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오늘은 韋編三絶(위편삼절)이라는 고사를 만들어낸 공자가 가장 애독했다는 주역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TV 토론회 과정에서 대통령 후보감이 전혀 아니라는 듯 야릇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가로저은 당사자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견마지로를 아끼지 않겠다며 전격 단일화를 발표하자 뜻 있는 시민들은 역시 ‘철수’는 또한 ‘철수’구나하는 냉소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개그 프로에서도 볼 수 없는 잦은 안철수의 정치적 철수는 안철수 당사자에 국한된 천박한 철수로 끝나는 사태가 아닌 가뜩이나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가중된 와중에 또다시 화약고를 불을 붙였다는 점에서 퇴행을 부른 정치적 죄인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주역’의 革卦(혁괘)에 대인호변(大人虎變), 군자표변(君子豹變). 소인혁면(小人革面)이라는 말이 나온다. 호변이란 호랑이가 가을에 털을 갈고 나면 가죽의 아름다운 빛을 더하는데 대인은 천하를 혁신하여 모든 것이 새로워지게 함을 뜻한다. 군자 또한 가을이 되면 표범의 그 털이 선명하고 아름답게 변하듯 면목을 일신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혁면’은 무엇일까? ‘혁면’의 직역은 낯빛을 바꾼다는 의미인데 오늘의 철수에서 안철수의 혁면은 권력을 위해 낯빛을 바꿨다는 점에서 대인이나 군자는커녕 사익에 목을 매어 이합집산을 즐기는 소인배라 부르기에도 차마 민망하다. 아이들 보기 흉하다는 의미이다.

참고로 주역은 단순 길흉화복을 점치는 점쟁이들이 보는 책이 아니라, 군주 더 나아가 황제 그리고 聖人(성인)의 학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공자가 주역을 얼마나 애독했던지 주역을 엮은 그 질기다는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끓어졌다는 것이다.

우리 선비들이 수신제가했던 가장 큰 목적은 출사하여 탐관오리가 아닌 훌륭한 목민관이 되기 위함이었다. 선비들의 굳건한 기상은 백범 김구 선생이 가장 좋아했다는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라는 한 편의 시에서 잘 나타나 있다. 여기에 인용하자면 ‘눈 덮인 들판을 밟아 갈 때는, 모름지기 오랑캐처럼 어지러이 가지 말라. 오늘 내가 간 발자취는 뒷사람이 밟고 갈 길이 된다’에서 안철수의 ‘철수’와 비교해 보면 탐관을 위하여 오랑캐처럼 백설이 덮인 대지를 갈지자로 어지럽게 걷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혁면’을 좋아하는 정치인 안철수는 ‘새 정치는 낡은 정치와 싸우는 것이다. 정치는 세상을 바꾸는 일인데 오히려 세상이 바뀌는 것을 막고 있다. 새 정치는 세상 바뀌는 것을 막는 기득권 정치와 싸우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민주당은 기득권의 낡은 정치이고 윤석열의 국민의힘이 새 정치의 搖籃(요람)이냐는 항변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 할 수 있을 것이고, 국민의 정치의식을 얕잡아보는 안철수의 오만이 부른 자가당착에서 온 ‘철수’가 정답일 것이다.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총명하다’는 말이 있다. 줄여 지우책(至愚責)이라고 말하는데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안철수의 철수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또한, 정치적 지지 여부를 떠나 안철수와 같은 조개석변들이 정치를 하게 되면 국가와 국민이 불행해 진다.

윤석열을 향해 대통령 후보로서 능력이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은 당사자 안철수의 윤석열지지 선언이 오는 대선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일이지만 안철수의 정치생명에 사형선고는 이제 의식 있는 국민의 몫이 되었고, 史草(사초)에는 奸人(간인) 또는 모리배라 적시 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