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북구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 부학회장

천연염색에서 염색 온도는 매우 중요하다. 낮은 온도에서 염색하게 되면 염색성이 떨어지고, 물 빠짐이 심하다. 염색이 잘 되게 하려면 온도를 높여야 하므로 염색 공단에는 굴뚝이 많다. 굴뚝은 실내에서 불을 땔때에 발생하는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만든 구조물이다.

염색공단에 굴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열원이 많이 필요 했다는 것을 나타내는데, 나주 원도심과 금천면에도 오래된 굴뚝이 몇 개가 있다. 나빌레라문화센터, 나주 박경중 가옥 인근, 금천면 촌곡리, 삼영동 부영아파트 옆에 있는 것, 나주 동점문 옆 하천 건너편에 있는 굴뚝이 그것들이다.

이들 굴뚝도 염색과 관련이 있을까? 나주 굴뚝 유산(遺産)의 면면을 살펴보면 염색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이 3개이다. 나머지 1개는 주조장, 또 한 군데는 통조림공장의 것이다. 염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는 박경중 가옥 인근에 있는 것인데, 과거 염색공장의 굴뚝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천면 촌곡리에 있는 것도 염색과 관련이 있다. 1971년 12월 5일자 조선일보에는 “복숭아와 배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나주군 금천면 삼거리-과수원에 에워싸인 마을에 들어서면 붉은벽돌로 쌓은 굴뚝엔 하얀 페인트로 쓰여진 ‘나주군원예협동조합 인초공장’이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라는 기사가 있다. 촌곡리에 있는 것은 인초 공장의 굴뚝으로 인초 염색과 관련이 있다.

나빌레라문화센터에 있는 굴뚝은 염색과 간접적인 관련이 있다. 이것은 옛 나주잠사에서 누에고치를 삶을 때 사용한 것으로 염색 대상인 섬유(비단)와 관련이 있다.

주조장 굴뚝은 삼영동 부영아파트 옆에 있는 것으로 옛 삼학소주 공장의 것이다. 고구마 등을 쪄서 알코올을 만드는 데 사용한 것이었다. 주조장 굴뚝은 이외에 철거된 것으로 나주도서관 인근에 있었던 포도주와 정종 공장의 것과 나주 버스터미널 뒤편 세왕아파트 앞에 있었던 소주 공장에도 있었다.

통조림공장의 굴뚝은 동점문 옆에 있는 옛 화남산업(和南産業) 공장에 있는 것이다. 화남산업은 이전에 금천면 일대에서 생산된 배와 복숭아를 통조림으로 만들기 위해 1938년에 설립된 다케나카 통조림 제조소(竹中缶詰製造所)였다. 이곳에서는 쇠고기 통조림도 만들었다.

굴뚝 유산만 놓고 보면 나주는 양조, 염색, 인초공예(화문석), 비단, 배와 복숭아 통조림이 유명했었음을 알 수 있다. 남아 있는 굴뚝은 이처럼 흘러간 시간의 오브제와 랜드마크 역할을 하면서 각자의 상상력에 의해 과거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한다.

이들 굴뚝을 자세히 보면 높이, 폭, 모양, 각도, 쌓는 기법 등 건축학적으로도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특히 굴뚝에서 드래프트(draft)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높이는 각각 다르다.

굴뚝은 연기를 옥외로 보내는 것만이 아니라 드래프트를 일으키는 기능이 있다. 드래프트는 굴뚝 내의 공기와 외부 공기의 온도 차에 의해 만들어진 상승기류가 연기 배출을 촉진하는 것에 의해 불이 잘 타도록 하는 것이다.

드래프트를 좌우하는 것은 ① 굴뚝의 수직성, ② 굴뚝의 높이, ③ 연소 온도이다. 굴뚝이 수직으로 되어 있을 때, 연소 온도는 높을 때, 굴뚝 높이는 충분하게 높아야 드래프트가 잘 일어나고, 연기가 실내로 역류할 우려가 적어진다.

굴뚝의 높이는 연료를 태우는 곳의 규모가 클수록 높아야 드래프트가 잘 일어나므로 굴뚝의 높이를 통해서 당시의 공장 규모와 산업적 특성을 알 수가 있다.

따라서 나주에 남아 있는 굴뚝 유적은 나주 비단 및 천연염색의 정체성과 더불어 과거 나주의 산업과 장소적 특성, 공장 유형과 규모, 건축 조형물, 특산물 등을 알 수 있는 열쇠와 같은 존재이다. 가능하다면 상세한 조사와 보존 대책 마련 및 콘텐츠를 만들어 나주를 알고, 나주의 과거로 시간 여행하는데 필요한 등대처럼 활용되길 바란다.

▲ 옛 화남산업 공장에 있는 굴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