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철길인생이 쓴 칼럼에 딸이 그린 수채화

35년 철길 인생을 살아온 박석민 역장이 얼마 전 《기차에서 핀 수채화》를 출간했다. ‘행복은 기차를 타고 온다’라는 부제를 달았다. 저자가 “35년 철도 근무 속에서 발굴한 기차역의 재미있는 스토리를 들려주고, 전국을 반나절생활권을 만들어 낸 고속철도를 지역에서 잘 활용하여 관광활성화의 발판으로 삼자는 생각을 나누고자 5년간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내가 책의 저자 박석민 역장을 처음 만난 것은 4년 전으로 기억한다. 내가 저자를 역장이라고 호칭을 하는 것은 그가 KTX나주역장으로 부임해 왔을 때 처음 만났기 때문에 호칭이 그렇게 굳어졌다. 나주에 KTX역이 신설된 이후 많은 역장이 왔다갔지만 특별히 그를 기억하는 것은 두 가지 일 때문이다.

하나는 나주투데이를 17년 운영하는 동안 나주역장이 새로 부임해 나주투데이를 방문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나주역장으로서 보기 드문 활동 때문이었다. KTX나주역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민선 나주시장이 할 일을 역장이 하고 다닌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나주 KTX역을 이용할 것으로 예견되는 인근자치단체를 찾아다니면서 홍보 활동을 펼치고, 나주 KTX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민들과의 소통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대한민국의 ‘철도인’을 보았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책을 한권 들고 나타났다. 《기차에서 핀 수선화》였다. 책에는 89년의 신비를 간직한 경전선 소재 유명한 테마 역들의 인문학적 스토리와 철도원, 지역민들의 에피소드가 담겨져 있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치 수묵화 한 첩을 보는 즐거움이 더해졌다. 그런데  책 속의 기차역 삽화는 서울과기대에 재학 중인 저자의 딸이 직접 그렸다고 한다. 

저자는 머리글에서 “최근 고속철도 개통으로 서울에서 2시간대로 남도에 올 수 있어 기차관광이 쉬어졌다. 이제 더 이상 비내리는 호남선이 아닌, 골드러시 호남선으로 지역의 효자가 되었다. 알알이 박힌 간이역을 빛나는 보석으로 재탄생 시키고 KTX 개통을 지역발전의 호기로 삼자는 일념으로 몇 년간 기고한 글을 이번에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며 “기찻길은 사람과 물자를 이동시켜 하나로 묶어 내는 기적을 만든다. 남북화해와 더불어 남도에서 출발한 기차가 러시아, 중국, 몽골을 거쳐 유럽까지 갈 날을 기원하면서 이 책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책은 2부로 구성됐는데 제1부는 ‘간이역에서 숨은 진주를 캐다’, 제2부는 ‘KTX 남도 관광의 훈풍이 되어라’로 꾸며졌다. 특히 제2부에는 2015년 2월 25일자 나주투데이에 실린 ‘모든 길은 나주로 통한다’를 시작으로 ‘곰탕거리를 나주의 최고 명물로’, 나주이야기 꾼은 무슨 약을 팔까‘ 등 나주관련 글도 실려 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글은 제1부에 실려 있는 ‘나주역과 하얼빈역, 기찻길로 형제 맺을까’이다. 책에서 저자는 하얼빈 역은 1909.10.26 31세 청년 안중근이 대한제국을 강탈한 이토 히토부미를 저격한 장소이고, 나주역은 1929.11.3. 일어난 광주학생의거의 발상지로 두 사건의 장소가 모두 기차역 그리고 항일운동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데 착안해 나주역과 하얼빈역과의 자매결연 추진을 그려본다. 신선한 발상이었다.

박석민 역장은 지금도 간이역에 담긴 에피소드와 스토리를 발굴해 신문과 방송에 알리고 있으며, 이런 작업을 통해 지나간 역사를 되새겨 뜻 깊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국내최초 트레인테일러(TrainTeller))로서 계속 이야기를 풀어 나갈 계획이다. 저자는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철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3년에 철도청에 입사해 정동진역, 목포역, 나주역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는 광주본주 영업차장으로 재직 중이다. 책 인세는 전액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본부’에 기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