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잘못 오독하면 냉혹한 개인주의가 되기 일쑤이다.

나주지역사회에서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사유지 권리행사로 인하여 수십 년 동안 무탈하게 마을 주민들이 통행했던 길이 막혀 원성이 일곤 했지만, 주민편의를 위한 행정 당사자인 나주시도 주민들의 원성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유지에 도로가 이미 개설되어 통행에 아무 제한을 받지 않았다 해도 소유권을 주장하며 통행을 방해했을 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나주시라 해서 또렷한 해결책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시민 세금으로 관련 토지를 매입하여 통행을 가능케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관련 토지소유자가 행정절차에 따른 매매에 응했을 때나 생각할 수 있지 그 반대라면 공염불이 되고 만다.

나주 시내와 인접한 경현동 한수제(저수지) 둘레길은 금성산과 이어져 있어 건강을 위하여 산책을 즐기는 뭇사람들이 찾는 좋은 장소이다.

그러나 둘레길은 대부분 사유지이기에 언제든 폐쇄라는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는데 지난 5월 특정 토지소유자가 출입을 통제하면서 나주시가 발 빠른 수습에 나서 잠시 통로가 열렸지만, 또다시 출입을 가로막는 철망이 설치되자 산책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주시는 산주와 매입 등 원만한 협의를 통해 주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하겠다며 일요일도 반납하고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전제에서 살폈듯이 관련 토지 소유권자가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힘으론 산을 뽑을 수 있는 항우장사가 개입해도 소기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또한, 경현동 한수제(저수지) 둘레길 전부가 사유지이기 때문에 현재 출입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는 당사자만 웃돈을 얻어주고 매입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에서 토지 등을 매입할 때 두 곳의 감정평가기관이 해당 토지를 감정평가한 후 매입할 수 있기에 당사자가 요구하는 매매금액으론 애당초 매입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수제 둘레 길을 즐겨 찾는 분들은 이 차지에 다른 쪽의 산책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이런 문제는 강한 시민의식이 요구되고 있다.

토지 소유권자가 일반상식을 저버린 완고한 입장이라면 굳이 나주시를 비난만 하거나 닥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원하는 금액을 주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사인 간 매매가 아닌 행정과 사인의 토지 등 매매는 적법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불가능한 일이고,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그 돈은 나주 시민 세금이기에 허투루 퍼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나주시가 사유지라는 특성, 즉 언제든 폐쇄라는 위험을 간과하고 북치고 장구치며 한수제 둘레 길을 홍보한 것은 크게 잘못한 일이다. 또한, 임도와 산책로는 전혀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임야를 소유하고 있는 소유권자가 임도 개설에 동의했다 해도 불특정다수의 출입 즉 산책로에 대해서는 또 다른 협의를 게을리 한 것도 잘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시민을 볼모로 산책로를 봉쇄하여 지나치게 배를 불리겠다는 생각이라면 나주시는 좌면우고 할 것 없이 시민들의 양해를 구하고 당장 산책로를 폐쇄해야 마땅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나쁜 선례를 만드는 것은 적폐를 생산하는 공장과 다름없다는 것을 나주시는 유념해야 지역사회의 내일이 밝다. 나주시는 산책로 폐쇄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