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나주시의회 의원으로 부름을 받아 일하게 된지도 어언 2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래서 오늘은 짧지만 보고서의 성격을 띤 글로 2년의 의정 생활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부족하나마 내 딴에는 시민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참석해서 함께 울고 웃으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려 애썼습니다. 그리고 그곳의 분위기와 그 단체가 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나름대로 성실하게 파악하고 정리하려 노력했던 기간이었습니다.

사실 어떤 단체나 크고 작은 모임의 성격 파악을 위해 참석해서 보고 듣는 행위는 예산의 편성이나 집행결정 과정에서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거나 더 추가 하는 것에 대한 기준과 잣대가 되어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지역아동센터 같은 저소득층 아동이나 다문화 가정의 한마음대회 노인 어르신들의 잔치 같은 것은 더러 토요일 휴일에 행사를 많이 합니다. 그때는 아무리 개인적인 대 소사로 어려운 상황에서 행사 전에 참석을 못하면 꼭 행사가 끝나기 늦게라도 가서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곤 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그분들의 행사에 무엇을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나름대로 연구해보는 그런 일들은 그리 부지런하지 못한 제가 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고 마음가짐이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몸은 하나인데 부르는 곳은 대여섯 군데가 넘을 때도 있어 행사장에서 눈도장만 찍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다보면 마음과는 달리 거의 모든 곳에 5분전에 참석하는 것이 다반사이고 마음과 달리 행사 시작 전에 지정된 좌석에 앉는다는 것조차 힘들 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단체를 주관하시는 회장님들은 그렇게나마 의원들이 자신들의 행사에 참석해 주기를 원하십니다.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나주시만의 법이라고 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는 일, 시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시행되는 각종 행사와 시정의 행정 전반을 훑고 질의, 제언, 감시는 물론 송곳 같은 감사와 끊임없이 집행부를 견제하며 제언과 고언을 하는 일, 또 목소리를 높여서 중앙정부를 향해 잘못된 행정에 대한 건의와 결단을 촉구하는 일 등은 의원 신분이기에 할 수 있는 참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각 읍 면 동, 리, 통, 반장님들을 통해 들어오는 크고 작은 숙원사업과 민원처리를 해결해 드리는 일은 간절한 요청에 비해 너무나 적은 예산을 여기저기 나누는 고충이 크지만 그것이 해결되고 난 후의 보람은 오히려 당사자들보다 더 큰 기쁨이었습니다.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치러내야 하는 일들의 연속이 어쩌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머리 무겁고 가슴 답답한 일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체 조직에 있어 사무관 승진자 남녀의 비율이 10:0으로 지나치게 남성위주가 되었던 지난번 인사 때는 이러한 납득할 수 없는 인사결과에 대해 집행부에게 엄중히 지적하고 경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내가 납득이 안 되면 시민들도 결코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입니다.

시정 질의 시 읍,면,동, 주민들까지 다 보고 들을 수 있는 영상 시스템을 통해 열 명의 남성공무원들 열 분이 사무관으로 승진을 하는 상황에서 여성공무원이 단 한명도 없는 나주시의 인사정책을 지적하고 물고 늘어 진적이 있었습니다. 대단히 의미 있는 수치와 상황을 가지고도 초선의 한계로 좀 더 심도 있게 질타하지 못했다는 자책은 지금도 여전하고 속상한 일이기도 합니다.

당시 그 상황을 지켜보신 시민들과 공무원들이 많이 지지하고 격려 해 주셨다는 사실은 의원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주시의 귀농귀촌 정책도 귀촌 희망자들에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해마다 실시되고 있는 원주민과 이전기관 선남선녀 맞선 주선도 현재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대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청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총각이 한 가정을 이루고 두 자녀를 낳아 행복하게 사는 모습은 너무나 흐뭇합니다. 이는 어떻게 하면 시민 개인의 삶의 행복지수를 높일까 애쓰는 나주시의 노력의 결과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엊그제 피하고 싶었던 인사 청탁을 드디어 받고야 말았습니다. 빛가람동 공공기관 직원을 아들로 둔 팔십이 다 되가는 서울에서 오신 할머님의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애끓는 가정사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을 두 부부 아들내외가 박사학위까지 하고 부러울 것 없이 단란하게 살던 중 아들 때문에 나주로 오신분의 이야기입니다.

금요일만 되면 아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서울 가족에게 가서 월요일 새벽에 내려와 곧바로 직장으로 간답니다. “우리아들은 평생 공부만 해서 회사의 출장도 어미로선 마음이 쓰일 정도인데 매주 서울을 오가면 몸이 남아나질 않을 텐데 어떡해야 하냐”며 눈물이었습니다.

아들이 없는 사나흘의 밤이 너무나 고적하고 쓸쓸하여 우울증이 걸릴 지경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자신을 벗으로 삼아준 나주 사람들과 푸성귀 하나도 나누는 풍성한 인심이 고마워 이곳에 정착하고 싶으시다고 하셨습니다.

수도권의 대학교수로 있는 며느리는 광주. 전남지역 대학으로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세월만 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연휴 때 잠깐 만난 아드님은 과연 몰라볼 정도로 야윈 모습이었습니다. 귀농 귀촌인의 정착과 혁신도시 선남선녀 짝짓기로 새 인생을 찾게 해준 나주시라면 이런 가족의 사례도 능히 행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남은 삶을 나주에 정착하여 살고 싶은 가족의 바람을 외면 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렴요. 한가정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고 우리 나주시로서는 고대하던 5인 가족이 늘어나는 일인데요. 결국 시민의 한숨과 눈물을 닦아주는 일인데 행정에서도 좀 더 관심을 기울여서 앞으로도 이주민들의 가족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