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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머시기》 이어령(지은이)“Word가 World를 바꾼다”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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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호] 승인 2022.05.02  00:3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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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영면한 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2001년 이화여대 퇴임 고별 강연부터 2014년 세계번역가대회 기조 강연까지 언어를 주제로 한 대중 강연과 대담을 모은 책이다. 이 책에는 이어령이 최초로 책을 접했던 어린 시절부터 시인, 소설가, 평론가, 기호학자, 문화기획자, 교육자, 장관 등으로 활동하며 언어의 힘에 천착해온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거시기 머시기’는 막연한 언어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더듬는 과정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단어이다.

“나, 눈먼 사람이에요. 나를 도와주세요”라고 적힌 사인보드를 들고 선 시각장애인에게 돈을 주는 사람이 없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사인보드를 수정해줬더니 갑자기 돈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너무 멋진 날이에요. 그런데 난 그걸 볼 수가 없어요.”같은 상황을 다르게 표현하기만 해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사례다. 이것이 언어의 힘이다.

   
 

2022 2, 그의 몸은 닫혔다. 동시에 그의 세계는 더 크게 열리고 있다. 이어령의 언어에 관한 생각, 그리고 그 생각의 뿌리를 엿볼 수 있는 강연이 다시 시작된다. 이어령이 80년 독서와 글쓰기 인생에서 길어낸 언어적 상상력과 창조의 근원을 담은 책 《거시기 머시》가 출간됐다.

시인, 소설가, 평론가, 기호학자, 문화기획자, 교육자, 장관으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종횡무진 활동해온 이어령의 여정 중심에 ‘언어’가 있었다. 이해력과 상상력을 끌어올리는 단 두 마디 거시기 머시기의 마법부터 죽음을 통해 생을 말하는 모순과 역설의 미학, 소통 불가능한 세계를 지배하려는 번역의 욕망, 그리고 디지털 시대 집단 기억 장치로서 영원히 남을 책이라는 보물까지, 이 책에 실린 총 여덟 번의 강연은 일생 언어의 힘에 천착해온 이어령의 글쓰기 인생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언어가 병들면 세계가 병든다. 선동하는 언어에 부화뇌동할 때 나의 세계도 무너진다. 언어의 세계 속에서 창조력 상상력을 발휘할 때 나의 세계를 설계할 수 있다. ()의 최전선에서 ‘디지로그’‘생명자본’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온 이어령 80년 인생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 ‘언어’의 무한한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해력과 상상력은 끌어올리는 애매어, ‘거시기 머시기’. “이쪽은 암시하고 저쪽은 짐작한다. 단 두 마디 말로 서로의 복잡한 심정과 신기한 사건들을 교환할 줄 안다.

 저자는 막연한 언어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더듬는 과정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는 이 단어를 아름답다고 말한다. 우리가 그간 좌익과 우익, 순수문학과 참여문학 등 명확한 언어로써 편 가르기 해왔음을 보여주고,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가위바위보’, 새이며 쥐인 ‘역()박쥐’처럼 관계와 융합에 더 골몰해야 함을 피력하는 것이다. ‘거시기 머시기’라는 단어로 말로 다할 수 없는 상태까지 포용할 수 있다.

이 책을 편집하고 있을 때 이어령 선생은 영면에 들었다. 머리말을 집필하지 못했기에 표제 ‘거시기 머시기’의 의미를 풀어낸 201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주제 강연 <집단 기억의 잔치 카오스모스의 세상>을 이 책의 ‘여는 글’로 삼았다.

그리고 본문의 제7장 ‘2014년 세계번역가대회 기조 강연’은 선생이 정리한 강연 원고 외에도 현장 강연 녹취록을 부록으로 실어 실제 강연의 생생함을 독자가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투병 중에도 제목을 고르면서 세상에 나올 자신의 ‘책’에 마지막까지 열정을 쏟은 선생은 이미 그 자체로 ‘책’이었다. 선생의 유작을 펼치는 독자가 이어령이라는 이 시대의 흥미롭고 방대한 책을 거시기하여 저마다 머시기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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