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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탐한 사무라이》 이광훈(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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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4호] 승인 2020.02.02  15: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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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론의 원조 ‘요시다 쇼인’에서 우경화의 기수 아베 신조까지,
조선을 탐한 사무라이는 왜 모두 한곳에서 나왔는가?
150년간 묻혀 있던 한·일 근대사의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저자가 한·일 근대사 150년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수도가 함락된 전쟁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조선이 전쟁도 없이 망했던 사건(한일합병)에 주목하면서부터다. ‘조선은 왜 망했는가?’에서 시작된 물음은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이어졌고, 메이지유신 사적지를 따라가며 조선과 일본의 근대화 여정을 비교분석한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지금까지 그 어떤 역사서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울림으로 다가온다.

비슷한 시기에 근대화에 나섰던 조선과 일본의 대응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매우 직선적이고 거침이 없다. 근대화의 격랑 앞에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외세에 의지하다 국권을 빼앗긴 고종 한 사람만을 망국의 암군(暗君)으로 매도하기 보다는, 상투를 틀고 앉아 근대화의 격랑을 등진 선비들을 무능한 식자(識者)로 비판한다.

   
 
반면에 상투를 자르고 근대화에 목숨을 걸었던 사무라이와 일본의 성공 원인을 정밀 분석했다. 조선 관리들의 부패상과 일본 사무라이들의 근대화를 향한 헌신, 서구제국을 향해 창을 활짝 열었던 일본과 오직 중국으로만 열린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다 나라를 보전하지 못했던 조선의 대비는 냉정할 정도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저자는 조선의 개항 유적지인 강화도, 초량왜관은 물론 일본의 개항 유적지, 메이지유신 사적지를 수십 차례 현지답사와 고증을 거쳐 조선과 일본의 상반된 근대사를 복원했다.

1910년 한일합병 당시 대한제국의 황제였던 고종과 일본 국왕이었던 메이지(明治) 천황은 1852년생 동갑내기였다. 그들이 출생한 해부터 1910년까지 대략 60년의 양국 역사가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다.

기자 출신으로 일본 근대사를 천착해온 저자는 청일전쟁(1894~95)부터 한일합병까지 일제의 조선 침탈이 진행되던 시기에 핵심 역할(조선공사, 조선통감 및 총독, 총리 및 외무대신)을 맡은 주요 인사 10인 가운데 8명이 야마구치(山口) 현 출신이며 이중 5명은 하기(萩)에서 나고 자란 동향인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포착해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이들 하기 출신 가운데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모토, 가쓰라 다로는 메이지 시대의 내각제 시행 29년 가운데 20년 간 번갈아 총리를 역임한 실세 중의 실세이자 조선 침탈의 주역이었다. 한일합병 주역으로 안중근 의사에게 암살된 이토, ‘일본 육군의 교황’으로 군림한 야마가타와 그의 수하로 조선 무력 침탈을 주도한 가쓰라 등 이들 ‘조슈(막부 시대 야마구치의 지명)의 사무라이’에겐 또 다른 중요한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일본 극우사상의 비조(鼻祖)로 꼽히는 요시다 쇼인의 제자라는 점이다.

출신 성분을 가리지 않고 제자를 받아들였던 그는 당시 막부의 권세에 눌려 허수아비나 다름없던 천황을 받드는 존왕(尊王) 사상과 ‘사나이는 자기 머리를 잃을 것을 피하지 않는다’는 비장한 가르침으로 젊은 제자들을 격동시켰다. 천출이었던 이토와 야마가타 역시 쇼인의 문하에서 야망을 키웠다. 야마구치 명문가 출신으로 요시다 쇼인을 추앙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또한 쇼인의 (정신적)제자나 다름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조슈와 사쓰마의 젊은 사무라이들이 메이지유신을 이끌었으며, 그들의 사무라이 정신이 오늘날의 일본 정치인들에게 까지 면면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이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다. 특히 우경화의 기수를 자임하며 폭주하고 있는 아베 총리가 150년 전 메이지유신 주도 세력의 본산이었던 쇼카손주쿠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도 그의 가계와 사상적 편력을 추적하여 밝혀내고 있다. 풍부한 자료와 르포를 방불케 할 만큼 생동감 있는 묘사는 좋았지만 지나치게 일본 사무라이들의 치열함을 치켜세운 대목들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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