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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안치용(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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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호] 승인 2018.05.06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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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은 재벌을 만들고 재벌은 권력을 지배 한다”

CHAEBOL. 속칭 ‘재벌’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기업집단은 이미 옥스퍼드를 비롯한 전 세계 유명 사전에 ‘고유명사’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지 오래다.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아니라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봉사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기본규칙마저 가뿐히 뛰어넘는 대한민국 재벌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 책은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의 시작이 일제강점기라고 규정했다. 오늘날의 ‘삼성그룹’과 비견될 만큼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노구치콘체른’의 정경유착과 차입경영, 무차별적 사업 다각화가 바로 대한민국 재벌의 원형인 셈이다. 일제강점기가 끝나자 재빨리 친일에서 친미로 갈아탄 식민지 부역자들은 이른바 적산불하 과정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는 불법, 탈법과 정경유착으로 부와 권력을 쌓아올린 자본권력을 마피아보다 더 사악한 ‘범죄집단’으로 규정한다. 그 이유를 “사법적 심판을 벗어나 있고 나아가 사법을 포함한 국가와 사회의 권력을 총체적으로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책 서문에서 “‘범죄자본주의’는 한국 자본주의의 본질적 특성이며, 이는 대한민국이란 근대국가 형성과 맞물려 있는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친일세력과 두 개의 외세에 편승한 기득권 세력이 어떻게 민족공동체의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국가를 장악하여 대한민국을 그들의 나라로 만들어왔는지는 현대사를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기초하고 설계하여 완성한 이승만·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진 정치권력은 태생 자체가 범죄적이다. 이 독재자들은 민족과 공동체의 국가를 찬탈하여 소수 기득권 집단의 국가로 만든 범죄자다.”라고 밝히고 있다.

일찍이 노무현 대통령이 고백했듯이, 대한민국의 실제적인 권력은 이미 재벌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런 점에서 이 책에서는 권력의 하수인 혹은 동반자에서 스스로 권력을 손에 쥔 재벌을 ‘자본권력’이라 규정한다. 마치 쇠에서 나온 녹이 그 쇠를 갉아먹듯이, 권력자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재벌 그룹이 어느덧 권력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권력이 되어버린 것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재벌은 언제나 든든한 정권의 동반자 혹은 하수인이었다. 정권에서 필요로 하는 정치자금의 마르지 않는 젖줄이었고, 그 대가로 바벨탑과 같은 자본의 성채를 쌓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본은 권력의 통제를 벗어났고, 오히려 정권을 창출하고 조종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바야흐로 자본권력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는 오늘날 ‘범죄자’의 반열에까지 오른 자본권력의 과거와 현재를 낱낱이 파헤치고 화려한 자본의 그늘 뒤에 숨은 추악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하여 자본권력의 약한 고리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범죄자본주의’를 해체하고 한국 자본주의를 전면 재구성하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그래도 희망을 말한다. 그 희망은 바로 ‘사회적 자본주의’다. 저자가 말하는 ‘사회적 자본주의’는 사적 소유와 시장 기능을 전제한 가운데 자본의 운용을 공동체의 이익에 맞게 조정하자는 것이다. 기업 경영에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참여시키고 연기금 의결권을 사회화하며, 상속 등에 관한 세제 개혁과 시민적 입법을 통한 자본의 전횡을 방지하자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실현 방안이다.

저자는 “희망 자체보다는 희망의 근거를 찾는 일에서 우리는 희망부재의 타파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일은 절망을 깊숙이 또한 찬찬히 들여다보는 일에서 시작 된다”고 말한다.

이렇듯 저자는 재벌 자본권력의 과거와 현재를 낱낱이 파헤치고 화려한 자본의 그늘 뒤에 숨은 추악한 민낯을 그대로 책에 드러내며 한국 자본주의 전면 재구성을 제안 한다.

더디고 힘든 길이겠지만, 이 책은 대한민국이 건강한 자본주의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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