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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방어선이 무너지자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나주경찰서에서도 국민보도연맹워을 소집하기 시작했다. 국민보도연맹 자수기가을 정하자 제 발로
경찰서를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소집에 응하지 않은 보도연맹원은 경찰이 다도, 봉황, 세지, 동강, 왕곡, 공산 등 나주 전역에서 잡아 들여 경찰서 구치소와 영산포읍
소재지 공회당에 가뒀다. 소집한 지 하루만인 7월 21일 각 지역에서 잡아온 보도연맹원들이 300여 명에 달했다.
곧바로 그 날 밤 9~10시 사이에 나주경찰서는 이들을 8톤 트럭 4대에 실어 동수동 온수골로 끌고 갔다. 학살현장에서 100미터 떨어진
곳에 살았던 봉진호씨(86새, 동수동)는 이날 트럭에 실려 온 보도연맹원들을 현장에서 목격하였다.
"밤 10시나 됐을 거야. 그때 우리 집이 도로 가에 있었는데, 밤늦은 시간에 악쓰는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왔지. 큰 트럭 4대에 빼곡이
사람들이 실어져 있는데, 청어 엮듯 전홧줄로 묶여 있더라구. 트럭에 탄 사람들이 얼마나 분하고 원통했던지 악쓰는 소리가 산천이 떠나 갈
정도였어.
죽으로 가는 줄 알고 악을 써대는데 나도 모르게 소름이 오싹해. 1주일 전에 경찰 10여 명이 마을에 와서 구덩이를 파더니만 그 옆에 못
오게 하더라구, 그때 짐작은 했어.
트럭이 온수골에 멈추더니 트럭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총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한참 후에 그 곳에서 불이 솟구치는데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 사람들을 죽이고 그 위에 석유를 뿌린 거야.
그 불이 3일 동안 탔어.(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그 자리에 내 사촌 종제도 있었거든,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시체를 찾으러 가족들과
함께 나도 그곳에 갔는데, 정말 참혹했어. 그때 총에 맞으면 부은다는 걸 알았으니까.
300여 명의 시신들이 구덩이에 뒤섞여 있는데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어 찾을 길이 난감해. 시체는 부어있고 온몸이 알 수 없게 타버려
소지품과 반지, 혁대, 신발, 이빨 모양 등이 유일한 방법이었어.
시신을 찾으러 그곳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더니 5일장을 방불케 했으니까. 이날 유가족들의 아우성이 근동을 뒤흔들릴 정도였어."(봉진호
86세, 동수동, 2000년 인터뷰)
"그때가 여름이여서 가마니를 깔고 도롯가에 앉아 있는데, 트럭 소리가 들려. 트럭에서 내린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는데, '무엇이
잘못이냐?'고 싸우는 소리가 들려.
그러더니 총소리가 나. 이틀 후에 가보았더니, 구덩이 3곳에 사람들이 매장되어 있더라고. 유족들이 와서 구덩이를 파 보니까 총에 맞아 죽은
사람보다 흙에 매장되어 죽은 사람이 많더라고 2곳의 구덩이에 나온 시신들은 유족이 찾아갔는데, 나머지 한 구덩이는 국방색옷과 농구화 비슷한
신발을 신은 시체들이었어.
우족이 없어서 그 구덩이는 그대로 흙으로 다시 덮어버렸어. 그 날 한 사람이 살았다는 소문이 있어 차가 올라가는데 묶인 채 아래 논으로
굴러 떨어진 거지. 그래서 그 날 저녁에 인원파악을 여러 번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니까.
국방색 옷을 입은 시체들의 손은 구멍을 뚫어 철사로 묶었을 정도로 잔인했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이곳이 과수원이 되었는데, 과수원을
조성하면서 구덩이에서 나온 유골들을 제게로 지어서 산으로 날렸어,"(정상채, 76, 동수동)
"5월경에 마을에 경찰이 들어와서 보도연맹원들을 트럭에 실어 데리고 갔지, 그때 아마 회의가 며칠 몇 시에 있다면서 주민들을 마을 앞으로
집합시킨후 보도연맹원들을 차에 실었어. 봉황면 각 마을에 10여 명 정도가 차에 올라탔지.
