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지난 15일 치러진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박지원(75세)의원이 국민의당 대표로 선출 되었다. 정치 9단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그는 대표수락연설에서 국민의당이 아니면 패권수구세력의 천국이 될 것 인양 호들갑을 떨었는데 그의 주장에 박수를 치는 사람보다 국민의당이 늙어 가고 있다는 쓴 소리가 더 많았었다.

그 이유는 너무 간명하다. 전국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튼튼하게 구축해야 오는 대선에서 '용'이라도 써 볼 텐데 박지원이 대표가 됨으로서 스스로 전국 정당의 길을 막아서고 있다는 비난에서다.

주승용 의원(원내대표) 그리고 박지원 의원(당 대표) 모두가 호남 출신인데 박지원 의원이 주장했던 패권수구세력이 안되게 하기 위해선 한 알의 밀알 역할에 충실해야만 충정의 '나이 값' 아니냐는 항변이다. 즉, 호남을 기반으로 한 群雄割據(군웅할거)는 그야말로 호남패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데 패권수구세력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물음도 있다.

박지원은 지난 총선정국에서 민주당 공천이 불명확하자 2016년 초에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만든 당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 떠난다. 분열된 야권을 통합하고 우리 모두 승리하기 위해 잠시 당을 떠난다"라고 밝혔었다. 외연에서 머물며 자기 몸을 불태워 국민의당과 민주당과의 통합을 통해 총선에서 우리(야권)가 승리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박지원 말이 거짓말로 들어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통합은 사기였다는 이야기다. 이제 박지원은 국민의당 대표가 되자 큰 천막을 쳐 두고 집 없는 어린 양(반기문, 손학규 등)들과 함께 정권을 잡아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겠다고 장담한다.

이러한 장담이 '통' 하려면 그는 백의종군 했어야 위대한 국민이 될 수 있었다. 백의종군의 반대라면 노욕에 의한 권력포로라 의심받기 넉넉하다. 그런데 한편에서 일고 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 추파를 던지는 국민의당의 러브 콜을 바라보는 호남민심이 그리 녹녹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야당이 분열되자 손학규 역할론에 많은 기대를 걸었었고, 호남 민심 대부분이 학수고대한 손학규였다. 그러나 그는 고매하게 笑而不答(소이부답) 즉, 웃음으로 답을 주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대권에 도전하겠다며 정계에 복귀하자 '어처구니없는 손학규'라는 비난이 등장했고 덩달아 민심이 크게 이반되어 있는 실정이다. 식자우환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머리에 먹물 든 놈들의 계산속은 항상 무섭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민심을 약삭빠르고 머리 좋은 사람이 얻을 것 같지만 愚公移山(우공이산)이라고, 우직한 사람만이 산을 움직인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투박하고 진정성을 가진 사람만이 민심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서 특히 야당인사 중에서도 향원과 견주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사이비들이 즐비하다.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가 15, 16일 이틀간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손학규는 1.3%를 얻는데 그쳤다. 손학규의 정치적 빅뱅(big bang)기대는 '허망한 남평장' 아니면 허무맹랑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그는 강진 토굴의 칩거가 아니라 손자 재롱이나 볼 신세가 되었다는 신호와 다름없다.

국민들이 도움의 손을 내밀 때 매몰차게 뿌리친 이유는 공동산의 무덤만큼이나 많겠지만 '약삭빠른 고양이 밤눈 어둡다'가 적당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많다. 참새가 죽으면서도 '짹' 한다는 시쳇말이 그리워지는 손학규 표 대선시절이다. 국민의당은 호남 민심에 절대 부흥해야 될 확실한 의무가 있다.

정치집단은 어느 집단이든 수구가 맞고 패권을 추구하는 세력의 집합체가 맞다. 나는 아니고 너만 해당한다며 손가락질 해 봤자 하늘보고 침 뱉기다. 국민의당은 국민이 승리하는 길이 무엇인지 넉넉한 사고가 필요한 오늘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