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창 전 고구려대 교수

“정치적 목표를 추진하기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정치적 선진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미국, 영국, 서독, 그리고 프랑스 국민들은 선거라고 답했다고 한다. 선거는 대중적 목표를 달성하는 1차적 수단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선거를 일컬어 막걸리 또는 고무신 선거라고 불렀던 때가 있었다. 인물, 정책을 떠나 돈 있는 사람이 막걸리나 고무신을 사주면 ‘묻지마’ 투표를 해준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었다. 후보는 돈으로 유권자를 매수하면 그만이고 공약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수 있을 것처럼 잘 치장한 장밋빛 미래를 펼쳐 보여주면 그만이었다.

2002년 12월 19일 치러졌던 제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대기업에게 현금을 차로 받아서 선거를 치렀다가 결국 들통이 나서 온 국민을 경악 시켰었다. 공약(公約)이라는 말은 국민과의 약속이 아닌 하늘에 외친다는 빌공(空) 자(字) 공약(空約)으로 불리기도 했다.

우리나라 선거문화는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시민단체가 나서서 낙천낙선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쳐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냈으며, 여기에 더하여 선거법의 강화와 매니페스토(Manifesto)운동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개선되고 있다. 매니페스토는 “증거 또는 증거물”이라는 라틴어의 마니페스투스(manifestus)에서 유래한 것으로 과거의 행적을 설명하고, 미래 행동의 동기를 밝히는 공적인 선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후보는 자신의 과거 행적을 솔직히 고백하고 앞으로의 구체적 실천 계획을 공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즉 자신의 과거의 잘잘못을 밝혀서 이것을 토대로 미래의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유권자로 하여금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 2주일이 지나고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예감이 좋다. 상쾌한 봄바람을 맞는 기분이다. 선거기간동안 자신이 한 말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 1호 행정지시가 “일자리위원회를 만들라”는 것이었다는 데서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으며, 우연치고는 정말 공교롭게도 대통령 당선 후 최초 공식행사 참여가 5.18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이었다.

대통령의 기념사는 그동안 광주시민 아니 전국의 지각 있는 민주세력이 요구했던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점에서 감동을 주었을 뿐 아니라 행사의 진행에 있어서도 참석자들이나 텔레비전으로 시청을 했던 국민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나주와 관련된 공약은 크게 혁신도시에 한전공대를 설립하여 에너지신산업 거점도시로 육성하고 2020년까지 500개의 에너지 관련 기업과 소프트웨어 기업을 이전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것, 마한촌의 설립을 비롯한 고대역사문화도시 건설, 농업부문에서 쌀 생산 조정제 및 소비확대를 통한 목표 가격인상,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 조성,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혁신도시 건설로 소외된 원도심의 재생사업이다.

나주가 대통령선거에서 이정도 대접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것들이 진행된다면 혁신도시건설에 이어 새로운 도약을 통한 세계적인 으뜸 도시의 꿈을 꾸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거는 끝이 났다. 나주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했던 후보는 당선이 되었다. 남은 것은 시민의 몫이다. 후보는 공약을 통해서 시민을 설득했고 시민은 그 공약을 보고 선택했다면 남은 것은 실천의 문제이다.

민주주의 정통성과 정당성은 민주적인 선거를 통하여 확보된다. 선거에서 내세운 공약들은 정당성을 확보했다. 민주주의를 거부하지 않는 한 공약 또한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공약은 이제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주춧돌이 된 것이다. 이 점에서 나주의 공약은 나주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기가 될 것이다.

선거 국면에서 나주발전을 위한 공약들이 실천되기 위해서는 첫째, 공약을 제시하는 것, 둘째, 후보가 공약으로 채택해 주는 것, 셋째,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 넷째, 당선 후 공약 이행항목에 넣는 것, 다섯째, 예산에 반영하여 추진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나주발전을 위해 남은 문제는 공약이행 항목에 넣는 문제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예산편성의 문제가 남아 있다. 지금 누군가 나주공약이 실천될 수 있도록 챙기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선거는 단순히 사람을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당선자가 민주주의 발전과 국가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며,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없기 때문에 후보스스로가 매니페스토를 제시하는 풍토가 만들어 지고 있다. 이 체계를 바르게 이해하고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지역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필자는 본란을 통하여 시민과 시민사회, 공공기관, 그리고 나주시가 참여하는 가칭 “제19대 대선 나주시 공약이행 추진위원회” 결성을 제안한다. 이제 너와 나를 떠나서 나주라는 이름으로 하나 되어 공약이행을 철저하게 감시함으로써 나주발전의 기틀을 마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