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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의 눈물
정성균 기자  |  jeongsks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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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호] 승인 2021.01.11  05: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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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균 취재/보도부장

작년 12월 말, 세모(歲暮)의 길목에서 한 통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나주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노 씨의 전화였다. 그는 올해 72세의 나이로 500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2년 동안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1년 단위로 연장되는 계약기간이 작년 12월 31일부로 종료되고 더 이상 계약 연장이 되지 않아 새해부터는 경비원으로 일할 수 없게 되었다며 울먹였다.

노 씨의 말에 의하면 이 아파트는 4명의 경비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최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고령자 순으로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위탁관리회사에 권고(통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 씨는 “자신이 최고령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찍어내기’식으로 자신을 골라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다”며 분노하고 있었다.
 
반면, 아파트 관리소 측은 ‘노 씨에 대한 입주민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어 계약 연장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목포에 소재한 위탁관리회사 측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노 씨가 목포에서 근무하게 되면 근무지 변경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나주에 거주하는 노 씨는 목포에서 근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기간제 근로 관련 법상 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규정 때문에 경비원 등 임시 계약직은 1년 단위 로 고용하되 최대 2년을 넘기지 않고 해임하는 관행을 유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는 3개월 단위로 쪼개서 계약하고, 최대 2년을 넘지 않게 고용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쉽게 고용하고 언제든지 쉽게 해고하기 위한 것’이다.
 
‘임계장’이라는 말이 있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다. 또한 ‘고다자’라는 말도 있다.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는 말의 줄임말이다. 이 모두 고령 취업자인 경비원 등 임시직에 대한 자조적인 표현이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노년에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노인의 경우 일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한편,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 할 수 있는 고령자에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빼앗는 사회를 건강한 사회로 볼 수 없다. 누구나 나이를 먹게 되어 있다.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필요에 따라 임시로 사용하다가 쉽게 해고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나주시는 2019년 12월 전남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고령친화도시 국제 네트워크 회원 도시’에 가입했다. 이 네트워크는 인구 고령화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기구이다. 나주시는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2%(2만 5천여 명)에 달해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나주시는 최근 ‘시민 모니터링단’을 공식 출범하여 현실성 있는 고령사회 대응 정책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주시의 이 같은 정책이 ‘구두선(口頭禪) ’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앞서 살펴 본 경비원 노 씨의 눈물을 외면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노인이 나이를 먹어서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고, 그 일을 통해 삶의 보람과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나주’가 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나주가 ‘고령친화도시’로 나아가는 첩경이기 때문에 그렇다. 문득 고령친화도시 나주의 진면목을 보고 싶어지는 새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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