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2015년의 대한민국 사회상을 규정하는 사자성어로 대학교수들은 ‘혼용무도(昏庸無道)’를 들었다. 임금(대통령)이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기에 천하에 도가 행해지지 않아 사람을 위한 규범의 질서가 가지런하지 못했다는 일침이다.

특히 뇌리에서 점점 지워지고 있는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인데 지금도 사회 음습한 곳에서는 유형이나 규모는 다르지만 강자의 횡폭은 아직도 진행형이 분명하다. 역사교과서의 국가 손질이 또 다른 ‘혼용무도’라 할 수 있다.

그럼 나주시의 2015년 한해를 짧게 표현하자면 차호위호(借虎威虎)나 비승비속(非僧非俗)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이 불현 듯  든다.

차호위호를 직역하자면 호랑이의 위엄을 빌린다는 뜻인데, 다른 사람의 권세를 빌려 藉勢(자세)하거나 행세하는 것을 빗되어 이르는 말이다. 하기야 부부는 일심동체라 하니까 남편의 권세를 함께 몸소 누릴 것으로 착각에서 일어나는 염치의 시비 몫은 온전히 당사자의 인격도야에 있겠지만 사적인 일에 공무원을 몸종으로 생각하는 것은 의식이 건강한 사람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나주시장의 최 측근임을 빙자하여 분수에 맞지 않은 공적업무의 관여도 차호위호와 같은 질 낮은 계열인데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지도자의 품격이나 가치관의 무지가 불러오는 질서의 심각한 문란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골병드는 사람은 공직자들과 나주시민들이다. 이러한 부분을 뜯어 고치지 않는다면 교수들이 지적했던 ‘혼용무도’로 가는 최단의 지름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탄이 일게 되면 정치인의 생명은 산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 먹히는 쪽에 가까운 약자는 오직 자신의 생존과 먹이사냥을 위해서 기발한 수단을 사용하는데 환경요인에 따른 변신의 귀재 카멜레온이다. 정치인과 카멜레온의 알고리즘은 같다, 매우 영리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도자가 비승비속이라면 사정이 천양지차이다. 

비승비속이란 중도 아니고 속인도 아니라는 의미인데 좋게 풀자면 無骨好人(무골호인)이라 10여호 남짓 작은 마을에서는 아짐들에게 호감을 살지는 모르지만 바르게 보자면 큰일하곤 거리가 한참 멀다. 유신의 심장을 저격 했다는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애창곡은 ‘사나이 결심’ 이였다고 한다.

노래 끝말은 자신의 운명을 암시하듯 ‘이 몸이 죽어서 세상을 떠날지라도 이름만은 남겨 두리라’ 인데 모름지기 丈夫(장부)의 길은 원칙과 소신 그리고 철학이 반드시 내재되어 있어야 靑史(청사)의 기록은 아니더라도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정치를 한다면 비승비속 즉, 죽도 밥도 아닌 무능은 확실히 청산해야 될 구태라 할 수 있다. 2016년 새로운 과제는 ‘화이부동’이 되어야 이제라도 나주시장은 정답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이웃과 격의 없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지만 거짓이나 사이비 즉, 옳지 않은 것에 동의나 동감하지 않아야 사회의 질서가 바로 서게 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옳지 않은 것에 침묵하는 것은 공익을 저버리고 사익을 위한 야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종장에 가서는 손익에 의한 ‘쫑’ 은 필연이다.

그래서 앞서간 선인들은 대의와 명분의 처신에 철저 했는데 이유는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제가 바탕에 깊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공공의 이익이 바로 道(도)이다.

공인은 길은 간단치 않게 되어 있다. 萬目(만목)이 언행거지를 지켜본다는 것도 곤혹스런 일이지만 萬口(만구)의 소리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석과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예외로 가는 길이 외롭지 않을 것이다.

신념은 몸과 마음을 切磋琢磨(절차탁마)한 결과물이다. 오기의 불통이 신념이 아니라는 말이다. 德(덕)은 외롭지 않다는 말이 있다. 수풀 속에 복숭아나무가 있으면 힘써 길을 닦을 수고가 전혀 없는 것은 달콤한 과일을 취하기 위해 사람들이 자연히 길을 내기 때문이라는 이치와 같다. 나주시는 진정한 送舊迎新(송구영신)에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