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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원교》 정강철(지은이)“당쟁과 사화의 격랑 속에서 몽당붓 하나로 동국진체를 완성한 원교 이광사의 삶과 예술”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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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호] 승인 2021.12.19  20: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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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출신의 정강철 작가가 조선의 붓꽃 ‘동국진체’명필 이광사의 삶을 세상에 드러낸, 《소설 원교》를 출간했다. 정강철 작가는 2010년 〈블라인드 스쿨〉에 이어 2012년 첫 소설집 〈수양산 그늘〉에 이어 9년 만이다.

《소설 원교》는 조선 고유의 서체인 동국진체(東國眞體)를 완성한 것으로 평가받는 서예가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 1705 ~1777)의 예술혼과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이다. 원교는 1775(영조 31), 나주 벽서 사건에 연좌되어 친국 끝에 종신유배형을 받아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함경도 부령으로 유배되었다가 전남 신지도로 이배 되어 그곳에서 죽었다. 소설은 외로움과 진한 먹향이 가득했던 그의 신산한 생애를 추적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서체를 완성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던 한 외로운 예술가의 혼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낸다.

   
 

중국의 서체에서 벗어난 서체, 진경의 시대라 불릴 정도로 문화의 비약적 발전이 이루어진 18세기에 비로소 피어난 조선의 글씨, 동국진체는 이렇게 윤순 백하의 서법을 계승한 이광사의 손에서 완성된다.

원교의 가문은 폐족임을 자처했다. 집 안의 정자에는 ‘원포(遠逋)’라는 글자의 목조 편액이 걸려 있었다. ‘세상을 등지고 동산으로 달아나다’라는 의미다. 그의 가문은 조선 제2대 임금 정종의 서얼 왕자였던 덕천군 이후생의 후손으로 왕가의 피가 흘렀고, 이광사의 고조부 이경직은 호조판서를, 그의 부친 이진검은 예조판서를 지냈다. 그런데도 일족은 권력과 거리를 두고 부귀를 삼가며, 서도(書道)를 추구하면서 양명학의 정신을 가다듬었다.

“무엇에 써먹기 위해 글을 읽는 것이냐?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을 때까지, 서책을 읽는 데 게을리하지 마라.”“욕심을 버리면 누구나 태평한 세상을 누릴 수 있다. 우리 집안은 본디 왕족이었고, 명필 가문이니라. 서도를 지킬 것이며 우리 법도대로 살아가면 된다.

그러나 당쟁의 파장은 집안의 ‘법도’를 단숨에 휩쓸었다. 백부 이진유와 아버지 이진검이 묵숨을 잃었다. 원교에게는 유배령이 내렸다. 함경도 부령에서 7년을, 다시 신지도에서 15년을 살았던 그는 끝내 뭍을 밟지 못했다.

필흥이 너무 솟구친다며 엄하게 단속했던 글씨였다. “봉두난발로 머리를 풀어헤치고 날아다닌 것”(117) 같다며 노여워하던 글씨였다. “새를 그린 것처럼 머리와 꼬리가 날렵하지만, 급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멋대로 활개를 쳐서 엇되고 되바라져”(117) 있다던 글씨였다. 아직까지 버릇을 고치지 못했느냐며 질책하던 글씨였다. 그 글씨가 스승의 필함에 간직되어 있었다. “청어람할 수 있는 유일한 제자는 오직 한 사람, 원교 이광사”(127)라는 스승의 전언에 제자는 엎드려 울음을 토했다.

전남 영광에서 태어난 저자 정강철은, 1987년 ‘오월문학상’에 소설 「타히티의 신앙」, 198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암행」, 1993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거인의 반쪽 귀」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중국 천진의 조선족 삶의 현장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신·열하일기〉를 발표했고, 전남일보에 저예산 독립영화인의 애환을 담아낸 〈외등은 작고 외롭다〉를 연재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3천만 원 공모에 당선된 장편소설 〈블라인드 스쿨〉을 통해 다양한 교육 주체의 서로 다른 시선에 따른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 문제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바다가 우는 시간」으로 ‘목포문학상’을 수상했고, 소설집 〈수양산 그늘〉은 문화체육관광부 ‘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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