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혜의 시대에 띄우는 지식의 뗏목!

이어령을 표현하는 말은 다양하다. 이 시대의 대표 지성(知性), 최고의 석학(碩學), 유일무이한 천재(天才) 등등. 보통사람은 감히 상상도 못할 수식어지만, 이어령을 말하기엔 오히려 부족하다. 평론가에서 언론인, 교수, 초대 문화부 장관까지 다양한 범주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해 온 것 자체가 그를 범인(凡人)과 같은 범주에서 비교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어령의 삶은 치열했다. 평범함 속 비법함을 찾는 눈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지(知)’를 탐닉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듯 거침없이 ‘지식의 격전지’를 누볐다. ‘지의 최전선’에서 끊임없이 싸웠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기에 이어령의 이름 앞에는 최고, 대표란 표현이 붙어도 어색하지가 않다.

이어령과 정형모가 풀어낸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은 80이 넘는 나이까지 지성의 격전지를 누비고 있는 석학을 엿보기에 딱 좋은 책이다.

책은 21세기 지식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이어령 교수의 핵심 분석과 통찰을 ‘S 메거진’의 정형모 기자가 글로 정리한 책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가 무너진 인터페이스 혁명시대를 정확하게 읽어낼 정보와 문화의 현상들을 짚어낸다. 단순히 선지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를 읽는 밝은 눈으로 현상과 원인을 찾고 우리가 추구할 방향을 가르쳐준다.

낯설기만 했던 ‘디지로그’ 세상은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생활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버공간에서 음악을 듣고, 블로그를 통해 누구나 언론사 사장이 될 수 있는 시대. 저자는 이와 같은 지식의 전쟁터에서 죽은 자식이 아닌 세상을 움직이고 바꾸는 펄떡이는 산지식을 보여준다. 과거 한국의 지식정보 세계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던 그인 만큼, 이번에는 어떤 지혜의 눈을 일깨워줄지 자못 기대가 크다.

하루아침에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새로운 세상을 열고, 이 시대 어떤 무기보다 더 강력한 파워를 발휘하는 21세기. 신무기로 무장한 그 어떤 전쟁보다 치열한 지식정보 세계의 최전선에 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한국의 발터 벤냐민에 비견되는 석학 이어령 교수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관념과 텍스트를 실체화하여 보여준다. 사물이 디지털화 되고, 그것이 다시 사물화 되는 하이퍼텍스트 세계를 살아가는 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세상의 모든 지식에 통달한 대한민국 0.01%의 지성 이어령 교수로부터 지적 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날선 아이디어와 사상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지금’을 듣는다.

책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요 사건(?)들에 대해 전후 맥락을 풀어주는 살아있는 이야기이다.

책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전쟁처럼 치열했던 이어령의 삶을 그려내듯, 최전선, 야전, 적잖은 여운을 남겼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새로운 세상을 열고 이 시대 어떤 무기보다 더 강력한 파워를 발휘하는 21세기의 상황과 묘하리만치 닮았기 때문이다.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은 27장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각이 다른 내용이 아니라 각각의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간다. 27장의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중국 이야기가 이어지다 아시아, 영어로 Asia, 한자로는 亞細亞의 의미를 파헤치기도 한다. 한치 앞도 점치기 힘든 혼돈의 시대. 이 책은 미래에 대한 궁금함, 지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수 시원한 청량음료가 될 것이다. 딱딱하게 서술형으로 지식을 전달해 준 것이 아니라 정형모 기자와의 대화하듯 풀어주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