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균 취재/보도부장

3월 13일,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끝났다. 13일의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에 여러 가지 악조건을 이기고 농민의 대표자가 된 조합장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특히 나주지역에서 당선된 농협, 축협, 배 원협, 산림조합 등 15개 조합장에 당선된 후보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나주지역 역시 이번 선거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돈 봉투 사건, 전복 사건, 납품 비리 의혹, 사과박스 사건 등 온갖 불법, 탈법 선거운동으로 인해 조용할 날이 없었다. 조합원의 권익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 조합원을 대표하여 조합의 경영과 운명을 책임져야할 조합장이 출발부터 부정과 부패의 의혹 속에 출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과 부패의 원인에는 현행 조합장 선거제도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현직 조합장에게 절대로 유리한 선거 구도라는 점이다. 이번 나주지역의 경우에는 현직 조합장이 7명(무투표 당선 1명 포함) 당선되었고, 신규 진출 조합장이 8명으로 서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전남 전체의 경우에는 185개 조합 중 절반이 넘는(52.43%) 97개 조합에서 현직이 당선되는 등 “현직 프리미엄”이 당선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13일에 불과한 선거 기간 중에 정책이나 비젼을 보여줄 공식적인 토론회나 연설회 한 번 할 수 없는 깜깜이 선거라는 점에서 신인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도다.

현직 조합장은 각종 공식 비공식 행사 등을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지도 사업비 등을 활용한 선심성 사업도 공식적으로 펼칠 수 있으나 신인들에는 이러한 기회가 원천 봉쇄되고 있다. 선거법상 허용되고 있는 전화나 문자 발송을 위한 조합원 전화번호 확보도 현직은 유리하지만 신인 후보는 쉽지 않는 현실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후보자 범죄 경력 기재 의무화, 선거운동원을 후보자 본인 외 1인 추가, 후보자에게 조합원 전화번호 제공, 예비후보자 운동기간 신설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위탁선거법이 제출되어 있지만 상임위 문턱도 못 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비상임 조합장의 경우 연임 제한 규정이 없어 장기 집권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농협 조합법에 따라 자산 총액 2,500억원 미만 규모 조합의 경우에는 상임 조합장을 선출하게 되며, 이 상임 조합장은 4년 임기에 2차례만 연임할 수 있기 때문에 총 12년 동안만 집권할 수 있다. 반면 2,500억 원 이상 조합의 경우는 비상임 조합장을 선출하게 되는데 이 조합장은 연임 제한이 없어 영구집권이 가능한 구조다.

조합법에서는 규모가 큰 조합의 경우 조합원이 아닌 전문 경영인을 이사로 선임하여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조합 경영을 도모하기 위해 이러한 비상임 조합장 제도를 두고 있지만, 이사 추천권을 갖고 있는 비상임 조합장이 숨어있는 실권을 행사 할 경우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도 상임 조합장처럼 제한하자는 법안이 제출되어 있지만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셋째, 조합장의 업무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농협 중앙회장 선출을 조합장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회장은 조합장을 감독하고 지도하기보다는 선거권을 갖고 있는 일선 조합장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구조 아래서 어떻게 감독과 지도가 가능할 것이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농협 중앙회장을 조합원 직선제로 바꾸되, 선거의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각 조합장 선거와 동시에 중안회장도 함께 선출하는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조합원의 의식 개혁이 있어야한다. 조합의 주인이 바로 자신이라는 주인의식을 통해 조합 운영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할 때만이 ‘조합을 위한 조합원이 아니라, 조합원을 위한 조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새로 당선된 조합장에게만 모든 것을 맡겨두지 말고 조합원 스스로 조합의 주체가 되어야만 조합의 주인이 바로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