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산은 한 권의 경전이다
손가락 몇 번의 조작으로 사뿐사뿐
걸어온 해발228m의 유달산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엄지손가락에 침을 넉넉히 묻히고 힘을 잔뜩 넣어
작은 거인의 역사를 한 쪽 한 쪽 넘기면
사는 일이 제 몸을 깎아 부처를 조각해내는 일이라는 걸
닻을 끌어올릴 때마다 불끈불끈 자지러들던
이두박근의 고통이 깎아지를수록
웃으며 제 상처를 딛고 오르는 덩굴손에게, 
생살을 움푹 파내어 디딤돌을 만들어준다
마마자국이 미륵부처의 볼우물 같다
한 걸음 돌계단을 오를 때마다 또 다른 경구를 들려준다
아무리 고달파도 그곳에서는 눈물이 노래로 몸을 바꾼다
허기진 마음을 움켜쥐고 하늘을 보면
노적봉이 가난한 마음을 채워준다
낮잠에 취한 용의 머리를 마당바위에 재워두고
푸른 쟁반에 떠있는 또 다른 나의 일상을
유선각에 앉아 한 잔의 차처럼 음미한다
제일 높은 곳에 오르면 기댈 곳이 없다고 일등바위는 넌지시 일러준다
허리가 약한 나는 일등바위는 남겨두기로 한다
일등이란, 발가벗겨져 만인의 심판받는 일이라는
마지막 경구를 다도해로 되돌려준다
낮게 낮게 엎드려 새들의 의자가 되어주는 섬. 섬들
내려가는 발걸음이 바쁘다
어서 낮아져서 누군가의 돗자리라도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