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요즘 뉴스를 보거나 듣기가 무섭다고들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천륜을 어기는 폐륜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방예의지국이 동방폐륜지국으로 줄기차게 달려가는데도 종편 방송들은 헤드라인 뉴스로 미국 핵 항공모함의 부산입항을 길게 뽑아 제기고 있다.

북한과 우리나라는 脣亡齒寒(순망치한)관계인데도 연일 한쪽의 말살이라는 험악한 공갈을 치고 있는데 국민들은 전쟁을 무서워하는 것보다 부모가 자식 죽이고, 자식이 부모 죽이는 무서운 참혹한 사회를 더 무서워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관계부처에서는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 대책 등에 일언반구가 없으니 박근혜 정권이 지향하는 국가의 大計(대계)에 큰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한때 의식주의 해결이 지상목표였던 보릿고개 시대가 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堯舜(요순)시대와 진배없다. 먹고 살기는 어려움이 없다는 다른 말이다. 한데 인간의 정신세계는 점점 피폐해져 가고 있다. 원인은 사회의 풍조가 인륜지본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기 때문이다. 아니 관심이 아니라 오로지 돈을 긁어모으기 위한 천박한 동물적 본능을 양산하고 있는 사회라 할 수 있는데 자식을 죽인 부모, 부모를 죽인 자식들에게만 손가락질로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반성해야 될 우리들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衣食(의식)이 족해야 禮(예)을 안다는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 먹고 입는 것이 넉넉해야 사람의 길을 안다는 뜻이다. 헐벗고 굶주린 백성에게 忠(충)과 孝(효)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난망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먹고사는 것은 예전에 비해 넉넉해 졌는데도 '예'가 사라지면서 폐륜의 활갯짓이라면 공동체 사회가 지향하는 바가 확실히 잘못 설정 되어졌다.

온고지신에서 이 문제를 찾자면 君師父(군사부)일체 즉 임금과 스승,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충과 효는 한결 같아야 한다는 윤리의 약화가 폐륜을 키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충이란, 속과 겉이 같음이고 효는 윗사람의 받듦을 말하고 있는데 이러한 良俗(양속)이 물질숭배로 인해 그 가치가 死藏(사장)되면서 우리가 일찍이 경험치 못한 패륜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의 책임이겠는가. 그들만의 人性(인성)의 흠결에서 자행된 악행이라면 무서움증이 덜 하겠지만, 사회저변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회약자에 대한 핍박이나 갈취도 같은 유형이기에 두려움이 그 도를 넘고 있다.

남의 불편함이야 내 알 바 아니라는 안하무인이나 걸핏하면 이익을 위한 하극상도 반윤리적인 일에서 일어난다. 인간의 윤리가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사회라면 내일도 자식 죽이는 부모, 부모 죽이는 자식은 쉽게 만나게 되어 있다.

우리는 사회 윤리를 더더욱 강화해야 될 확실한 이유에 동감해야 한다. 폐 윤리에 공분을 느껴야 한다는 다른 말이다. 어른이 어른답지 않은 것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악의 씨앗이다. 흔히 미국 사회를 윤리와 도덕이 없는 것쯤으로 여긴다. 할리우드 액션에서만 보자면 그러한 오해도 가능하다.

그러나 사회 지도층의 내면을 들어다보면 우리보단 훨씬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 자유분방한 남녀의 애정이라는 부분은 유교적 관습이 지배하는 우리 눈에는 이상야릇하게 비처지지만 우리가 흉내 낼 수 없는 공공의 義(의) 실천은 탄복 수준이다.

한 가지 쉬운 예로, 미국은 상당히 많은 입양아들이 있다. 입양 천국과 다름없다. 우리가 좀처럼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인데 남의 자식을 데려다 양육하면서 남에게 손가락질 받을 행위는 찾기 힘들다. 자신의 자식과 다름없게 생각한다. 사회적 부조라는 관점에서도 매우 합당한 윤리이다.

우리사회처럼 어른들이 아이를 학대하는 일은 꿈에서나 가능하다. 정부가 아이들에 대한 사회 안정망이 촘촘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전면적인 학교교육, 사회교육 시스템 재점검과 혁신적 편성이 요구된다. 먹고사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사람으로 존경되어져야 할 가치에 치중해야 하다는 말이다. 孝 百行之本(효 백행지본)이라는, 단 네 글자만 가지고도 우리 어른들은 아름다운 인간적 삶을 이웃과 함께 영위 했다.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폐륜에 대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참혹하고 무서운 세상에서 벗어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