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시가 있는 월요일
청려장*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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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호] 승인 2018.07.22  02: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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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지팡이가 되겠다고 서원한 명아주는
꽃시절에도 거울 들여다보고
립스틱 한 번 발라본 적 없어서
지나가던 바람은 꽃인 줄도 몰랐습니다

나에게 의지하는 그이 팔이
힘들지 않도록 더욱 가볍게
혹여 내 허리가 부러져
그이 넘어지는 일 없도록 더욱 단단하게
하늘처럼 나를 꽉 붙들어 잡은
그이 손바닥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더욱 옹친 옹이를 만들기 위해

뙤약볕이 아무리 뜨거워도
된바람이 아무리 매서워도
그늘 찾아 머리 디밀지 않고
담벼락 찾아 숨어들지 않았습니다

맑은 이슬로 키운 꽃대가
세상의 어느 강철보다 든든해서
소록도 눈물들의 쌍지팡이였던
마리안나 수녀님, 마가렛 수녀님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던
푸른 시간을 송두리째 불태우고
관절염에 걸린 지팡이는
지팡이로서의 명운 다했다며
신새벽 더듬어 홀연히 떠났습니다.

*청려장: 명아줏대로 만든 지팡이, 가볍고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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