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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죄 많은 소녀’를 보고
김현 객원기자  |  kimhyun1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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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호] 승인 2023.06.26  00: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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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 객원기자

영화는 한 소녀의 자살에 대처하는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묘사하며, 경민의 죽음에 대하여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자기들의 죄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영화는 죄 없는 예수에게 십자가 형벌을 내리며 본인이 책임이 없음을 표시하기 위해 손을 씻었던 본디오 빌라도 같은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보여준다.

경민은 영희와 함께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며 키스하고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삶을 마감하려는 계획은 원래는 영희가 계획했던 자살 방법이었지만, 경민의 죽음으로 영희는 자기의 방법을 먼저 실행해 버린 경민에 대한 실망과 원망 섞인 감정을 가지고 자기에게 책임을 묻고 죄를 전가하려는 주변인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추슬러간다.

경민의 시체를 찾지 못해 수색하는 경찰들, 경찰들과 함께 경민이 뛰어내린 곳에서 경민의 주검을 기다리는 아빠 엄마의 모습 중 카메라는 유독 엄마의 모습을 더 세밀하게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경민이가 자라는 동안 바쁜 일상으로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한 엄마의 죄의식을 보여주기 위함인듯하다.

죽기 전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어려움에 부닥쳤었는지 몰랐던 엄마는 자기의 책임과 죄의식을 영희에게 전과하며, 영희에게 너 때문에 내 아이가 죽었다는 식의 행동을 통해 자기 죄를 외면하려 한다. 이런 엄마의 심리적 묘사는 반 친구들을 통해서도 묘사된다.

경민은 성적이 우수하고 부모의 좋은 직업으로 선생님들이나 학교 관계자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아이이다. 자살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학교 관계자들의 얘기와는 다르게 경민은 힘겹게 학교생활을 견뎌온 듯하다.

반 친구들의 시기 질투에 의한 따돌림으로 친구 하나 없이 외로웠던 경민은 영희를 통해 위안을 얻었고, 입맞춤으로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한 영희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며 작별 인사를 한다.

반 친구들은 경민이 자신들의 따돌림으로 죽었을 것에 대한 책임과 죄의식을 영희에게 전가하며 폭력을 행사함으로 자신들의 죄를 영희에게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을 옭아매는 죄책감으로부터 해방구를 찾으려 한다. 경민의 장례식장에서 영희에게 폭언하던 담임도 이들과 함께 영희를 죄인으로 몰아세우며 단죄한다.

과연 영희가 가혹하게 이들의 모든 죄를 담당할 만한 큰 죄를 지은 적이 있었던가? 왕따를 했던 친구들의 죄, 일에 집중하느라 자식에게 무관심했던 엄마,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며 일상사의 공유보다는 본인의 성과가 중요했던 담임, 이 모든 이들의 죄를 한 소녀에게 전가하며 본인의 책임을 면하려 했던 사람들과 대조적으로 모든 이들의 죄를 어깨에 무겁게 지고 가는 소녀의 마지막 모습에서 소녀는 얼마나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경민과 함께 지났던 길을 지나며 자신의 마지막 가는 길에 어떤 생각을 하며 그 길을 걸었을까?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양의 모습처럼 이 한 소녀는 주변인들의 죄를 어깨에 지고 힘겨운 걸음을 옮겼다. 경민의 엄마와 마지막 식사를 하며 자기 죽음을 예고하고, 경민이 뛰어내린 다리를 향해가는 소녀의 죽음을 향한 순례는 함께하는 이 없는 외로운 죽음이지만, 자신이 죽고 난 뒤 그들의 죄를 마주하며 인간다운 성찰의 시간을 갖길 바라는 자기희생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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