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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긴 그림자
홍관희 시인  |  hongsiin3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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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호] 승인 2023.04.24  00: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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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호등 불빛이 바뀌자
  할머니 조심조심 길을 걸어오십니다

  그림자 위에 누가 타고 있는 건지
  그림자가 너무 길어서인지
  할머니의 발걸음이 조심스럽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유난히 긴 그림자가
  할머니 뒤를 잡고 따릅니다
  할머니 살아오신 세월만큼이나 기다랗습니다

  할머니의 그림자가 이렇게 길어진 건
  아버지와 고모 삼촌에게 드리운 어두운 그늘들을
  할머니께서 모두 거두어
  홀로 끌고 다니시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할머니 뒤를 잡고 따라오는 기다란 그림자 속으로
  아버지도 고모도 삼촌들도
  함께 오고 계십니다

  할머니 기다란 그림자 속에는
  내 모습도 보입니다
 
  홍관희 시집 『사랑 1그램』, <걷는 사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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