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균 평통사 공동의장

지난 10월 29일 서울 한복판 이태원 좁은 길에서 우리의 젊은이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부상을 당한 큰 참사가 일어났다.

오랜 코로나19의 제약에서 벗어나 핼러윈데이(Halloween Day)를 즐기기 위해 젊은이들이 몰려나왔다. 어떠한 교통통제도 없는 좁고 경사진 골목길에서 엉키고 눌려 초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깔린 사람들을 빼내려고 구조대와 시민들이 안간힘을 썼지만 불가항력이었다.

1시간 넘도록 생지옥 상태가 지속되었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이들이 의식을 잃고 압사당했다.

사고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은 사람이 45명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에서 생명을 잃은 젊은 영혼들을 추모하면서 유족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드린다.

과연 누가 이태원 참사에 책임이 있는 것일까? 10만 이상의 인파가 몰려들 것을 예상했으면 ‘일방적 통행로를 만들어 동선을 정리’‘이태원역을 무정차 통과시켜 인파를 분산’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행정당국은 전혀 무방비 상태였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실 이전 결과, 용산경찰서로서는 대통령 경호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 출퇴근에 투입되어 야근까지 고충을 겪고 있는 경찰 인력이 700명, 마약ㆍ성범죄 단속에 투입된 경찰이 200명, 그 외 안전요원은 사실상 부재상태였던 것이다. 사고 책임에 관한 여·야간의 공방이 격렬하다.

애타는 시민들의 구조요청에도 경찰과 정부는 응답하지 않았다. 헌법 제34조 6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참사 당시 윤석열 정부는 ’재해를 예방하지도 않았고’‘그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지도 않았다.’시민들이 이태원 골목에서 압사당해 죽어갈 때,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청, 서울시, 행정안전부장관은 이 위급한 사실을 보고조차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인 윤석열이다. 

2014년 진도 해상에서 세월호가 바다로 가라앉는 것을 구조하지 않고 지켜보았던 이 나라에서, 또다시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재난에 대한 국가의 위기관리 체계는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참사가 발생하기 약 4시간 전인 저녁 6시 34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시민들의 신고가 112신고센터에 10건도 넘게 접수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 수뇌부는 5시간이 지나서야 관련 보고를 받는 등, 경찰 지휘 본부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였다.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참혹한 죽음 앞에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재난을 막았어야 할 책임자들은 무책임한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하면서,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 한덕수는 외신기자들 앞에서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그 몰상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핼로윈 참사 관련 질의응답이 오간 국정감사 도중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를 남긴 대통령실 홍보수석 김은혜의 작태를 온 국민이 보았다. 윤석열 핵심 측근들은 뻔뻔함을 넘어 국민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국민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112 신고 대응을 문제 삼아 지휘책임자를 제쳐두고 일선 경찰에게만 책임을 넘겨서는 안 된다. 아니 이태원 참사의 예방과 구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행안부장관이 수사와 진상규명의 콘트럴 타워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불성설이다.

‘10.29 참사’책임론과 함께 야당의 사퇴 압박을 받는 행정부 장관 이상민은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냐”고 말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책임을 묻되 행안부장관과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참사의 윗선 책임자들부터 당장 파면 조치해야 할 것이다. 

이제 10. 29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아울러 국정조사 그리고 재난 안전 메뉴얼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다시는 이 땅에서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 국민이 이 나라의 주권자로서 국정을 감시해야 한다. 나아가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와 행정안전 당국, 언론, 시민단체가 나서서 또다시 이 같은 불행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자의 사명을 감당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