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2년 동안의 나주시의회 의원으로 가장 마음을 쓰면서 의정활동에 임했던 부분이 있다. 그것은 우리 나주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고 우리 모두 어쩔 수 없는 촌사람이라는 막연한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나주 정신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에 있었다. 그런 만큼 그 역사의 현장보존과 관리 그리고, 그 인물들의 혼을 기리고 배우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나쳐 집행부인 시청 담당자들을 꽤나 피곤하게 만들기도 했던 것 같다.

올해는 임진왜란 당시 나라가 어려울 때 거북선이라는 세계 최초의 철갑선을 제작하여 왜군 섬멸에 혁혁한 공을 남기신 체암 나대용 장군님이 순국하신지 404주기가 되는 해이다. 20년 전 교육 관계자들과 함께 한 일본 연수에서 어느 도시의 박물관에서 벽에 그려진 해전도를 관람 하던 중 그곳 박물관 관계자로부터 "거북선! 나대용!" 이라는 말을 듣고 오지랖 넓게도 역사를 바로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No! 거북선 이순신”을 몇 번이나 외치면서 잘난 척 했었다.

그러나 그가 하도 거북선! 나대용! 나주! 라는 말을 외쳐 대기에 거기 함께 했던 장학사께 이 말이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그를 비롯한 일행 모두 거북선을 이순신이 만들었지 무슨 나대용 이냐는 똑같은 반응들이었다.

그러나 그 관계자의 거북선! 나대용! 나주! 라는 말은 일본연수 내내 나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결국은 연수가 끝나고 나로 하여금 충무공 이순신과 거북선에 관한 수많은 책들을 찾아 읽게 만들었고 어느 두툼한 책에서 딱 한줄 “나주사람 나대용이 거북선 만드는 기술을 가졌는데 그가 거북선을 만들어 충무공 이순신을 도왔다” 라는 글을 발견해 내었다. 순간 그 일본인 관계자가 그토록 외쳤던 아니 어쩌면 일본인 모두가 알고 있는 나대용이라는 인물을 우리만 모르고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알고 보니 이미 나대용 장군을 기리는 소충사도 작으나마 문평면에 소재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장군을 그냥 잡풀더미 속에 묻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부터 나씨 문중 어르신도 만나고 도서관과 문화원 관계자의 도움도 얻고 해서 여러 자료를 수집하여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 장군”이라는 동화를 펴낸 것이다.

당시만 해도 “거북선은 이순신” 이라는 등식에 너무나 철저한 상황이었다. 작은 동화책 하나를 펴내면서 해군사령부나 충무공 연구원 관계자들을 만나 감수를 요청 하는 등의 일들로 3년여의 세월이 흘러 나를 무던히 힘들게 했던 책이 바로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 장군”이라는 동화책이다.

충무공이 해전에서 무려 26번이나 해전을 벌였음에도 한 번도 패하지 않고 모두 다 승리 하였다는 것은 세계 해전 사상 그 유래를 찾기가 어려운 일이라고들 한다. 이런 승리의 배경에는 우리 나주가 낳은 위대한 과학자 나대용 장군이 만든 거북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순신장군의 공적과 과학자 나대용 장군의 공적은 엄연히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나의 주장을 1999년 당시 이수용 해군참모총장이 당연한 사실로 받아 주었음에 감사드린다.

이수용 해군참모총장은 당시 충무공 연구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자인 해군 충무공 수련원 최두환 연구실장으로 하여금 작가의 모든 원고를 철저히 감수 할 수 있도록 해 자칫 이순신의 공적만으로 묻힐 뻔한 임진왜란의 또 한 사람의 영웅 위대한 과학자 나대용을 탄생 할 수 있도록 도와 준 것이다.

영국의 해군 기록(1883년)에는 그 거북선의 우수성과 과학기술의 선진성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조선의 전선은 철판으로 몸을 싸고 거북 모양으로 만들어 당시 일본의 나무로 만든 배를 깨트렸으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철갑선은 진실로 조선인의 발명이다”고 했다. 이는 우리 한국인으로서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해주는 일이다.

나대용 장군의 탄신일이자 과학의 날인 4월 21일을 앞두고 많은 언론에서는 다시 또 거북선의 우수성과 당시의 활약상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보다는 그 모든 공적이 아직도 이순신 장군만을 조명하는데 치우쳐 많이 안타까운 마음이다.

마침 미국의 해군 연구소가 운영하는 군사 전문 매체가 거북선을 세계 해군 역사상 7대 명품 군함중 하나로 손꼽았다고 한다. 16세기에 활약한 세계 최초의 철갑선 거북선이 21세기의 영국 미국 등의 최첨단 군함들과도 어깨를 견주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자부심을 갖게 한다. 그 어지러웠던 40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 땅은 지금 군사적인 몸집을 키워가는 주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 바를 몰라 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공부하려는 모임이나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장군도 서서히 조명을 받아가고 있다. 나대용 장군의 생가터 와 소충사에도 그분의 얼을 기리는 발길들이 조금씩 이어지고 있는 이때 우리 나주인들 도 나대용 장군의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애국 혼을 좀 더 닮아가고자 애쓰는 나주인 들이 늘어나기를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