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동물사회가 아닌 사람사회라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질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長幼有序(장유유서)로 대표되는 사람의 질서가 어긋났을 때 패륜이 만연하게 되는데 ‘장유유서’가 어른과 아이의 차례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깊은 의미에서는 어른의 ‘받음’이라는 백행지본인 효의 가치도 여기서 출발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과거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신천지교회 압수수색 지시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는데 이러한 거부를 두고 巫俗(무속) 여론이 비등하자 명색이 대한민국 통수권을 거머쥐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압수수색 지시는 법무부장관의 ‘쇼’였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함께 대한민국 법치를 올바로 세우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국가의 녹을 먹은 자라면 절로 터진 입이라 해도 쉽게 나올 수 없는 경악스러운 이러한 사태는 패륜의 극치 아니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동생을 죽이고 형을 제압한 것도 부족해 어린 조카(단종)를 사지로 몰아넣어 죽인 권력의 禍神(화신)이 된 조선왕조 사극의 한 장면이 오늘에 재현되고 있는 이 소스라침에 느낌이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질식사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감이다.

특히 세상이 변한다 해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수 세기를 거쳐 한 국가의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사람사회의 윤리와 도덕심의 숭상이라 할 수 있다. 그 반대라면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윤리와 도덕이 사라지게 되고 윤리와 도덕이 없는데 사회정의가 존재할 수 있겠으며 사람을 존중하는 ‘예’가 제 자리를 지킬 수 있겠는가. 오늘 대한민국 개차반 같은 난장판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은 조금은 다르겠지만 모든 사회 문화는 士大夫(사대부) 즉, 벼슬이나 문벌이 높은 사람에게 나온다는 옛말이 있다. 문화란 인지(人智)가 깨어 세상이 열린다는 의미도 있는데 그만큼 사회 지도층의 한 것 높은 윤리와 도덕심을 요구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권력에 눈이 아무리 어두워도 문재인 정부를 송두리째 부정하겠다는 법무부장관의 ‘쇼’를 구경하고도 그 정부에서 뛰쳐나오지 않았다면 잡놈들의 面厚心黑(면후심흑) 즉 얼굴 가죽은 두껍고 마음이 검어서 일 것이다.

여기서 중국, 백이와 숙제를 소환하여 참다운 선비가 무엇인지 정치인 모두가 고민했으면 한다.

백이·숙제는 고죽군(孤竹君)의 두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막내인 숙제를 몹시 사랑하여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로 한다. 이윽고 아버지 고죽군이 죽자 숙제는 형인 백이에게 왕위를 양보했다.

그러나 백이는 백이대로 완강히 왕위를 거부한다. 아버지의 유지를 어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두 사람은 서로 양보하다가 백이가 이웃 나라로 몸을 피하자 숙제도 그 뒤를 따랐다. 고죽국에서는 할 수 없이 가운데 아들로 뒤를 이었다.

그 뒤 백이와 숙제는 고국을 떠나 주나라에 왔지만, 天道(천도)와 仁道(인도)가 망가진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겠다며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로 연명하다 굶어 죽는다.

조선왕조 5백 년 동안 무릇 선비들의 정신적 지주는 백이와 숙제였으며 사육신과 생육신이라는 선비정신의 최고봉도 여기에 있다.

시대는 달리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녹을 먹은 자가 그 정부의 법무부장관의 ‘생쇼’에 이어 집권 시 문재인 정부를 적폐 대상으로 삼겠다는 주장에서 머리 검은 짐승 사회의 무서움을 윤석열을 통해 재확인한다. 참 대단한 별종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