서도 한국의 진흙 염색 전통 기술을 알림과 동시에 향운사처럼 역사적 자원과 발전 가능한 미래 자원을 갖게 되었다.
 
잊혀진 지역의 역사 자원과 풍습 등 조상들의 유산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은 진흙 염색처럼 오늘날 혹은 미래 세대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 도시 나주는 많은 구슬을 갖고 있으므로 그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들었으면 한다.
 
   
▲ 국내에서 향운사로 제작한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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