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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처럼 승부하라》 박홍규(지은이)“정치적 리얼리스트 이방원의 맨얼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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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3호] 승인 2022.02.06  23: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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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임금 중 평가가 가장 엇갈리는 인물 중 한 명이 태종이다. 피의 화신으로 묘사되지만, 세종의 치세를 연 수성의 군주기도 하다. 그래서 태종 이방원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패도다. 형제의 희생을 강제한 두 차례 왕자의 난을 비롯해 사돈, 처가를 멸문시킨 권력욕을 상기하면 당연하다. 한데 정치학자가 쓴 이 책은 태종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해석으로 인간 이방원을 조명하는가 하면 한비자, 마키아벨리, 주자 등의 틀을 가져와 이방원의 ‘정치’를 분석한 덕분이다.

특히 이방원의 정체성을 파악한 견해가 탁견이다. 저자에 따르면 변방 무장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활쏘기와 말 달리기를 즐긴 ‘무인’이면서 고려 우왕 때인 16세에 진사과에 7등으로 합격한 유자(儒者)이기도 하다.

   
 

이방원은 1392년 정몽주를 격살한다. 1398년엔 무인정변을 일으켜 정도전 등을 죽이고, 세자인 이복동생 방석을 몰아낸다. 모두 부친 이성계의 뜻을 어긴 행위였다. 권력의지를 드러낸 결단이었지만 새로운 왕조의 설립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승부사다. 그런가 하면 누이 경신공주의 시부이자 개국공신인 이거이, 처남이자 정치적 후원세력이던 민무구․무질 형제, 세종의 장인이자 떠오르던 실세 심온 등 외척을 가차 없이 쳐내 왕조의 권력 기반을 정비하는 정치력을 행사한다.

왕권을 튼튼히 한 태종은 집권 후반기 들어 이상적 유교국가를 꿈꾼다. 1410년 ‘유신의 교화(維新之化)’를 추구하겠다는 교서를 발표하고는 ‘공론정치’를 통해 본격적으로 유교국가를 지향한다. 대사면을 하고, 논란과 실패를 거듭한 저화법의 회복을 두고도 자신의 독단이나 측근과의 비밀스러운 논의가 아니라 신료들과의 공개적 논의를 통해 추진하는 등이 좋은 예다. 1418 3남 충녕에게 전위하고도 “군국의 중요한 일은 친히 청단하겠다”며 상왕정치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10년 동안 유지하려 한 것 역시 태종의 ‘빅 픽처’에 든다 하겠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당시 이방원이 경기도 포천으로 달려가 모친 등 가족을 이끌고 함흥 쪽으로 도피하려 했다든가 양녕을 세자위에서 내친 후 당초 세종이 아니라 양녕의 아들을 후계로 삼으려 논의한 사실, 세종대 치적으로 꼽히는 대마도 정벌이 실은 태상왕이던 이방원의 주도로 이뤄진 사실 등 그리 알려지지 않을 사실들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이 책은 ‘인간 이방원’의 야욕이나 분노보다는 ‘정치행위자’로서 그의 행보에 집중한다. 특히 흥미로운 시점은 1·2차 왕자의 난이 일어난 후 이방원이 실권을 쥐게 되었을 때다. 정변은 이방원에게 사실상의 왕권을 보장해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힘이 있다면 누구든 권력을 쥘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퍼지는 결과도 가져왔다. 저자는 태종이 단순히 힘으로 사회를 장악한 것이 아니라, 당대의 지식인들을 이용해 유교적 ‘명분’을 쌓는 데에도 집중한 정치적 군주라고 평한다.

저자는 “태종 이방원을 정몽주·정도전을 죽이고 ‘왕자의 난’을 일으킨 권력의 화신으로만 평가한다면 이는 그의 일면만을 본 거다. 태종은 단지 권력을 장악해 창업(創業)만 한 게 아니다. 권력과 이념의 역동성을 잘 보여주는 ‘정치적 리얼리스트’태종의 모습은 극심한 진영 갈등 속에 정치해야 하는 지금의 지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태종은 아버지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세운 데 그치지 않고 주자주의에 입각한 국가로서 조선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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