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미풍양속이라면 지인들의 애·경사에 축의금 또는 부의금을 보내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일일 것이다. 품앗이와 十匙一飯(십시일반)이라는 인지상정이 듬뿍 녹아 있는 좋은 풍속이지만 때로는 인간관계를 서먹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다. 하여 어른들은 청첩장과 부고를 보내는 일이 상례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했었다.

어쨌든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한사람이 유명을 달리한 것을 애도하는 것은 사람을 귀히 여기고 존엄을 지켜주기 위한 사람의 도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농협 조합장 가족 喪(상)에 농협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주농협에서 부고를 보내는 것은 받는 사람 입장을 전혀 도외시한 몰염치라 할 수 있으며, 조합원이 상포계원이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넘친다.

또한, 조합장 가족상이기에 부고가 가능한 일이라면 나주농협은 농협의 설립목적이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린 후안무치한 집단이라는 조합원의 성토도 있다.

여기서 애·경사의 알림은 사회적 지위와 무관한 오로지 당사자의 사적 영역이라는 점에서도 나주농협이 조합원 개인정보를 조합원들의 동의 없이 열람, 발취하여 부고를 보낸 것은 부적절을 넘어 정신 나간 짓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조합장이 당해 농협 규약에 따라 조합원들의 애·경사에 농협을 대표하여 참석, 농협 공금으로 축·부의금을 전달하고 조합장 자신도 축·부의금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안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조합장이 이러한 사정을 살펴 자신이 직접 조합원에게 부고를 내야지 나주농협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부고와 조의금을 받을 계좌번호를 보내는 것은 작고하신 분에게도 누가 되는 일이며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빌미가 충분하다.

이런 와중에 나주농협 조합장이 농협중앙회 감사 결과에 따라 직무 정지 1개월이라는 무거운 징계를 두고서도 눈을 홀기는 조합원들이 부지기수다.

징계 사유는 나주농협이 농협 정관을 임의대로 제정하여 나주농협 구역을 3구역(성북동, 송월동, 금남동)으로 나누어 나주농협 이사 선거를 성북동 구역만 별도로 실시해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주농협뿐만 어느 농협이든 농협 정관의 개정·신설 등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승인을 득해야 함에도 이를 어겨 민원이 들끓자 농협중앙회에서 나주농협을 감사한 결과 잘못이 크다며 조합장 업무를 1개월 직무 정지에 처했다는 것이다.

나주농협 측은 조합장 직무 정지와 관련하여 조합장의 행위가 실질적으로 나주농협 자체에 손해를 입힌 행위는 아니었다는 변명이다, 그러나 단위 농협구조는 조합장과 이사가 공동운영하는 협의체라는 점에서 이사 선출은 조합장 업무에 밀접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따로국밥’으로 구역별로 이사 선거를 치른다면 조합장이 영향력을 극대화해 조합장에게 호의적인 이사를 선출할 수 있어 불량한 모사 아니겠냐는 쓴 소리도 존재 한다.

특히 농협 이사는 대의원들이 선출하게 되어 있는데 대의원은 마을별로 조합원 수에 비례에 할당하는 방식이다, 즉 나주농협처럼 3구역(성북동, 송월동 금남동)으로 나누어 1구역당 이사 2명씩 해당 구역 대의원만 투표에 참여하여 선출한다면 조합장의 입김에 의한 대의원 민심이 오염되어 함량미달의 이사가 선출될 수 있다는 엄청난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사회 여하한 지도자는 권모술수에 능해서는 죄악이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자지러지는 매미울음 소리가 처량하게 들리는 것은 곧, 찬 서리 내리는 가을이 멀지 않았다는 기별일 것이다. 마음들 비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