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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학생들의 수능시험이 끝나고 입시 철만 되면 어느 고등학교 출신이 서울대 등에 합격했다는 합격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멋진 자태를 뽐내는 것이 시골 마을의 낯익은 풍경이 된지 오래다.
2020년 수능시험을 본 고등학교 학생 수 0.05% 정도의 서울대 합격이 대한민국에서 출세를 보장하는, 학벌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마을 주민들이 인지상정으로 십시일반, 좋은 대학교 합격을 축하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언론들까지 나서 변방 고등학교의 서울대 합격을 뉴스로 다루는 것은 시대에 너무 동떨어진 학벌 사대주의 발상 아니고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다른 말로 ‘교육 공화국’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금의환향이라는 신분의 수직상승을 위한 미친 교육열에 들떠 멀쩡한 가정주부가 사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문란한 행위도 마다하지 않아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 강남지역의 집값들이 천문학적이라 서민들은 상상 불허인 이유도 강남특구라는 한국 특유의 ‘학군’에서 SKY 즉 서울대·고대·연세대 등의 합격률이 높고, 관련 통계에 의하면 의사·로스쿨(법조계) 그리고 최고의 직장으로 손꼽히는 유수한 대기업 취업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인데, 유치원생부터 시작되는 돈의 힘을 빌린 한국식 사교육이 공교육을 무력화한 천박한 교육 풍토가 빚어낸 일그러진 사회현상이라 할 수 있다.
빈부격차에 의한 위화감의 발원지가 곧 학벌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 이러한 학벌 위주의 권력 형성은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권에서도 대단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 방증은 촛불 정부라 부르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학생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동격의 가치에서도 京鄕(경향) 즉, 지방의 운동권 출신들은 찬밥신세이고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대학 출신들이 그 열매를 독식하고 있는 어처구니에서도 천박한 학벌 만능을 부추기는 기이한 현상에 우리 사회는 날 것으로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도 조선 시대의 금의환향을 조장하려는 꼭지 덜 떨어진 사람들이 나주지역 특정 고등학교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생산해 냈다 하여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은 이제 사라져야 할 구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좀 낯 뜨거운 지나간 이야기를 하자면 영산포 지역에서 서울대 로스쿨 출신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축하 현수막의 주최가 ‘만갑회’라는 문구를 보고 실소를 하고 말았는데 ‘만갑회’는 특정 정치인을 나주시장에 당선시키려는 모사꾼이 ‘만나서 반갑다’라는 의미를 갖고 만든 모임이라는 전언이었는데 그들의 염치 부재에 대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강조하자면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거머쥐고 다른 나라에 대해 자기들 방식을 강요하고 있는 막강한 힘의 원천은 학벌이 아니라 개개인의 능력을 국가와 사회 그리고 사회 지도자들이 존중해 주기 때문이다.
일전에 화제가 되었던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한국 최초 시각장애인 박사 그리고 미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 차관보 강영우 박사라는 분의 일대기는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는데 학벌을 만능으로 아는 한국 사회라면 그분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었겠냐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국회 그리고 교육계는 스스로 물어 답을 찾아야 우리 사회는 더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사람의 땅을 일구려는 의식과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학벌과 학벌에 의한 직업을 동경하게 만드는 작태는 사람 사회의 적폐라는 점을 통감해야 한다.
즉 정상적인 사회구조라면 0.05%의 출신들을 치켜세워 위화감 조성에 일조하고 사교육의 폐해를 정당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