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편의는 뒷전인 채 광주와 나주(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를 오가는 양 도시 시내버스 운송사업자 간 노선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시내버스 진입 노선 갈등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를 손잡고 나주에 유치했던 광주와 전남의 상생추구 노력을 훼손시키는 대표적인 '지역 이기주의'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나주시에 따르면 나주 시내(농어촌)버스 광주 구간 정차 확대를 결정짓는 국토교통부 노선조정 심의위원회가 이달 말께 열릴 예정이다.

노선 갈등이 국토부 심의 대상으로까지 간 데에는 지자체 간 협의가 사실상 실패하면서 부터다.

현재 광주와 나주를 오가는 시내버스는 총 6개 노선으로 운행되고 있다.

광주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준공영 방식의 광주 시내버스 02·170·196번이 나주혁신도시를 포함해 3개의 나주 구간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또 나주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농어촌버스로 분류되는 나주 시내버스 160·999·1160번도 광주 구간 3개 노선을 운행 중이다.

광주와 나주 시내버스 사업자 간 노선 갈등은 해당 노선이 품고 있는 불합리하고 공평하지 못한 요인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주를 오가는 광주 시내버스는 나주 모든 구간의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자유롭게 승·하차를 할 수 있는 반면 광주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 구간까지 운행 중인 나주 시내버스 3개 노선 중  2개 노선은 광주시와 국토부 노선조정심의위원회에서 인용 결정된 승강장에서만 승·하차가 가능한 실정이다.

나주 시내버스 999번의 경우 광주 지역 총 44개 승강장 중 15개 승강장에서만 정차가 허용되고 있다. 1160번도 총 19개 승강장 중 2개 승강장에서만 정차가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나주혁신도시 등에서 광주를 오가는 수많은 승객들은 원하는 장소에서 승·하차하지 못해 불편과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

도시 간 시내버스 노선이 불합리하게 운영되고 있는 배경에는 광주시 버스운수협회의 집단 이기주의가 크게 한 몫하고 있다.

이 같은 이기주의는 실력행사로도 나타난 바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두 달여 간 999번 나주 시내버스가 승인되지 않은 광주 구간에 정차 했다는 이유로 광주시 운수협회가 사진과 동영상 자료 55건을 나주시에 제출하고 처분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주 시내버스 운송사업자인 나주교통은 '나주시에 승객 민원과 편의를 위해 부득이 하게 정차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나주시는 나주교통에 총 2700만원의 과징금 폭탄을 안겨 줄 수밖에 없었다.

당시 과징금 폭탄을 맞은 999번 버스는 나주혁신도시~광주역 구간을 운행했지만, 지난해 8월22일부터 노선 변경으로 조선대와 전남대 등을 신규 노선으로 경유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황금노선' 잠식을 우려한 광주 업체들의 반발 등으로 지자체 간 노선 협의가 무산되자 결국 국토교통부가 조정에 나선 끝에 노선 변경이 인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진행 중이다. 광주시 운수협회는 농어촌버스인 999번 나주 시내버스의 노선 인가 취소 소송을 광주지방법원에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 당하자 다시 고등법원에 항소해 현재 재판이 계류 중에 있다.

이권 다툼에서 촉발된 양 지역 버스사업자 간 노선 갈등은  교통약자들의 '편의성이 우선' 돼야 할 대중교통 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면서 혁신도시 등으로 이주해 온 버스 승객들의 불편만 가중 시키고 있다.

광주에서 나주혁신도시로 출·퇴근 하는 버스 승객 나 모(50)씨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가 운송업체들의 이권 다툼 때문에 공공성이 훼손된 채 이용자들에게 만 불편을 안겨 주고 있다"며 "불합리한 현재 노선이 하루 빨리 합리적으로 조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지난 2013년 2월27일 나주혁신도시와 광주를 연결하는 시내버스 노선에 처음으로 투입된 나주교통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