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시가 있는 월요일
바람의 까닭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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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호] 승인 2020.03.16  0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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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어깨를 들썩이며 온다
나무는 바람의 걸음새 따라 같이 울먹인다
호수의 밑바닥부터 솟구치는 울음들
참고 있던 덩어리들이 수면 밖으로 쏟아진다
호수의 가슴속은 오랜만에 후련해진다

꽃샘바람이 분다
겨울동안 움츠려 들었던
마음을 열라고 잠을 깨라고
세상을 보라고 서로의 향기를 사랑하라고
한바탕 세상을 휘젓고 꽃을 피우고
말없이 떠난다, 간다

바람에는 코로나바람도 있다
세상이 코로나 발자국 따라 휘청거린다
서로 관심을 가지라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지 말고
코로나확진자인지 보균자인지 확인해보라고
당신 곁의 그이가 누구인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지 아픈 사람인지 관심 가져보라고
무연처럼 스치지만 말라고
마스크를 쓰더라도 눈을 맞추라고
사회적 거리로 한걸음 떨어져서 그이 전체를 바라보라고
악수대신 마음을 잡으라고
코로나는 반어법으로
서로에게 잠자는 우리를 깨우고 있다

머무는 바람은 없다
가고 오는 사이에서
가지가 부러지는 상처도 받고
향기라는 희망도 읽는다

이 바람이 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사스도 메르스도 신종플루도
그러했듯이
바람을 만나면
바람을 이길 힘이 생긴다
수많은 역사의 바람들
칼보다도 날카롭게 풀꽃들의 심장을 찔러댔지만
풀꽃들은 기어이 꽃을 피웠다
견뎌내지 못할 바람이 어디 있으랴
바람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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