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나주시장 선거를 앞두고 지난 2월 26일 한 날, 민주당 후보를 앞세운 4명이 동시에 출판기념회를 개최한 보기 드문 진기록은 나주지역에서 한동안 쉽게 깨질 것 같지 않다.

지난 2월 26일 혁신도시에서 강인규 나주시장은 ‘아무도 가지 못한 길에 서다’라는 책을 출판한 기념회, 그리고 원 도심 성북동에서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출간한 강백수 나주시장 후보 출판기념회, ‘나주노트’의 송일준 후보 출판기념회, ‘살림 잘하는 남자’라는 책을 출판한 윤병태 나주시장 후보가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는데 4곳의 출판기념회를 둘러본 민주당 원로당원의 관전평이 흥미롭다.

가장 순수한 출판기념회를 들자면 강백수 후보에 만점을 주고 싶고, 가장 격 높은 출판기념회는 송일준 후보 그리고 정치적 흥행은 강인규 시장 출판기념회를 꼽고 싶고, 윤병태 출판기념회는 나름의 노력이 돋보였다는 개인 소견이었다.

여기서 김병주 나주시장 후보는 자신도 주변에서 출판기념회 개최를 희망했지만, 이재명 대통령 후보 당선을 위해 분초를 아끼겠다는 소신으로 뜻을 접었다는 당당함이 백미다. 

여기서 주목할 일은 저명인사 또는 학자, 문인 아니면 사업가로 성공한 사람 등의 출판기념회와는 성질이 전혀 다르게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두 가지 속내를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정치적 흥행몰이 그리고 후원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있다.

여기서 출판기념회가 당해 선거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나주지역의 대표적 사례를 들자면 지난 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병원 후보는 ‘미래의 둠벙을 파다’라는 책을 들고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정확한 참석인원은 중구난방이지만 줄지어 끝없이 늘어선 관광버스와 5,000여 명의 인파가 모였다 하여 김병원 후보가 나주·화순 국회의원 후보 경선 과정에서 승기를 잡은 듯 보였었다.

이어 조금의 시차를 두고 이에 뒤질세라 신정훈 당시 후보 역시 ‘지방에도 희망이 있는 나라’라는 자신의 원대한 포부를 담은 책을 출간,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면서 맞불을 놓았는데 김병원 후보에게 ‘세’에서 약간 뒤진 듯 보였지만 결국 경선에서 최종 승리자가 된다.

역설적으로 선거 전략상 세 규합과 흥행에 일정 성과는 몰라도 그 이상의 의미는 가질 수 있겠냐는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출간 즉, 책을 집필할 정도의 당사자들의 文力(문력)에 전부는 아니겠지만 궁금증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철이면 자서전 또는 에세이 형식의 대필 작가들이 호황을 누린다는 부분에서도 돈이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출판기념회를 부채질하기도 하는 것 같아 보기에 따라서는 씁쓸한 면도 있다.

豹死留皮 人死留名(표사유피 인사유명), 누구나 한번쯤은 들었을 유명한 말이 있다. 직역하자면 표범은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留名(유명) 즉 이름을 남긴다는 말인데 자신이 집필한 책이라면 史草(사초)에 버금가는 막중한 책임을 함께 가져야 한다. 진실이 결여된 미사여구는 사이비라는 의미이다.

또한, 여기서 虎皮(호피)나 豹皮(표피)에 정치인 누구든 주목해야 한다. 호랑이는 태어날 때부터 색깔이 선명하지만, 표범은 성장하면서 털 색깔이 선명하게 들어난다, 절차탁마하여 나주지역을 곧추세워주길 바란다는 의미에서다. 정치를 위한 출판이 아니더라도 할 일은 많다.

이웃을 위한 선량한 마음이 우선이라면 완장이 뭔 대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