선동마을 서씨는 차에 올라타면서 '죄라고는 농사지은 죄밖에는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모친을 안심시키고 떠났지만 온수골에서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어."(김영태, 당시 20세, 봉황면 철천리, 2000년 인터뷰)
동수동 온수골에서 300여 명이 처참하게 학살되자 이곳 명칭 또한 '원수골'이라는 이름이 새로 생겨났다.
이곳에서 숨진 사람들 가운데 200여명 나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었다면, 나머지 100여명은 인민군 복장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때 빨치산
활동을 하다 잡혀 온 것으로 판단된다.
인민군 복장을 한 이들은 두 손을 뒤에서 묶은 후 굵은 철사로 손가락을 뀌고, 거기에다 오랏줄로 다시 묶여 있었다.
"인민군 복장을 한 사람들은 7~8m 넓이 정도의 구덩이에 함께 묻혔으, 이들의 유가족은 나타나지 않아 그대로 매장했다.
3일 전에 경찰들이 이곳에 구덩이를 파기에 뭐하러 파냐고 물으니까 공산당 오면 숨어있다 기습한다고 이야기를 해. 우리는 그때 전쟁이 일어
난지도 몰랐어."(정상채. 당시 20세, 동수동)
"학살이 자행되고 3일 정도 지난 후, 여기저기서 유가족들이 온수골을 찾아왔어, 대부분 시체를 가져 가려고 손수레를 준비했지, 손수레에서
흘러내린 시체 섞은 물이 도로에 떨어져 1달여 동안 그 냄새가 진동했지.
그러나 그 냄새보다는 찾아가지 않은 시체들의 섞은 냄새가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로 지독했어, 우리 마을에 사는 나씨는 그때 영산포읍
공회당에 수감됐었는데, 학살 하루 전날 자신의 몸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해 새에 빠져 죽어 유족들이 며칠 후 찾아왔어, 그때 돈이 조금 있으면
우익, 생활이 찍어지게 가난하면 좌익으로 못을 박았었지."(봉진호, 동수동)
봉황면에서 보도연맹원으로 끌려가 온수골에서 숨진 양씨(당시 29세)는 부친이 직접 가서 아들을 보도연맹원에 가입시켜 아들을 죽게 하였다.
양씨의 아버지는 일본에서 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6년 전 가족을 데리고 봉황면으로 들어와 살게 되었다.
한국 실정을 몰랐던 양씨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이 "아들이 잘되려면 단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 아들을 보도연맹에 가입시켰다.
아들이 죽자 양씨의 부친은 독자를 자신이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병원생활을 하다 운명을 다했다.
"당시 보도연맹은 좌익이 아니라 반정부정적인 성향이 약간 있는 사람들, 또는 그들과 친했던 사람들에게 강제로 가입시켰던 단체였어, 따라서
온수골 희생자들은 전혀 엉뚱한 사람들만 희생된 것이지."(박지도, 향교동, 반공연맹원)
집단학살이 자행된 2~3일 후 나주 전 지역에서 시신을 찾아가기 위해 유족들이 동수동 온수골로 모여들었다. 시신들이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자 넋을 잃은 채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소지품과 이빨, 혁대 등으로 시체를 확인해 수습해 가는 유족들이 많았다.
보도연맹원 학살요인
보도연맹원을 대량으로 집단학살한 것은 보도연맹원이 인민군에 가담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것에 대한 예방수단으로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한 '예방수단'은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우선 인민군이 서울에 들어오고 이승만 정권이 무력해졌는데도 각각의 지역에 인민군이 들어오기 전에는 이렇다할 후방교란이나 소요, 폭동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만큼 남로당은 인민한테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였고 조직이 부실하였으며, 무모한 모험주의 활동으로 쇠진할 대로 쇠진해있었던 것이 기본
요인이었다. 그것은 또한 보도연맹원들이 그러한 폭동, 소요, 교란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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