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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하인리히 뵐(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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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호] 승인 2018.06.10  12: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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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언론에게 처참하게 유린당한 한 개인의 명예에 관한 보고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하인리히 뵐의 작품이다. 1975년에 발표된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언론이 한 개인의 명예와 인생을 파괴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성실하게 살아왔던 여인은 언론의 허위 보도와 그에 호응하는 군중에 의해 살인범의 정부, 테러리스트의 공조자, 음탕한 공산주의자가 되고 만다.

1974년 2월 24일 일요일, 한 일간지 기자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27세의 평범한 여인 카타리나 블룸은 경찰을 찾아와 자신이 그를 총으로 쏘아 죽였다고 자백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가정관리사로 일하면서도 늘 성실한 태도로 주위의 호감을 샀던 카타리나가 왜 살인을 저질렀을까? 화자는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2월 20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일간의 그녀의 행적을 재구성하여 보고한다.

   
 
수요일 저녁, 카타리나는 댄스파티에서 괴텐이라는 남자를 만나 함께 밤을 보낸다. 그런데 이튿날 경찰이 그녀의 집에 들이닥쳐 가택 수색을 벌인다. 알고 보니 괴텐은 은행강도에 살인 혐의로 계속 언론과 경찰에 쫓기고 있었던 것. 카타리나가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식은 특종을 찾아 헤매던 일간지 기자 퇴트게스에게 포착되는데….

소설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주인공 '카타리나'는 우연히 은행강도에다 살인혐의까지 있는 '괴텐'이라는 젊은 남자와 연루가 된다. 카타리나가 괴텐이란 남자를 도망치게 도왔다는 것인데 그러나 카타리나는 결백하다. 그래서 이 결백을 증명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언론(특히 그 시대의 최고 신문사였던 "차이퉁지")에서는 빅 이슈거리였던 이 괴텐이라는 젊은 남자와 매력적인 카타리나라는 젊은 여자에 대해 온갖 억측 기사들을 쏟아내고, 또한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면서 주인공을 괴롭힌다. 신문에 보도되는 글자 하나하나가 카타리나에겐 칼이요, 바늘이다. 카타리나를 믿었던 주위 모든 사람들이 떠나간다. 사람들은 신문에 보도되는 내용만을 믿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마침내 해당 신문사는 카타리나의 엄마까지 모함하게 되고, 카타리나의 엄마는 지병이 악화되어 결국 죽고 만다. 참다못한 카타리나는 해당 신문사 기자를 마침내 총으로 쏴 죽이게 되는데... 이 것이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소설은 카타리나라는 한 개인이 언론이라는 거대 권력 앞에 어떻게 철저히 무너지고 파괴되어 가는가를 보여 준다. 카타리는 그들에게 있어 노리갯감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카타리나라는 한 개인의 죄의 유무 등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도 이미 카타리라는 한 여자는 언론이란 것에 의해 사망선고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죽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온 세상이 보는 앞에서 거의 난도질 해 버린다. 더욱이 칼과 총이 아닌 '펜'이라는 무기로. 미루어 짐작컨대 이런 경우 차라리 칼과 총으로 끝내는 것이 훨씬 간단하다. 하루하루 보도되는 기사는 그 뾰족한 펜으로 자신의 심장을 콕콕 찌르는 듯 매일매일 죽는 심정일 것이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출간 당시 즉시 세간의 주목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독일 영화계의 거장 폴커 슐렌도르프에 의해 영화화되고, 현재까지도 언론의 폐해를 다룰 때 언제나 인용되는 고전이다.

언론을 통해 많은 정보가 대중들에게 흘러가고 있고, 그 정보가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분명 개인의 몫일 것이다. 언론에 의해 휩쓸리고, 한 개인이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모습. 언론 장악.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폭력 뿐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느 권력보다도 강력한 파급력을 지닌 구조화된 폭력, 언론의 폭력을 문제 삼은 하인리히 뵐의 이 작품은 당대의 가장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문제작이었을 뿐 아니라, 현재에도 시청률과 판매 부수에 죽고 사는 상업주의 언론의 실상을 폭로하는 데 매우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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