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수필
四海躍進! 부산 국립 해사고 추억 첫 번째 이야기
심은일  |  cimdfjk@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853호] 승인 2023.04.24  00:58:1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 심은일 요리연구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바다를 꿈꿨을 것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과 높게 날아오르는 갈매기 그리고 시원한 바람과 뜨거운 태양 아래서 우리의 젊고 젊다 못해 어리고 순수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 간혹 떠오를 때면 지금도 괜스레 눈물이 고이고 가슴이 벅차오르곤 한다. 

점심 영업이 끝나고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몇 번이나 찍혀있었다. 
 
“네~ 전화하신 분 누굽니까?” “거기 해사고 22기 심은일씨 맞습니까?” “네 그런데요?” “나는 4기 ***다!” “네! 반갑습니다. 선배님!”
 
짧은 전화 통화를 끝내고 ‘부산해사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이름으로 30대~60대 청년들이 한 달도 되지 않아 한곳에 모였다.
 
고향이 각기 다르다 보니 말투도 성격도 하는 일도 모두 달랐다. 하지만 같은 학교 동문이라는 점과 생에 첫 직장을 외항선 선원으로 시작했다는 점 하나만은 같았다. 난생처음 보는 얼굴과 목소리들이지만 그저 서로 반갑기만 하다.
 
고졸 학력으로 우리는 모두 19살이 되기도 전에 선원 생활을 시작했다. 
 
[국립 부산해사고등학교]는 졸업과 동시에 병역면제 + 몇억에 달하는 돈 + 커리어까지 챙길 기회가 주어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자살, 실종, 각종 사건 사고도 많은 것을 제외하고도 힘든 점은 무수하게 많다. 배 타고 있는 내내 휴일이 없기 때문이다. 배는 1년 365일 24시간 돌아가야 하므로 보통 사람의 체력과 정신력으로는 버티기가 정말 힘들다. 거기에 승선하는 선박의 연식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스펙이 부족한 선원들과 함께 배정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속된 말로 몸이 축나고 정신적으로도 정말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영어도 겨우 몇 마디밖에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과 좁은 선실에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부대끼면서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 
 
3년이라는 기간을 채우면 병역의무를 종료한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좋아 보이지만…. 요즘 들어 3년을 못 채우지 못하고 나머지 기간을 군에 가서 남은 복무 일수를 채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최전방 GOP 근무 + 공장 3교대로 한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들 하는 것처럼 외로움과 열악한 근무환경을 비유하곤 하는데 실상은 더더욱 참혹하다. 
 
더욱이 3등 항해사, 3등 기관사일 때는 오전 8시~12, 저녁 8시~12시, 하루 8시간 근무를 하는 것으로 알고들 있지만, day work 라고 칭하는 낮일 작업에 투입되기 때문에 하루 12시간을 일한다고 보면 된다.
 
거기에 아침 식사 시간 교대라는 이름으로 아침 7시까지 밥을 먹고 1시간 일찍 교대해 주어야 하고 12시까지 근무지만 새벽 근무자가 늦게 나오거나 인수인계해야 할 사항이 긴급상황이라도 발생한다면 하루 14시간에서 16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만 18세, 19세 어린 학생들이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마자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해외 선박에 몸을 싣고 하루에 12시간 이상의 중노동을 하면서 최저임금보다 못한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도 각종 허드렛일과 고된 작업을 해내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었다.
 
그런 우리 부산해사고등학교 동문들은 누가 뭐래도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멋진 사나이들이다.’ ‘四海 躍進‘(사해 약진)이라는 모교의 휘문처럼 바다 한가운데 뚝 떨어져도 사방으로 뻗어나가겠다는 웅장한 기개와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진 나는 오늘도 손님들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인사를 드리며 초밥을 만들고 있다. 
 
*국립 부산해사고등학교 : 해운계 특수 목적 고등학교이자 마이스터고등학교이다. 
심은일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더불어민주당 나주·화순 국회의원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2
학교 공간을 생각한다
3
공무원들에게 고향사랑기부금 강요한 나주시
4
30. 봉황면 철야마을
5
직원들과 소통이 필요한 ‘더 큰 나주 아카데미’
6
아무런 변화 없는 민선 8기 나주시
7
나주시 총무과장은 민원 해결사(?)
8
뇌물 사회학
9
영산동 관내 5개 통 통장들 뿔났다
10
나주시 인사발령 2023.9.25.자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전남 나주시 빛가람로 685 비전타워 206호 나주투데이  |  대표전화 : 061)334-1102~3  |  팩스 : 061)334-1104
등록번호 : 전남 다00334   |  발행인 : 윤창화  |  편집인 : 이철웅  |  e-mail : njt2001@hanmail.net
Copyright © 2013 나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