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이제 잠시 이별을 준비할 때이다. 신정훈,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는 것은 아직도 목숨처럼 그를 사랑했던 많은 나주인들에겐 큰 아픔이요, 상처임이 분명하다. ‘목숨처럼?’이라는 표현 앞에서 어떤 이는 또 겨우 잠재우고 있는 ‘욱’하는 목울대 피울음을 우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웃기네!’라는 상반된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신정훈 그를 바라보는 극과 극의 애정과 증오가 함께하는 지역민의 선택 가운데 선거는 끝났다. 5.18, 그리고 그 뜨겁던 포효. 스물 한 두 살의 신정훈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가슴 뜨거워진 것이라 했다. 가슴의 병을 안고 돌아가신 아버님의 묘소에 포승줄에 묶인 채로 절을 하던 신정훈, 자고나면 갖가지 죄목으로 선량하던 우리의 이웃들이 이유 없이 삼청교육대로 끌려가 생사를 알 수 없었던 그런 세상을 비굴한 침묵으로 일관할 때의 그의 피어린 항거를 이젠 잊어도 되나 싶다.

그런 살벌한 세상을 그 어린 청년은 온몸으로 항거했고 결국 제도권 어디에도 편입될 수 없는 폐인의 모습으로 낙향을 했다. 부당한 세금이었는데도 평생을 수세라는 명목으로 수탈당하던 이 땅의 농민들과 함께 시작된 수세거부 투쟁은 들불처럼 전국으로 활활 타올랐고 신정훈은 감옥이 제 집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를 나주인들은 눈물겨운 가슴으로 주목했고 뜨겁게 사랑했다. 그리고 결국은 농민의 대변자로 도의원 두 번, 시장에 두 번 당선시켰다.

그리고 몰래 연정으로 젊은 신정훈 그를 가슴에 깊이 품었다. 그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지지를 호소하던 많은 선배 국회의원들의 말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 한다. 신정훈의 시대를 꿰뚫어보는 안목은 너무나 탁월한 것이라 했다. 무서운 탄압과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행동하던 양심은 3선 4선의 정치인들을 압도하는 것이라 했다.

80년대 초 열사 신정훈의 모습은 책장이나 넘기던 자신들의 비굴한 모습이 생각나 아프다고도 했다. 90년대, 초고속 성장의 그늘 뒤의 소외계층과 거친 바닥을 뒹굴며 투쟁하던 신정훈의 모습에 질투를 느낀다고도 했다. 2000년대는 거대 중앙정부를 향해 자치분권하지 않으면 이 나라 중앙과 지방이 함께 공멸한다고 외치던 시골 시장의 모습, 생존의 기반조차 가늘어진 지방으로 권력을 나누라며‘자치분권!’이라는 생소한 구호를 외치던 그의 모습은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했다.

그의 투쟁은 과연 꿈적도 않던 중앙정부와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였고 드디어 지방의 각 거점에 혁신도시라는 이름의 거점 도시를 건설할 수 있게 했다. 젊은 시장 신정훈의 불타는 의지에 노무현이라는 서민 대통령은 퇴임직전 일부러 이곳 나주까지 와서 혁신도시 발파버튼을 눌러주었다.

신정훈이라는 젊은 시장과 바보 노무현이라는 대통령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작품이 바로 나주 혁신도시였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발파버튼을 눌렀는데도 이명박 정권은 영양가 없는 공기업 두세 개나 내릴까말까 저울질을 했고 그 신정훈은 때론 붉은 띠를 매면서까지 시민들과 삭발 등으로 피나게 투쟁 했다. 정부는 꿈쩍도 않았다. 결국 눈까지 내려 질척거리는 정부청사 앞에 거적 대기를 깔고 단식하며 투쟁하여 지금의 어엿한 혁신도시를 쟁취한 것이다. 그의 2년간의 공백은 다시 혁신도시를 불투명하게 해 시민을 근심하게 했지만 국회의원 당선과 함께 말 많고 탈도 많던 KTX까지를 끌어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새벽을 깨우는 5시, 왕곡면 장산리에서 출근을 준비하여 여의도 국회에서의 성실하고 눈부신 의정생활 1년 5개월 동안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출입하는 기자단, 그러니까 국회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살피는 기자단이 주는 최우수 국회의원 상을 비롯한 각종 우수국회의원 상을 다섯 개나 거머쥐었다. 전쟁터의 무사처럼 갑옷도 벗지 못하고 뛰었던 결과였다. 그리고 에너지밸리 성공만이 나주와 광주, 전남의 미래라고 그 모든 밑그림을 그려놓았다.

그럼에도 신정훈은 나주시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신정훈 그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의 부덕의 소치로 겸손하게 돌렸다. 비전이라고는 없고 온갖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했던 선거였다. 그러나 선거기간 내내 어떤 일이 있어도 상대를 비방하지 말라고 당부하던 그를 보면서 이상하게도 선거 참모들과 운동원 모두는 순종했다. 기이한 일이었다.

나주인구 10만 돌파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금성산 숲 체험원 200억 사업과 당연시되던 에너지 실증단지의 꿈부터 선거후 조금씩 흔들리고 있음을 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의원 당선자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인데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아 애가 터진다. 에너지 실증단지 유치에 한전 측은 갑자기 불분명한 사유를 내걸어 입지선정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손 당선자와 같은 소속인 국민의 당 장병완 의원이 입지조차 마련되지 않은 자신의 지역구인 광주도시첨단산단으로 유치할 것이라는 소문에 시민들은 많이 불안하다. 손 당선자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떠나는 신정훈과 새로 오는 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현명한 나주시민은 또 다시 새로운 꿈을 꿀 것이다. 어둠을 뚫고 붉은 태양은 반드시 또 떠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