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권력에 맞서는 전·현직 기자가 들려주는 감동실화!”
 
2007년 7월 한국 언론계에는 세계 언론사를 뒤져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회사가 삼성관련 기사를 무단 삭제한 데 항의해 1년 가깝게 경영진과 갈등을 빚어온 한 시사 주간지 기자 대다수가 집단으로 사직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기자들의 사직에 비정규직과 취재차 운전기사까지 동참했다는 사실이다.

《기자로 산다는 것》은 당시 회사와의 투쟁여정을 기자들이 기록해 펴낸 책이다. 책은 한국 언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특히 언론사 기자 지망생들에게는 필독서로 알려져 소리 없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1989년 한국 사회가 암흑기를 벗어나려던 무렵 등장해 기존 잡지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던 시사 주간지 '시사저널'. 이 책은 창간 직후부터 날카로운 조언과 직언을 일삼으며 고급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시사저널의 전·현직 기자 23명이 시사저널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생생히 증언한다.

기자들의 면면 또한 화려했다. KBS 사장을 지낸 박권상, 소설가 김 훈, 시사지 최초로 여성 정치부장·편집국장을 역임한 서명숙, 시인 이문재 등 쟁쟁한 글쟁이들이 시사저널을 거쳐 갔다. 한반도 전문기자, 탐사보도 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한국형 전문·탐사보도의 신 영역을 개척한 것 또한 시사저널 기자들이었다.

삼성관련 기사의 일방적 삭제를 시작으로 불거진 일명 '시사저널 사태'로 직장 폐쇄까지 된 후, 거리로 내쫓긴 시사저널 기자들이 전직 기자들과 함께 이 책을 펴냈다. 먼저 1부에서는 시사저널이 규모는 작지만 파급력은 강한 매체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을, 2부에서는 시사저널에 몸담았거나 현재 몸담고 있는 4명의 기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현직 기자들이 자기 경험을 토대로 기자로 살아가기 위한 각종 노하우를 소개하여 기자 지망생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끝부분에는 시사저널 사태 일지와 고재열 기자의 회고록, 편집국장을 역임했던 소설가 김훈의 인터뷰, 시사저널에 보내는 독자들의 희망 메시지 등이 실려 있어 색다른 감동을 준다.

한국형 탐사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한편 부패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끊임없이 추구했던 시사저널의 각종 에피소드들은 한 편의 흥미진진한 휴먼 다큐멘터리로 다가온다.

김 훈, 박상기, 서명숙, 김상익, 이문재, 백승기, 문정우, 남문희, 정희상, 장영희 등 당시 전,현직 시사저널 기자가 함께 참여한 이 책에는 한국 최초로 본격적인 시사 주간지 시장을 개척했던 이 잡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생생한 증언들이 담겨 있다.

한국형 탐사 저널리즘의 신 영역을 개척하는 한편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끊임없이 추구했던 이들의 궤적을 좇다 보면 시사저널 사태가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지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취재 현장과 편집국에서 기자들이 어떻게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지를 실감나게 엿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부록으로 실린 독자들의 메시지 모음집(‘힘내세요 시사저널’)은 또 다른 감동이다. 1970년대 동아투위 사태가 정치권력에 의해 기자들의 펜이 꺾인 사건이라면 2000년대 시사저널 사태는 자본권력에 의해 기자들의 펜이 꺾인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책 말미에는 김 훈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소설가)이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털어놓은 격정 인터뷰도 실려 있다.

이제 막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입문자에게, 또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책임질 수 없는 비현실적 이야기 구성을 혼돈 하는 직업필자에게, 혹은 탄탄한 문장미로 구성된 한 편의 에세이를 읽고픈 불특정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