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섬마을의 어린 선생님, 그 꽃잎처럼 여리고 아름다운 교사를 한 마을의 짐승 같은 남성들이 번갈아가며 성폭행한 사건을 두고 온 국민들의 여론과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이러한 사건은 일찍이 유래가 없었던 일이다.

그동안 교단에서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등의 일련의 사건들을 두고 땅바닥에 곤두박질친 교사의 인권과 권위에 대한 많은 논란들이 없지는 않았었다. 신성한 교단에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이도 일어났지만 그러나 이러한 일들을 규제할 수 있는 어떤 법적 규제나 장치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늘아래 결코 있어서는 아니 될 일을 또 다시 바라보는 심정은 부끄러움을 훨씬 넘어선 참혹함 그것이다.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죽어가야 했던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이후 많은 여성들이 불안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그 사회적 파장은 더욱 큰 것이다.

그 때의 사건도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한 사건이었고 이번 여교사 사건 역시 오직 그 대상이 여성이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면 여성은 언제 어디서든 당할 수 있다는 범죄의 일상화 현상이 참으로 두렵고도 무섭고 끔찍하다. 직장과 학교에서의 귀가 길과 병원을 찾거나 친구들과의 노래방에서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귀가하는 하루 동안의 시간 속에서 과연 여성에게 안전한 공간은 존재하는 것일까?

아침마다 남편과 아이들을 배웅하고 가볍게 오르는 뒷산은 우리에게 안전한 공간인지 또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는 주부를 노리는 범죄자의 손길에서 우리 여성들은 안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한 두 달간의 뉴스 속에서도 아주 평범한 주부의 일상에서도 틈새를 노리는 범죄의 손길에서 여성들은 늘 범죄의 대상이 되어왔다. 거기에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교사나 상사, 동료, 그리고 의사 같은 지극히 신뢰할 만한 이들에게서조차 신뢰를 이용해 성범죄를 당한 것은 이제 평범한 뉴스거리가 될 정도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당국의 대응은 언제나 뒷북치기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범죄통계를 보면 강간살인, 강간상해,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장애인 강간 등 온갖 성범죄들이 일어났다. 그러나 구속의 사례보다는 "혐의없음"이라는 수치가 구속의견 통계보다 많았다는 보도를 보았다. 과연 이 땅의 법은 피해자를 위한 것인지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갈 수 있는 능력 있는 범죄자인 남성들의 것인지를 묻고 싶었다.

수치심과 두려움에 혹은 범죄자와의 특별한 관계에서 "을"일수밖에 없는 여성의 진술은 결코 제대로 된 진술이 아닐 수가 있다. 그런데 법은 "결정적 물증이 없다"랄지 "동의했다"라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으며 피해자인 여성을 더욱 곤경에 빠트린 사례를 목도한 경험이 있다.

한때 최소한 여성 대통령이 탄생 했으니 "이제 좀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던 유리천장은 방탄유리가 되어버렸나 보다. 우리 사회 어떤 부분에서도 여성의 권익을 대변하는 인재가 등용 되는 일, 특히 여성이 보다 범죄에 안전할 수 있는 부분에 너무나 허약한 구조임을 통탄한다. 얼마 전 뉴스에서는 국내 20대 그룹의 여성 임원비율이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보도 했다.

그러나 그 실상은 말이 좋아 두 배 이지 겨우 2.2%에 불과한 수치였다. 여성이 육아에 전념하기 때문에 조직의 일에 소홀 할 수밖에 없고 회사의 일에 전념 할 수 없다면 남성도 똑같이 아이를 키우게 하면 될 일이다. 1년 육아휴직 기간을 남녀가 똑같이 반반씩 쓰는 것을 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이번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윤간 사건을 보는 우리의 심정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뿐이다. 마땅히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으로서 있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게 모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특단의 조치를 세우기 바란다.

그리고 이 땅의 어린이를 교육하는 숭고한 일을 해나가는 선생님들 그 여교사들에 대한 모든 안전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가서는 국민들의 분노가 더욱 커질 것이다. 여성 대통령이 처음으로 탄생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최소한 이 땅의 여성들이 기초 범죄에서 만큼은 조금은 안전해질 것이라는 착각은 너무나 순진했나보다.

완벽한 예방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다른 나라처럼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자들에게 하는 여러 가지 방법 즉, 화학적 거세라든지 죄질에 따라 무기나 사형 같은 법으로 이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방안 등은 무엇 때문에 불가능한 것인지 묻고 싶다. 여성들을 상대로 한 범죄의 질이 날이 갈수록 더욱 흉악해져 두렵고 무섭다.

성범죄의 위험에서 만큼은 조금 놓여나고 싶은 우리 모든 여성들의 바람이 무참해진 요즈음 문득 진즉 시집보낸 딸들을 보면서 또 그들의 딸인 손녀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묻곤 한다. "애들아 너희들 이민가고 싶다는 말 이제 말리지 않을께..." 우리가 살고 있는 나주 지역의 공중 화장실이나 금성산 산책길은 안전한지 문득 조급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