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한여름의 열기가 뜨겁기만 한데 세상도 거의 미쳐 돌아가는 것처럼 유난히 7월 들어서 2~3 주간은 국내외적으로 사건 사고가 많기도 한 주간이었다. 땀 흘리며 죽어라고 성실하게 일한 죄 밖에는 없는데 느닷없는 강펀치를 맞고 온 국민이 휘청거렸던 사건을 생각한다.

이 나라 교육을 좌우지하는 교육부 나리님의 "민중은 개, 돼지" 발언으로 전 국민을 경악케 했던 사건은 모든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6시간 만에 끝난 터키의 유혈 쿠데타 사건도 전 세계인의 관심이 뜨거웠던 사건이었다.

특히 사드 배치로 인한 사건은 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의 일부로 기능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주장까지 제기되어 온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우리 온 국민의 염려와 공분을 샀다.

미보고서에 따르면 경북 성주에 들여오는 주한미군 사드는 미국의 중앙통제센터에 연결되어 미 본토를 방어하는 사드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될 수밖에 없어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아닌 날벼락에 대한민국 최고의 맛있는 성주참외를 재배하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청정지역 성주 군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는 것들이었고 성주군청 공무원들조차 지역주민을 무시한 비민주적 사드배치를 즉각 철회하라는 외침은 절규에 가까워 보였다. "박정희 가문"의 대통령의 사진을 닦는 재미로 살아왔던 고령의 노인들조차 배신감에 몸을 떨며 앞 다투어 걸개 사진을 끌어내리고 있는 뉴스의 한 자락은 사드배치에 얼마나 성주 군민의 분노가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박근혜라면 죽고 몬살았는데 찍어준 손가락을 콱 분질라 버리고 싶다." "옴마야! 세월호 때 왜 사람들이 맬겁는 대통령을 원망하나 했구마. 이제 보니 세월호고 백남기 농민이고 다 이해가 되는기라..."혼란스럽기는 했지만 대통령 박근혜를 향한 실망과 배신감으로 잠시나마 동과서로 갈렸던 국민적 공감대가 하나를 이루는 현장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대통령은 외유중이시고 거기에 국무총리는 분노한 주민들에 포위되어 여섯 시간 동안이나 퇴로를 찾지 못하셨다. 대한민국 2인자의 외부와의 완전 단절, 총리께서 차안에 갇혀 있음에도 여전히 잘 돌아가는 대한민국을 보면서 지지리도 지도자 복 없는 국민들은 뜨거운 여름날 참 많은 생각을 해야 했었다.

한 여름 땡볕에 풍년농사에 대한 기대감 하나로 허리 휘는 고통은 기본으로 감내하고 뼈가 부러지도록 땀 흘려 일해도 가을이면 쌓이는 빚에 허덕이는 것이 우리 농부들의 현실이다. 그들이 일하는 것이 고관 나리님들이 보기에는 영락없이 개돼지의 모습으로 보여 지셨을까? 고작 망명정부 지폐나 다름없는 지폐 몇 장 쥐고 막걸리 한사발 이나마 맘껏 마셔보지 못하는 저들의 서러운 삶을 아시기나 하실까?

왜 진경준 검사장님이나 청와대의 우병호 같은 훌륭하신 공직자들은 멋지게 먹고 마시고 쓰고 또 쓰고 골프장 가고 최고급 브랜드 명품으로 감고 또 감고 툭하면 해외여행 가시고 또 가셔도 일 년을 결산하면 수십 수백억의 돈이 불고 또 불어나고만 있다는데 우리네 서민들의 삶은 이리도 고단해야만 할까?

우병호는 그것도 모자라 지 새끼까지 정부 서울청사 근무 두어 달 여 만에 서울청 차장 운전병으로 옮기신 "의경 꽃보직"이라지. 2년 전에 의경으로 가서 이 땅 대한민국의 최남단을 지키면서 때로는 데모 막는 일로 때로는 교통현장을 지키는 일로 일선 경찰관들의 일을 보조하느라 발바닥 뜨겁게 땀 흘렸던 내 아들아! 미안하다. 같은 공직자였어도 우병호 같이 훌륭한 부모가 못되어서….

권력의 심장부를 향하는 악재들이 겹치고 레임덕의 시계가 빨리 돌아가고 있는 현상이라고만 봐야할까? 그러나 어느 한쪽만 살짝 건드려 올려도 주렁주렁 줄줄이 이런 일들이 얼키고설키고 모든 인간관계까지 백일하에 드러나니 참으로 참담하다.

"그래, 느그끼리 잘해 쳐 먹어라"며 악이라도 쓰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공평치 못하고 끔찍한 세상,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정말이지 거짓말처럼 비 오는 날의 나주향교가 생각났다. 기와지붕에서 흘러내리는 낙숫물을 두 손으로 받아보며 엄마와 함께 기뻐하는 천진한 아이들의 얼굴….

왜 그 시간에 향교가 생각났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우리네와는 너무 먼 거리에 있었던 향교가 요즘 들어 우리에게 여러 가지 옛 교훈과 교육을 되살려 가르치는 귀한 교육기관으로 다가온 때문이 아닌가 싶다. 너무나 스피드와 실적만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인간을 귀히 여기고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되살리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곳 나주향교가 가까이 우리 곁에 있는 한 분명 우리 나주는 소망이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은 문득 향교 대청마루에 고즈넉이 앉아 흐르는 낙숫물에 마음속 세상사 찌꺼기들을 조용히 씻어 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