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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정성균 기자  |  jeongsks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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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호] 승인 2020.04.13  06: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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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균 취재/보도부장
봄, 봄, 봄…사방이 온통 봄이다. 눈길 닿는 곳 마다 시리도록 봄이 눈부시게 피었다. 살갗에 와닿는 봄바람의 따스한 촉감과 꽃들의 향기가 아름다운 봄이다.

‘봄’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 어원(語原)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보다 (見)’라는 동사의 명사형에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온통 사방이 ‘볼 것’천지이니 봄을 ‘보는’계절로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영어에서는 ‘봄’을 ‘spring’으로 부른다. 이 말은 ‘샘솟다’. ‘싹트다’,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단어는 봄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봄은 꽃들의 축제가 펼쳐지는 향연(饗宴)이다. 새색시의 수줍은 볼을 닮은 홍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가 노란 웃음을 터뜨리는가 싶더니,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 사뿐히 밟고 가시라며 진달래도 피었다.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다가 하늘을 쳐다보니 하얀 목련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병아리를 닮은 개나리 사이로 벚꽃이 팝콘처럼 터지고 있다. 펑펑 터지고 있는 것은 벚꽃이 아니라 봄이다. 대낮에도 달빛을 머금은 배꽃은 나주 온 천지에 하얗게 피었다.

시인 이성부는 봄을 이렇게 노래했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사람아.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라고.

정호승 시인은 봄을 희망의 노래로 불렀다. 그는 ’봄 길‘이라는 시에서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며 소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20년 지금, 우리에게 온 봄은 아름답지만 슬프다. ’코로나19‘로 인해 빼앗긴 몸과 마음의 영토에도 봄이 왔지만 우리는 기쁘지 않다. 국내에서는 만명이 넘은 확진자가 나오고, 전 세계적으로 수 십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봄을 위협하고 있다.

진해를 비롯한 서울 윤중로 등 벚꽃 명소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지 못하도록 통제를 하고 있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유채꽃을 보러오지 못하게 하려고 트랙터로 갈아엎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낯설고 아프다. 잔인한 봄, 코로나가 한없이 밉다.

나주에서도 영산강 둔치 체육공원에 조성한 유채꽃밭에 사람들이 모여들지 못하도록 주차장을 폐쇄하고 있다. 벚꽃으로 이름난 경현동 한수제도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봄을 이렇게 속절없이 흔들어 놓고 있다. 아니, 봄은 그대로인데 우리를 흔들어 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한 봄날 같은 우정도 사랑도 ’사회적‘거리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손을 잡아보고 안아보며 느끼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한 체온도 느낄 수 없게 만들었다. 만나는 사람들의 환한 웃음, 따스한 미소는 검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다.

코로나에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인 이상화(1901~1943)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입술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마음에는 혼자 온 것 같지 않구나. 내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어라 말을 해다오“며 애를 태우고 있다. 이제 우리도 소망한다. 코로나에 빼앗긴 들에도 속히 봄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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