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칸트는 ‘양심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도덕의 재판소’라고 했다. 그리고 다산 정약용은 그가 미래를 향한 3불 후, ‘입덕, 입공, 입언’ 강론에서 특히 입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입언은 ‘인간의 내면세계를 창조하는 양심의 기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세태를 보면, 양심의 기둥이 없는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뱉은 말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안겨주었음에도 지나고 나면 사리에 대한 언행은 흔적도 없이 실종되고 양심의 가책은커녕, 재수가 없어서 자기만 걸렸다고 어처구니없는 항변을 한다. 

 

네덜란드 인문주의 신학자 에라스뮈스는 ‘어리석음의 찬미’라는 책에서 그리스 비극 시인 에우리피데스의 말을 소개했다. 「인간은 두 개의 혀를 가졌다. 하나는 진실을 말하는 혀, 또 하나는 상황에 따라 말하는 혀로 사실관계는 안중에도 없다」란 말이다. 

 

정치는 ‘말(언어)의 선택’이라고 한다. 정치인은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 수많은 생각을 거듭해야 한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자신이 뱉은 말과 선택이 바로 자신의 이미지이고 본인의 철학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풍자적인 요소로 권력이나 물질의 힘에 이끌려 잘못된 선택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멍게의 뇌’란 말을 하곤 한다. 멍게는 자기가 안착할 곳을 찾으면 아무런 고민이나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뇌를 스스로 먹어버린다. 한 마디로 순간에 안주하여 더 좋은 선택, 더 좋은 경험을 하기 위한 고민과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풍자는 존재적 삶의 현실에 대해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치인 또한, 늘 선택에 대한 무게(두려움)가 있어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 선택은 12만 나주시민을 위태롭게 만드는 결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나주시는 민선 8기 시정과 함께 제9대 나주시의회가 개원하여 새롭게 출발한 지도 어느덧, 8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새로운 시작에 맞춰 우리 나주도 그동안의 낡은 틀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정치유형을 제시하면서 새 정치의 표본을 만들기 위한 절차로 신선한 충격과 변화를 주어야 한다. 

 

하나의 예로 지방의원 고유의 권한 중 하나인 조례나 정책 제안을 함에 있어도 의원 스스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기준은 생각하는 정의이며, 생각이 없는 자는 정의를 가질 수 없다. 조례나 정책 제안도 자신이 아닌, 12만 나주시민을 위해 양심을 기반한 선택의 문제이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밀접하게 소통하는 지방의원은 특히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험성적을 조작할 수는 있어도 시민의 눈과 생각을 조작할 수는 없으며, 민심이 담긴 이념은 그 무엇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느덧, 영산강에도 자연의 섭리대로 봄이 다가왔고, 금성산에도 초록이 푸르러지고 있다. 봄은 잉태의 계절이기도 하다. 산은 붉고, 물은 면경처럼 맑은 산자수명한 금성산의 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