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올여름 나의 휴가지는 작은 숲 속 이었다. 신문 몇 장 그리고 내 나이 사십대 초반에 썼던 몇 권의 책들을 뚜르르 말아 비닐봉지에 넣어 숲을 찾곤 했었다. 아침식사를 서둘러 끝내고 일곱 시 반쯤부터 열한시 반쯤까지 머무르곤 했던 그 시간대는 온전히 나와 숲과 바람과의 시간이었다.

사십대 초반까지 거의 이 십 년 전, 뭘 안다고 그리 겁도 없이 책을 펴냈을까? 열권 정도의 책을 거의 7,8년 간 몰아서 출판 했던 것 같다. 삼십대 후반부터 사십대 초반이라면 어떠한 사상도 사고도 도무지 여물지 못했을 나이였을 것이다. 글재주라는 것만 믿고 만용을 부린 젊은 날의 정신세계를 한번쯤은 다시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이다.

 1995년 10월에 경찰의 날을 앞두고 펴낸 <아저씨 아저씨 경찰관 아저씨>는 마침 경찰 창설 50주년과 시기가 겹쳤었다. 전국 주요 매스컴과 일간 신문에서 거의 한달 가까이 돌아가며 소개를 해 준 덕분에 당시 김세옥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경찰청을 비롯해 전국 경찰서의 실,과,소 그리고 시골 파출소까지 배부를 하게 되었다. 또 일제 순사의 부정적 이미지를 일시에 벗게 하고 봉사하는 경찰관의 이미지가 잘 표현된 책이라 하여 전국의 각급학교 도서관에서 적게는 수 십 권 많게는 수 백 권씩  저자에게 기대 이상의 과분한 성과를 얻게 해주었고 출판기념회에는 서울에서 나주까지 김세옥 경찰청장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첫 발표작 이었는데도 글을 쓰는 작가들 사이에 베스트셀러 동화작가로 불렸고 첫출발부터 글을 쓴다는 것에 많은 욕심을 낸 계기가 되었다. 96년에는 당시 시대의 화두였던 환경문제를 다루는 책을 한국서적공사에서 공모하자 거기 응모하여 은상을 수상한 책 <병든 지구 우리가 살려요> 와 97년 그 다음해에 다시 또  <아나바다와 환경은 사촌> 이라는 책으로 다시 은상을 수상하여 적지 않은 수상 원고료는 물론 지금까지 대한민국 어린이들에게 여름방학 필독서로 읽히고 있어 작가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중국 연변대학 작가협회에서 펴내 준 <호박꽃 만세>도 지금과는 많이 다른 중국의 경제 상황에서 어렵게 펴내준 책임을 알기에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또한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 장군>이 있다. 97년 교육청 주관 일본 연수에서 한 일본인 박물관장을 통해 들은 나주사람 나대용이 거북선 만든 사람이라는 말이 계기가 되어 (나를 포함한 교육계인사 포함 일행 모두 그 말에 거북선을 만든 사람이 이순신장군이지 무슨...이었다.) 쓴 동화책이 있다. 해양강국 영국도 인정한 세계 최초의 철갑선을 만드신 나대용이라는 분의 업적과 고귀한 이름을 우리만 모르고 있었다는 자책이 컸었다.

당시 이수용해군 참모총장 면담에 해군 충무공수련원연구실장 최두환 중령까지 만나서 감수를 받고 자문을 구하는 등의 노력으로 거북선 제작자 과학자 나대용과 성웅 이순신의 업적을 분리, 바로 잡는데 나름의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고려를 건국한 왕건과 장화왕후>가 99년에 출간되었다.

목마른 장수 왕건에게 버들잎을 띄운 물 한바가지를 건네주는 지혜로움이 인연이 되어 한나라의 왕후가 된 이야기이다. 정치적인 후견인이라고는 단 한사람 의지할 데 없는 한미한 가문의 여인임에도 26명의 기라성 같은 정비들을 물리치고 자신이 낳은 아들 혜종으로 하여금 고려 2대 왕으로 오르게 한 인물이 나주여인 오씨임을 알렸던 동화였다. 이는 왕을 배출한 어향 나주인의 자긍심을 한껏 높여주는데 일조를 하였다.

그리고 첫 수필집<꽃이어라 우리네 삶은>은 많이 부족하고 유치했다. 극동 방송진행자로 3년간 일하면서 출판한 방송에세이집 <역사를 바꾼 여인들과><가슴을 열고>는 부족한 신앙에 마음만 바빴던 에세이집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가정을 응원한 <기차마을 사람들과 행복 우체통>은 한국아동문학회 작가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지만 다문화 가정의 실정을 머리로만 이해하면서 응원하고자 하는 욕구가 지나치게 강한 그런 글이었다. 수필가로, 희곡작가로 등단을 했으되 유난히 동화라는 영역을 고집했던 것은 내가 어린이를 가르치는 선생이라는 직업의식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나주투데이>에 기고해왔던 원고분량도 상당한 것 같다. 단 한순간도 나주의 정치 경제 문화 역사에서 자유로워보지 못했던 이 글들도 가까운 시일 내에 간추려 책으로 엮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전남 타임스>에 연재하고 있는 “정도전과 나주” 도 거의 3~4년 이상을 준비하다 펴낸 작품인 만큼 올 해가 가기 전에 독자들에게 꼭 한 권의 책으로 안겨드리고 싶은 소망이 있다.

상처 입은 고려 말의 정치인이 나주라는 곳으로 귀양 와서 비로소 백성을 재인식하고 ‘백성이 하늘이다’라는 사상으로 썩은 고려를 뒤엎고 맑고 아름다운 나라 조선건국의 토대를 이루기까지의 동화이다. 올 여름은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어도 오히려 의식만은 명료하여 아직 많이 부족한 나를 돌아보면서 이런저런 갈무리가 가능했던 날들이 아니었나 싶다. 휴가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